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새누리당 지원 위해 ‘날조’, ‘위법’까지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조선일보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내놓으면서까지 새누리당의 ‘노무현-문재인 때리기 공세’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하면서 ‘비공개 기록물’을 공개하는 위법도 저질렀다. 

지난 23일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노 주재회의서 청와대 문건 목록 없애기로>라는 기사를 내놨다.

기사내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5년간 대통령기록물의 차기 정부 인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함께 문건의 목록도 없애버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으로 ‘2007년 5월 22일 수석 비서관 회의 영상물의 대화록’을 조선일보가 입수해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는 회의 상황에 대한 앞뒤 맥락을 생략하고 짜깁기한 왜곡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조선일보는 “(차기정부에) 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 그게 기술상 가능하냐는 문제도 있지요”라는 물음에 한 비서관이 “목록을 없애 안 보이게 해야 됩니다”라고 답변한 내용을 전하면서 “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회의 영상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일(목록 폐기)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관으로 넘겨줘야할 e지원 자료 중 상당수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만들어 목록까지도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당시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6면 기사에서는 “우리가 원서버를 두고 (비밀로) 지정할 것은 다 지정해서 이관(대통령기록관) 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중에 인계하고 싶은 것도 뽑아가면 남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라며 “남은 것을 오히려 복사본으로 개념을 전환해 버리면 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은 뒤 “청와대에 남겨둔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가 복사본이고, 봉하마을로 가져간 하드디스크가 원본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당시 회의에 참석자들은 조선일보가 회의내용을 날조했다고 밝혔다”며 조선일보가 공개한 회의 발언은 “공개해야 할 주제 중에 비밀기록이나 지정기록으로 분류해서 공개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 연계돼 있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중에 한 것”이라며 “대통령기록관에는 원본 그대로 이관된다는 것을 전제로, 차기 정부에 공개 기록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목록까지 공개해서는 안 되는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말이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55년간 33만건)에 비해 825만여건의 기록물을 남기면서 오히려 역사자료를 많이 남기고자 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또한 기록물을 공개, 비공개, 지정기록물로 나눈 것도 공무원들이 자신이 남긴 자료가 정치쟁점이 되는 것을 우려해 삭제할 것을 대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새누리당이 ‘기록파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 당시의 기록물 원본은 모두 대통령 기록관에 보관돼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낸 것은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가운데 청와대 보관용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책임을 몰고 있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비공개 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참여정부의 기록물 훼손’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오자 새누리당은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조선일보의 보도를 이슈화해야한다”(황우여 대표)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이 회의의 전말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새누리당에서는 이 문제를 “현대판 분서갱유”라며 노 전 대통령을 ‘역사 폐기 대통령’이라고 힐난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입장발표 이후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재점화되자 이를 반전할 카드로 ‘노무현 때리기’ 총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조선일보 보도는 ‘총 공세’의 ‘총알’ 구실을 톡톡히 한 것이다.
 
24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느 때 보다도 기록물을 많이 남긴 사실을 보도하면서, 새누리당이 ‘악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물이 노 전 대통령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중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 폐기’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양측 주장을 나열하는 보도를 내놓는데 그쳤다. 논란을 키운 조선일보는 노무현 재단의 반박을 한 줄만 인용했다. ‘날조’라는 비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먼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여야가 ‘NLL포기 발언 의혹 및 대통령 기록물 폐기 의혹’과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며 박 후보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나”는 발언과 새누리당의 비난을 보도한 후 민주통합당의 반박을 전했다.

두 신문 모두 노무현재단의 반박의견을 기사 말미에 덧붙였는데, 동아일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완전한 날조”라며 일축했다고 실은 반면, 조선일보는 “차기 정부에 공개 기록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목록까지 공개해서는 안되는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말이었다”고 한 줄만 언급하는데 그쳐 반박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민주통합당이 정수장학회 관련 공세로 펴자 새누리당이 NLL 논란으로 역공을 했다며 ‘기록물 폐기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난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민주통합당 혹은 노무현 재단의 반박을 생략한 채 “민주당은 2007년 10월 정상회담 직후 11월 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서 ‘NLL은 안 건드리고 왔다’는 노 전 대통령의 연설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격했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기록물 폐기 의혹 보도가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싣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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