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목표는 신유신체제 구축

지난 17일은 10월 유신 선포 41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 날은 한국의 정당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린 비극적인 날이다. 유신시대가 종말을 고한 지 30여년이 훌쩍 지났건만, 요즘 유신부활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횡횡하고 있다. 바야흐로 신유신시대가 등장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이 현 집권세력을 유신독재자의 후예라고 모독하며 박근혜 패당, 민주주의 억누르는 파쇼적 억압의 칼이라고 말했던 것을 반복해서 듣는 듯했다"고 종북공세를 펼쳤다. 박근혜 정권의 종복 공세가 통합진보당에서 민주당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으로부터 민주당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종북소동’이라는 신종 메카시즘 공세가 노리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언컨대 ‘신유신체제의 부활’이다. 

박정희 정권 유신 체제의 특징

 
박정희 유신독재체제는 한마디로 국민의 안보불안을 이용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더나가 일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 당시 유신체제 등장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1971년 4월 27일에 실시된 제7대 대통령 선거이다. 1969년 삼선개헌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이에 맞서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김대중 김영삼 사이에서 치열한 후보 경합이 펼쳐졌고, 여기에서 김대중 당시 신민당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박정희 김대중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펼쳐진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도시였던 서울에서는 김대중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부산에서도 접전을 벌인 반면 박정희후보는 경상북도와 지방 도를 중심으로 압도적으로 승리해 95만표 차로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에는 당선되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확대되었고,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직적으로 자행한 선거개입에 의해 영남지역의 지역감정적 투표행태가 극심해졌다. 또한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인 신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함으로서 박정희 정부로서는 더 이상 장기집권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이다. 1972년 2월 21일 당시 미국대통령이었던 리챠드 닉슨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서 중미정상회담을 갖고, 주권존중, 내정불간섭, 평등호혜를 골자로 하는 상하이 공동선언을 발표해 미중 국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놀란 일본은 1972년 9월 중일국교관계를 수립했다. 이에 앞서 리챠드 닉슨 미국대통령은 1969년 7월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주한미군 1개 사단을 철수한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보수지배층 사이에서는 안보불안이 극대화되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러한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평양에 보내 남북 고위급 비밀회담을 개최해 7.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불안을 내세워 강력한 안보태세를 구축한다는 미명아래 공안통치를 강화하였다. 이에 대해 김수행 교수가 “닉슨독트린과 닉슨의 중국방문으로 표현된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변화는 동아시아 나라들의 지배세력들에게 국내의 계급 역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반동적인 대응방식을 취하도록 강제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한 것은 아주 적절하다.

10월 17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대통령특별선언’을 발표하여,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 및 정치활동의 중지 등 일부 헌법기능을 정지시키고, 전국 일원에 비상계엄령은 선포했다. 이에 따라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고, 계엄사령부는 포고를 통해 정치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언론 출판 보도 및 방송은 사전검열을 받도록 하며 각 대학은 휴교시켰다. 비상국무회의는 10월 27일 유신헌법을 의결 공고해서 11월 21일 국민투표를 통과시켜 유신체제를 출범시켰다. 유신헌법에서는 통일주체 국민대회 대의원을 선철하고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었으며,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했다. 유신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원 1/3을 추천하며, 모든 법관의 임면권을 갖게 되었으며, 긴급조치권 국회해산권을 갖도록 되어있었다. 또한 임기 6년으로 제한없이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서 박정희 정권은 입법 행정 사법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으며, 일인 영구 통치체제를 구축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유신체제는 정당여론정치의 부정과 정보 공작 정치 체제, 반공반북 공안 통치 체제, 극단적인 민중탄압 체제, 일인 영구집권 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당여론정치의 말살

