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방부의 불온곡 지정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블랙코미디”

박 대통령도 애창한 아리랑, 국방부 ‘불온곡’ 지정

[트루스토리] 송유찬 기자 =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곡 리스트’에 우리 전통 민요인 아리랑이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아리랑을 포함한 50여곡을 불온곡으로 지정, 노래방 기기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MBN이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지정 불온곡 리스트에 ‘우리의 소원’, ‘그날이 오면’ 등 평화나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 위주로 50곡이 포함됐으며 이 중에는 ‘아리랑’과 ‘노들강변’ ‘밀양아리랑’ ‘까투리타령’ 등 전통 민요 4곡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군부대 내 노래방 기기는 물론 일부 시중 유통 노래방 기기에서도 해당 노래는 부를 수 없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7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 멋-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던 중 가수 김장훈과 함께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팎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아리랑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운동을 펼친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SeoKyoungduk) 성신여대 교수는 “작년에 우리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 광고,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등 참 노력 많이 했었는데…국방부에서는 ‘불온곡’으로 지정해서 못 부르게 하다니…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암튼 우리의 아리랑 우리 민간인들이 함께 지켜나갑시다”라고 밝혔다.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oisoo) 소설가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입니다. 왜 못 부르게 하십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진중권(@unheim) 동양대 교수는 “누군가 실성한 모양”이라고 일침을 놓았고, 박영선(@Park_Youngsun) 국회 법사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리랑이 불온곡이라는 것. 왜 요즘 안녕하지 못 한지를 대변해주는 한 대목. 걱정이 많습니다. 아리랑 아리랑”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민주당 부대변인은 18일 오전 논평을 내고 “엄격한 지휘체계가 강조되는 군 조직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대선개입 사건이 발생해도 장관을 비롯한 지휘관이 몰랐다고 할 정도로 군기가 문란해져 있는 국방부의 현주소를 놓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라며 “세계가 인정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아리랑’을 군인과 국민이 부르면 안 돼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일제 강점기 항일정신의 표상이었던 ‘아리랑’이 1927년 금지곡으로 지정된 이후 86년 만에 불온곡으로 선정 됐다는 것은 국방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표징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국방부는 무엇 때문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아리랑’을 비롯해, ‘노들강변’, ‘밀양아리랑’, ‘까투리타령’ 등 전통 민요가 금지곡이 됐는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통일 관련 곡들이 불온곡으로 지정된 것이 국방부가 평화통일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유신시절 대중가요 ‘동백아가씨’를 ‘왜색이 짙다, 빨간색이 나온다’는 황당한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한 적이 있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을 구실을 만들 때처럼 구실을 위한 구실이라도 제대로 갖다 붙여야 할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은 ‘아리랑’을 금지곡으로 만드는 블랙코미디를 즉각 철회하고, 민족의 자랑을 불온곡으로 지정한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아리랑’을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논란 대해 “일선 부대나 군납 노래방 기기 제조사 등에 그런 공문 내린 적이 없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휘파람> 등 북한 가요가 군내 노래 반주기에 등록되지 못하도록 차단한 건 맞지만 우리 가요를 금지한 적은 없다”고 “2004년부터 부대 자체 판단으로 노래 반주기를 교체면서 ‘(분위기가) 처지는 노래 등을 빼고 납품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아리랑의 노래가 처져서 빠지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즉, 노래방기기 교체 과정에서 불온곡 리스트가 그대로 저장된 기기들이 별다른 조치 없이 유통돼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하지만 국방부의 요청으로 노래방 기기에서 노래가 삭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은 고조될 전망이다.

앞서 가수 정태춘이 부른 ‘북한강에서’란 노래를 국방부가 노래 반주기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노래 제목에만 ‘북한’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 가사는 북한과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다.

누리꾼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아리랑, 우리의 소원 등을 부르면 군형법 47조 명령복종 의무 위반으로 징역을 살게 된다” “대선에 개입해 친일파를 대통령으로 뽑던 국방부가 제대로 친일 행각을 드러내는군” 등의 조롱적 글을 개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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