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동안 채동욱 총장은 사생활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유전자 검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물러섬 없이 대응해왔다. 그러나 오늘 황교안 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리자 곧바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감찰 지시가 내려지자 더 이상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어렵다고 판단했으리라 여겨진다.
 
채동욱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처음부터 사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종일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렇게 채동욱 총장이 적극 대응하고 있는 와중에, 사실상 조선일보의 일방적 보도에 힘을 실어주는 감찰 지시를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황교안 장관은 검찰 조직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채동욱 총장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사실무근임을 수차례 강조해 검찰 내 동요는 우려보다 심하지 않다고 알려진 바 있다. 오히려, 언론사와 총장 당사자 간의 진실규명 과정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감찰 지시와 이로 인한 총장의 사퇴로 인해 검찰의 독립적인 지위와 위상이 흔들리고 내부적 동요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는 등 제 할 일을 다해오던 검찰에 대해 마뜩치 않아하던 청와대와 여권의 기류가 이런 식의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그 심증이 더해가고 있다.

청와대-국정원-조선일보로 이어지는 커넥션이 자신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검찰총장을 손봐줬다는 세간의 의혹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박근혜 정권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실상의 ‘친위쿠데타’로 봐야할 것이다.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엄정한 대처와 전두환 추징금 수사 등 모처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왔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언론사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보도와 법무부장관의 일방적 감찰 지시로 결국 중도퇴진하게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 도입된 검찰총장후보추천제에 의한 첫 검찰총장이 불과 5개월 만에 이런 식으로 물러나게 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 강화를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키는 일이다.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채동욱 총장 사퇴로 인해 흔들리거나 방향을 잃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이 청와대 및 여권이나 국정원, 언론사 등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수사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적 지위와 위상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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