자유민주체제의 핵심은 삼권분립, 정당정치, 여론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언론출판 결사 집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정상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복수정당 제도와 공정한 선거제도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국민주권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신체제는 긴급조치법과 언론검열통제, 정보기관을 통한 정치사찰을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봉쇄해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 확산기능을 죽여 버렸다. 또한 국회의원 1/3을 추천하는 권한과 여당 총재 권한을 통해 국회의원 2/3을 장악함으로서 정상적인 의회기능을 마비시켰다. 그 결과 정당정치는 말살되고, 의회는 행정부의 통법부로 전락했다. 또한 법관 임면권을 장악함으로서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로 만들어 버렸다. 이로서 한국 민주주의는 사망하고, 암흑의 시대가 계속되었으며, 이 속에서 정보기관이 정치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무소불위의 정보 공작 정치시대가 열렸다. 이 당시 정보부의 만행과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중앙정보부라고 하면 울던 아이조차도 울음을 그친다는 속설이 지배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동오)는 지난 8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박 노수 당시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김 규남 당시 민주공화당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판수(71)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소위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7.4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어 남북관계가 해빙분위기로 전환되고 있었던 중에 갑자기 사형이 집행되었다. 유신체제하에서는 이외에도 많은 간첩단 사건이 조작되었다. 대표적인 사건은 인혁당 사건이다. 1974년 4월 3일 박정희는 민청학련 사건을 터뜨리면서 그 배후로 ‘인민혁명당 조직’이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을 구속하였다. 그리고 1975년 4월 9일 인혁당 관련자 8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외에도 1971년 서승 서준식 형제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 1975년 11월 제1차 모국 유학생 간첩사건, 1975년 12월 제2차 간첩단 사건 등 재일 동포 간첩단 사건들이 조작되었고, 많은 이들이 구속되었다.

이처럼 박정희 정권들은 유신체제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수많은 공안 사건들을 조작하고, 이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철권 공안 통치 체제를 구축해, 유신체제에 대한 모든 저항들을 빨갱이들에 의한 소행으로 몰아갔다. 이러한 공안 조작사건들은 중앙정보부의 정치사찰과 공작 정치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전 사회적으로 공포를 확산시켜 유신체제를 지탱해 나갔다. 

유신시대는 곧 긴급조치 시대이다. 박정희 정권은 긴급조치법이라는 탈법적 조치를 통해 민중들의 민주주의와 민생 요구와 투쟁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민청학련 사건을 터트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청년학생들을 감옥에 가두었으며, 유신철폐를 외치는 청년학생들을 수없이 감옥에 가뒀다. 또한 민주노조 건설을 외치던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3인 이상이 모여 옥외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 만들어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유신시대는 암흑이 시대, 공포의 시대로 기록되었다. 유신체제는 곧 박정희 영구집권 체제였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의 직접 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없애고, 통일주체 국민회의에 의한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도록 했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 규정도 없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을 때가지 재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박정희 일인 철권 통치시대, 영구 집권 시대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육사와 공안검사 출신 인사들로 이루어진 ‘육법당’이 부활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과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 공안검사 출신과 강창희 국회의장, 남재준 국정원장, 박흥렬 경호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대북강경정책, 공안몰이, 정치공작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국정원은 과거 중앙정보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이 발각되어 입지가 어려워지자, NLL대화록 정국을 조성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보수언론의 협조를 받아 종북정국을 주도하였다. 자신들을 수사하던 검찰의 수장을 낙마시키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친박 핵심 인사인 김무성 의원은 촛불을 든 국민들을 상대로 “민주화가 된 오늘날 법질서를 어기는 시위대는 사회 분열과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라 규정하고, “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공권력은 국민을 배신하는 무능한 공권력”이라 주장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과잉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이라 주장했다. 절대 황당해하거나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발언이다. 조명철, 하태경 등 이른바 굉장히 극우적인 성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새누리당의 극우급진파로 득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근혜정권은 약칭 ‘일베’로 통칭되는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회원을 상대로 이른바 ‘국정원 안보특강’을 개최하고, 국정원 기념품인 ‘절대시계’를 배포하기도 하였다. 또 2012년에는 해외여행까지 보내주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5일 국정원이 일베 사이트 유지비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국정원 대선개입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에게 돈을 받고 댓글 활동을 해온 민간인이 일베의 글을 여러 게시판에 퍼 날랐던 사실도 확인되었다. 어버이연합은 경찰의 비호를 받아가며 촛불집회를 비롯한 진보개혁적 행사장을 찾아가 방해를 하거나 폭행, 테러를 일삼고 있다. 2012년 6월 시사저널은 정부가 보수성향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이 4년 만에 8배 가까이 폭증한 사실을 공개했다. 2012년에만 73개 보수단체에 37억 7700만원을 지원했다. 단체 수도 7배 가량 늘었다. 정부가 보수단체를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진보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에 국한되었던 ‘종북몰이’는 민주당으로까지 확산되었고, 정권의 요구에 충실하지 못한 보수 세력 내 인사들까지 제거되고 있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식이다.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 보듯이 수사기관은 기소사실은 물론 기소하지 않은 추측성 수사자료를 극우언론에 제공하고 있다. 공소사실의 공표라는 범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종북인사로 찍히면 극우세력에 의해 여론재판이 진행돼 무죄추청의 원칙이나 절차적 기본권이 무시된다.

