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이중잣대...박근혜 정부 도덕불감증 인사에 면죄부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친박, TK, 회전문, 도덕불감증, 보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인사시스템에 덧붙여진 수식어들이 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초원복집’ 사건의 김기춘 씨를 비서실장으로 등용한 것을 시작으로 ‘차떼기’ 사건의 주역인 서청원 전 의원,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물러난 홍사덕 전 의원, ‘용산참사’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차례로 기용하면서 원칙과 도덕성을 무시한 고질적인 인사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성범죄,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같은 원칙은 집권하자마자 시작된 윤창중, 이동흡, 김용준, 김병관 등 잇따른 ‘문제인사’로 이미 바닥을 내보이며 호된 비판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원칙 뒤집기’식 인사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원칙과 도덕성 져버린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

홍사덕 전 의원, 서청원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아 도덕성에 명백히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초원복집’ 사건을 통해 국기문란에 가까운 ‘지역감정 조장’ 혐의를 받은 바 있는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바 있어 ‘대통합’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볼 수 있다.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용산 철거현장 사고 당시 무리한 진압으로 용산참사를 일으킨 책임자다.

이 같은 문제인사들의 기용을 두고 정치권을 막론하고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공영방송에서는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물론 기용된 인물 면면에 대한 문제제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방송3사 가운데 김기춘, 홍사덕, 서청원 세 사람의 유신헌법 초안 작성 참여, 불법정치자금 혐의 등 제기된 논란을 주제로 한 보도는 지난 5일자 SBS의 <‘친박원로’들의 귀환..경륜 과거회귀?>(김수형. 17번째)가 전부다. 그 외 SBS는 9월30일 <청 낙점설 논란..거물 맞대결?>(최대식)에서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지원을 두고 “공천헌금 비리혐의로 실형을 산 전력을 거론하며 공천에 반발하는 움직임과 함께 청와대 지원설도 제기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을 유일하게 보도했다.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 10월4일에는 민주당의 평가를 전하면서 “민주당은 서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실형을 살았던 점을 거론하며 견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반면, KBS와 MBC는 인물소개를 짤막하게 언급한 데 그쳤다. 8월5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발탁에 대한 KBS와 MBC의 설명은 “3선 의원을 지낸 여권의 원로이자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는 것이 전부다. 각각 후속보도를 통해 정치권의 평가를 전했지만, “새누리당은 경륜과 역량을 갖춘 인사라고 긍정평가했고,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며 짧게 양측의 입장을 나열했을 뿐, 과거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신헌법 초안 작성 참여’ 이력이나 ‘초원복집’ 사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KBS는 서 전 의원의 공천신청 및 공천확정과 관련해 일반기사 2건, 단신 2건을 내놨지만, 어디에도 그의 정치자금수수 등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MBC도 일반기사 2건을 내놨지만, “전문성, 지역 현안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청원 신청자를 최종 선정했다”는 새누리당의 공천확정 입장만 덧붙였을 뿐 서 전 의원에 대한 ‘비리전력’이나 ‘측근인사’에 대한 지적은 일절 없었다. 

홍사덕 전 의원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의장 선임에 대한 내용은 KBS와 MBC 모두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불과 9개월 전 정치자금수수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홍사덕 전 의원의 민화협 의장 인선은 청와대와의 물밑 작업을 통해 추대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홍 전 의원에게 명예회복과 정계 귀환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런 이유로 전형적인 ‘친박 챙겨주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음에도 공영방송은 ‘보도거리’로조차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선임에 대해서도 방송3사 모두 보도를 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용산참사’의 장본인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한국공항공사 사장이라는 직책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해당분야 비전문가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오사카 총영사로 기용됐으나 총선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지난 8일 사장 취임식은 연일 한국공항공사 직원들과 ‘용산참사’ 책임을 두고 유족을 비롯해 시민사회가 김 전 청장의 취임을 강하게 반대함에 따라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방송3사 보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공영방송이 모든 정부인사에 대해 비판을 소홀했던 건 아니다. 최근 공영방송이 ‘도덕성’을 강하게 비판한 정부인사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두고 정부와 각을 세우던 인물이다. KBS와 MBC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 앞 부분에 배치하며 검증 없는 의혹 부풀리기의 전형을 보였다.
 
채동욱 전 총장 퇴임식이 있던 9월 0일자 보도를 비교해보자. 이날 TV조선은 임모 여인 집 가정부가 “채 전 총장이 아이 아빠가 맞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검증도 거른 채 뉴스특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KBS와 MBC는 이를 검증없이 받아쓰기하며 의혹 부풀리기에 가담했다.

특히 KBS는 첫 꼭지부터 4건을 구성했다. 채 전 총장의 퇴임소식보다도 ‘TV조선 발 보도’ 2건을 먼저 내보내며 의혹을 부각시켰다. 제목부터 “임 여인 가정부, 아이 아빠 맞다”, “발설마라 협박” 등 TV조선 측의 일방적 주장을 따옴표만 표기해 그대로 강조했다. 가정부 증언에 대한 추가취재는 물론 ‘TV조선 발 보도’에 대한 사실검증도 없었다. 채 전 총장의 퇴임식과 함께 반박 입장을 1건 내보냈을 뿐이다.

그리고는 신문의 사설격인 [데스크분석]을 통해 “이번 채동욱 총장 사태는 혼외아들 문제에서 비롯됐다.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첫 사례”라며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채 전 총장의 ‘도덕성’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리고는 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을 내놓으며 여론재판을 마쳤다.
 
MBC는 9월30일 5번째 보도 <가정부가 의혹 폭로 “사실무근”>(김세의)를 통해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주장을 사실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냈으며, 보도 말미 채 전 총장 측의 반박을 나열하듯 덧붙인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KBS가 TV조선 받아쓰기 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와중에도, MBC는 10월1일자 2번째 보도 <“착각” “뻔뻔스럽다”>(전재홍)에서 TV조선의 후속보도를 검증 없이 내보냈다.
 
채 전 총장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와 이를 이슈화시킨 청와대, 국정원 등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많은 국민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견제라고 여기고 있다. 또한 채 전 총장의 거취 자체보다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검찰의 독립’이 화두가 돼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공영방송 ‘이중잣대’, 위험하다

이처럼 공영방송은 박 대통령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기용한 데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반면, 채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검증 없는 의혹 부풀리기에 나섰으며, 과거 야권 인사들에 대한 ‘의혹 부풀리기’ 전력도 지적받은 바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검증능력이 없어 검증보도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홍문종 사무총장은 10월8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서청원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당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것이고 그것이 당에서 받은 것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데,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다시피 살아있는 권력에 의해서 정치 탄압을 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민을 대신해 정치권력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니, 명백한 도덕적 흠결에도 여당이 언론에 나와 후안무치한 주장을 늘어놓는 것이다.

특히, 곧 있으면 다가올 10·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벌써부터 정부여당 인사에 대한 평가에서 자신의 정치적 호불호에 따른 이중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국민에게 편향된 보도를 내놓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한 보도는 내년 있을 지방선거에 대한 전초전과 다름없다.

민언련은 “이미 지난 선거과정에서 우리 공영방송은 객관성을 상실했으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주요한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재보선을 앞둔 이 시기에 공영방송의 보도는 공영방송을 언론으로 봐주어야 할 것인가, 특정 정당의 홍보매체로 치부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움말: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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