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박칼린 씨가 선임되었다. ‘2014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은 임권택 영화감독이 선임되었고 2011경기도민 체육대회 개·폐막식은 송승환 씨가 선임된 적이 있다. 위에 언급한 세 명은 뮤지컬, 영화, 퍼포먼스 연출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의 태두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의 업적이나 공로, 그리고 실력에 있어서는 추호도 깍아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하지만 이 분들이 과연 문화이벤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개·폐막식(업계에서는 그라운드 이벤트라고 함)의 총감독으로 적절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학을 잘 한다고 해서 과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야구를 잘 한다고 해서 축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위에서 열거한 세 분들의 경력이나 전문성이 해당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서 최고일 수 있으나 개·폐막식의 경우에는 특수성이 분명히 있기에 조금은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르가 다르다. 개·폐막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복합예술 혹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영화, 뮤지컬, 연극,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시킨 종합예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음향, 조명, 영상, 특수효과, 특수제작, 첨단 시스템 등을 적용시키는 기법이 연극, 영화, 뮤지컬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음악, 미술, 예술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단순하게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 연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대규모 야외행사에 필요한 노하우와 순수예술을 경험한 노하우는 전혀 다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순수예술의 경우에는 여러 회를 하지만 문화이벤트는 딱 1회를 한다. 한번 지나가면 끝이다. 따라서 치밀한 전략과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둘째, 일방향성이 아닌 쌍방향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올림픽, 박람회, 동계올림픽 등 4대 메가 이벤트를 치른 국가이다. 개막식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퍼포먼스를 위함이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를 갖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IT강국’임을 알리는 개막식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올린 대표적인 사례가 있으며 최근에 개최한 여수박람회, 평창동계 올림픽 등도 명확한 주제전달을 위한 개회식으로 구성되었다. 순수예술은 일방향성(one way communication)이지만 문화이벤트는 쌍방향성(two way communication)이다.
 
셋째, 대상, 규모, 장소가 다르다. 실제로 특정인을 거론해서 안 됐지만 모 체전의 경우 평판이 어땠는지를 들어보면 된다.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라운드 연출은 극장 안에서 하는 연출과 영상으로 다루는 분야하고는 천지차이가 난다. 방송과 이벤트의 차이는 결국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그라운드의 연출은 그만큼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비단 이번 건만 아니라 여수박람회, 동계올림픽 등 메가이벤트에서 총감독이 선임되는 것을 보면 전문성 보다는 명성이나 인물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다. 대한민국은 전문성 보다는 명성이나 간판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뭐든지 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벤트업계에서 오랜 시간동안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명성과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늘 도외시 되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말이 있다. 지금 행사연출 감독에 있어 딱 맞는 말이다. 제발 전문성을 인정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엄상용 관광학박사, 한림국제대학원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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