국정원은 2013년 6월 인하대학교 총장실로 전화를 걸어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 동향’을 파악하여 학원 사찰 의혹에 휩싸였으며, 9월 초에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전직 총학생회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생들의 동향을 직접 캐묻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정원은 농협 직원을 동원하여 ‘농업정책(대선공약 포함)’, ‘한중FTA’, ‘축산물 가격 약세’ 등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을 수집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전국 247개 자활센터 직원들과 자활사업에 참여한 빈곤층 주민 등 4만여 명의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여부를 조사하라는 공문을 각 센터에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돼, 불법 사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를 악세사리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고 하고 있어 여야합의에 의한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3월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거의 합의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나타난 뒤 새누리당이 갑자기 합의 내용을 번복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부패로 처벌받은 서청원 전 친박연대대표를 화성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도록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지시하였다. 소장파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는 등 새누리당의 내부 반발이 있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였다. 야당에 대한 무시는 도를 넘고 있다. 청와대는 심지어 여야영수회담에 참석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옷차림까지 정장으로 지시하여 민주당 지도부의 공분을 샀다. 통합진보당 전체를 종북으로 몰고, 정당해산 운운하며 진보정당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6월24일 국정원 추정 핵심 트위터 계정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된 비방글 수 만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한 YTN의 단독 리포트를 보도 통제했다. 국정원 직원이 YTN 보도국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방송 내용에 압력을 넣어 결국 방송을 중단시켰다. 같은 날 MBC ‘시사매거진 2580’ 중 ‘국정원에 무슨 일이’ 꼭지가 갑작스럽게 방송 취소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언론사들에 연락을 해 문재인 의원 관련 기사 제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사례 등 등 군사독재시기에나 있었던 보도 통제를 사실상 하고 있다. 또한 KBS 추적60분 제작팀이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을 보도하려 하자 사측에서 갑자기 불방시키는 등 사측이 알아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여전하다.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의 메가박스 상영중단 역시 음습한 비밀 공작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 장악의 핵심은 국가 기관을 동원한 언론 통제와 종합편성채널(종편) 신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최시중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고 지상파 방송사에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을 눌러 앉혔다. 그리고 종편을 신설해 극우언론들이 방송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종편은 선정적인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며 극우 편향 내용을 전파해 여론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2월 채널A는 ‘5대 종북부부 명단’이라며 한명숙 전 총리 등 야당 정치인과 통일운동가들을 꼽아 발표했으며, 5월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광주항쟁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를 하는 등 정상적인 방송사에서는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MB정권은 한국 정치를 10년전으로 되돌려 놓았다면, 박근혜 정권은 40년전으로 되돌려 유신시대를 재현하고 있다. 일부사람들은 현재의 한국 정치구조와 70년대 정치구조의 차이를 내세워 유신부활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섞여 있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유신부활현상이 70년대 유신체제를 그대로 복사해낼 수 없다. 가장 큰 차이는 그 당시 유신체제의 목표는 일인 영구집권 체제 구축에 있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박근혜 대통령 영구집권 체제를 구축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유신 부활 움직임과 70년대 유신체제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신 부활 움직임을 결코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일인 영구집권 체제인가의 여부는 단순히 현상적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신 부활 움직임은 일인영구집권 체제인가의 여부만을 제외하고 70년대 유신체제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신유신체제 구축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박근혜정권의 신유신체제 구축 움직임과 70년대 유신 체제 구축과정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

