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감세 정책 국민들 반발 초래… 다음주 후임 결정, 이르면 24일
측근 재무장관 경질에도 신뢰 못 얻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총리실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총리실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취임한지 44일만으로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차기 보수당 대표 및 총리는 이르면 24일 결정된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무리한 감세안을 밀어붙이다가 여론의 압박에 부딪혀 결국 사임했다.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이 다소 상승세를 보였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찰스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러난다"며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차기 대표 선거는 다음 주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감세 정책이 원인…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은 반등

취임한지 44일만으로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차기 보수당 대표 및 총리는 이르면 24일 결정된다.

사임 발표에 바로 앞서 트러스 총리는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총리실에서 회동했다.

1922 위원회가 마련한 경선 규정에 따르면 24일 마감되는 후보 등록 요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다. 현재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것을 고려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등록 요건을 갖춘 후보가 1명일 경우에는 나머지 절차 없이 24일에 해당 후보를 당 대표 겸 차기 총리로 바로 선출한다.

2~3명이면 예비경선, 당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늦어도 28일까지 당선자를 결정한다.

당초 전체 당원 투표 없이 의원들만의 투표로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후임자로 물망에 떠오르는 정치인은 없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 정도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파티 게이트'로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  여부가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잇다. [사진=위키피디아].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파티 게이트'로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  여부가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잇다. [사진=위키피디아].

'파티 게이트'로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재도전 새로운 관심사

가장 큰 관심사는 '파티 게이트'로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 여부다.

여러 국내 언론들은 전임자인 존슨 전 총리가 재도전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존슨 전 총리 측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총리'로 불리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아예 총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지지율에서 크게 뒤지는 보수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9월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역대 가장 짧은 기간 재임한 총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직전 기록은 1827년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며 '철의 여인'을 꿈꿨으나 금세 '좀비 총리'로 불리는 처지가 됐다.

트러스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새 내각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성급히 내놓은 감세 정책안이다.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안한 경제 시기에 여론과는 동떨어진 정책안을 내놓은 것이 결정타였다.

9월 23일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 예산을 사전 교감이나 재정 전망 없이 던지자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 개입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트러스 총리가 이념에 매몰돼 감세를 통한 성장을 부르짖자 여당 의원들이 동요하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트러스 총리도 물러서기 시작해서 부자 감세, 법인세율 동결 등을 차례로 뒤집고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내쳤다.

이어 새로 온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폐기해버렸다.

그렇게 해서 금융시장은 안정됐지만 트러스 총리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 상승해

한편 트러스 총리 사임이 발표된 후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리의 사임 소식에 파운드화 가치와 영국 국채인 길트채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 45분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1.12560달러를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2267달러보다 0.00293달러(0.26%)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3.86%로 전날보다 0.44%포인트 하락(가치 상승)했으나 3.96%로 장을 마쳤다.

영국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오는 31일 중기 재정계획과 예산책임처(OBR)의 경제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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