우선 정치적 배경에서 유사하다.  현재 유신회귀 현상의 배경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와 한반도의 안보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들 수 있다. 한반도 안보지형의 구조적 변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변화, 북한의 핵보유국 등장으로 인한 변화로 인해 초래되고 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의 기존 안보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보지형의 구조적 변화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역행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체제에 길들여져 있는 극우 보수 세력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져 가고 있다. 그들은 전략적 구조의 변화를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고, 보수적 대응에 급급해 있다. 즉 메카시즘 광풍을 불러일으켜 강력한 반공 반북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보수지배체제의 공고화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유신회귀 현상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방어적 대응현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그들은 단순히 위기탈출에 머물지 않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보수지배체제에 걸림돌로 되고 있는 진보개혁 정치세력들을 산산조각내, 안정적인 보수지배체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며, 치밀한 계략하에서 신유신체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구축하려고 하는 신유신 체제는 어떠한 특징을 갖는가?

첫째는 정보공작 통치체제이다. 신유신시대란 국정원 정치시대이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세력들은 유신정치세력이다. 이들의 정치관과 역사관은 유신시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는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 정치관만 있을 뿐 대화와 소통, 토론과 논쟁을 통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이라는 정당정치의 기본원리는 안중에 없다. 의회와 야당, 여론에 대한 존중은 없다. 정당정치와 여론정치는 원활한 국정수행에 방해자일뿐이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토론과 논쟁을 통해 설득하는 대신 정보정치 공작정치를 통해 길들여나가고, 길들여지지 않는 세력들은 가혹하게 탄압한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정치관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과거 중앙정보부와 같은 국가 정보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보공작 정치가 정당정치를 대체한다. 국정원을 앞세워 정치적 반대자, 통치에 방해자들을 일상적으로 사찰하고, 약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약점을 이용해 길들이고, 길들여지지 않을 약점을 폭로해 제거하거나, 검찰을 내세워 법적 통제를 가한다.

국정원을 내세워 일상적인 정치사찰을 통해 정치권과 국민 속에 정치사회적 공포를 확산시켜 간다. 그 결과 공포정치시대가 열린다. 공포정치가 확산되면, 정상적인 여론형성기능이 전 사회적으로 사라지고, 여론정치에 기초한 정당정치가 사라진다. 정당과 의회의 기능은 무력화되고, 국회는 정치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통법부로 전락해, 행정부의 시녀화되고만다. 대통령 여야당 대표 3자회담은 박근혜식 국회 무시통치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보공작의 대상은 비단 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당조차도 그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하는 검찰총장이 확인되지도 않은 혼외자녀문제로 낙마한 사태가 그 대표적이다. 이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조차도 박근혜 대통령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국정원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정치적 공포는 여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둘째는 강력한 공안통치체제이다.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원 정치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메카시즘을 악용한다. 정치적 반대자들은 모두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몰아부치고, 정권에 대한 반대는 곧 이적행위로 몰아부친다. 이를 위해 종복소동과 국가보안법은 권위주의적 통치의 핵심수단으로 격상된다. 끊임없이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공안탄압을 일상화한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과 노무현 전대통령 NLL 포기 논쟁은 그 상징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조차도 종북 소동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종북 소동의 일차적 대상은 통합진보당이지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는다고 종북소동의 희생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안이한 생각이다. 민주당이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을 주장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주장하는 한 종북의 칼날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아갈 수밖에 없다.

셋째는 민주민생 폭압체제이다. 종북소동이 확산되고, NLL공세가 지속되는 속에서 복지공약을 후퇴시키고, 전교조 탄압이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의 민주주의 후퇴현상들은 결국 터져나오는 국민대중들의 다양한 민주주의적 요구, 생존권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생경제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박근혜정권에게는 없다. 현재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부의 불평등 분배구조가 극단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민경제영역에서 돈이 돌지 못하고, 그것이 구조적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을 타파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통해 부의 분배구조를 혁신해서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식 정치는 권위주의적 제왕적 통치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고, 여기에서 재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들은 재계도 장악하고 통제하려 한다. 이것은 현재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는 세무사찰에서 그 의도가 읽혀진다. 그들이 재계를 장악 통제하려면, 그 댓가로 대기업의 요구를 대변해야 하고,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대중들의 각종 계급적 요구를 억눌려, 재벌과 대기업들의 돈벌이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운동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들의 각종 계급적 요구를 내세우는 활동과 투쟁들을 억눌려야 한다. 결국 신유신체제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민생 폭압체제일 수밖에 없다.
 
넷째는 보수영구집권 체제이다. 신유신체제의 궁극적 목표는 분명하다. 그것은 진보개혁 정치세력들의 연대연합과 단결을 가로막고, 집권대체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데 있다. 그리고 보수세력의 영구집권 체제를 구축하자는 데에 있다. 유신부활움직임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여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을 말하며, 보수정권재창출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집권세력들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보수재집권이 가능한 정치적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 내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여당 고위인사들의 잇단 보수영구집권의 당위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들의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종북소동과 공안 탄압을 통해 진보정당을 재기불능상태로 말살하고, 야당을 길들이고 분열시켜, 정권 재창출 능력이 없는 만년야당으로 발을 묶자는 것, 그리고 보수정권의 영구집권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 유신부활움직임의 최종목표이다. 

이석기 사건, 유신부활음모의 ‘산물’

최근 이석기 내란음모조작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발언 논란으로 상징되는 박근혜정권의 권위주의 통치로의 회귀움직임은 제2의 유신부활음모의 산물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민생 복지 사회로 나가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유신회귀 움직임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일단은 저돌적인 공세에 진보개혁세력, 국민 대중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으며, 단결단합을 실현하고 있지 못해 일시적으로 먹혀들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이미 유신시대의 국민이 아니다. 그동안의 민주화 투쟁, 자주통일운동 과정 속에서 축적되어 온 민주 통일역량이 대단히 크며, 대중들의 민주주의 의식과 자주통일 의식도 매우 발전되어 있다. 투쟁의 저력 역시 그대로 남아 있다. 박근혜 정권의 유신부활 움직임은 바로 이러한 국민 대중들의 저항의식에 불을 붙일 것이며, 머지않아 강력한 대중적 저항으로 표출될 것이다. 아직 강력한 저항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은 것은 현재의 유신부활 움직임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유신부활움직임이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며, 민주주의와 민생개혁에서 후퇴가 더욱 확대되면,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며, 강력한 반박근혜 대중투쟁전선으로 결집해 나갈 것이다.

유신부활이라는 비극적 사태가 더욱 진행되는 것을 조기에 막아내야 한다. 조기에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만큼 민생과 복지 후퇴로 인해 국민 대중들이 겪는 고통이 심해지고, 민주주의의 후퇴로 인한 상처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신부활 저지, 민주수호!’의 기치를 전면에 들고 전면적인 민주주의 투쟁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서는 특히 종북 소동을 앞세워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는 진보개혁세력 분열와해 책동의 본질을 간파하고, 진보개혁세력들의 정치적 단합과 단결을 실현해야 한다. 특히 이석기 내란음모조작 사건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움직임은 결코 통합진보당만의 운명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운명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유신부활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대중적 저항에 직면해서 파산될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진보개혁세력들이 우왕좌왕한다면, 국민 대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올바로 수렴해 낼 수 없고, 효과적인 대응을 펼칠 수 없게 돼, 유신부활이라는 끔찍한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진보개혁세력들은 구시대적인 메카시즘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단결된 힘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  
 
박경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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