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자율주행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는 상당한 선진국이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어떻게 보면 미국을 제외한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선진국들보다 경쟁력이 더 강력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한국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나 보인다.

이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인공지능(AI)라고 해야 한다. 또 AI 발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연산력(데이터 처리 역량. 컴퓨팅 파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산력의 핵심은 또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바로 고성능 컴퓨팅 파워 자율주행 칩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칩을 양산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

자사의 칩을 장착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운행에 나서고 있는 헤이즈마의 연구실 전경. 중국 내 유일무이한 기업의 연구실다워 보인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자사의 칩을 장착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운행에 나서고 있는 헤이즈마의 연구실 전경. 중국 내 유일무이한 기업의 연구실다워 보인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업계에는 다행히도 지금은 아니다. 2016년 출범한 헤이즈마즈넝커지(黑芝麻知能科技. 약칭 헤이즈마즈넝. 영문명 Black Sesame Technologies. 약칭 BST)라는 기업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출범 몇 년도 안 돼 국제적 인증을 받은 칩을 보유한 유일무이한 중국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본사를 둔 헤이즈마는 고작 6년여의 일천한 업력(業歷)을 감안하면 중국 최초 기업답게 정말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우한의 경제가 완전 엉망이 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현재까지 두 종류의 스마트 주행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 생산해 출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통해 이치(一汽)를 필두로 한 상치(上汽), 둥펑웨샹(東風悅享), 쥔롄즈싱(均聯智行), 중커촹다(中科創達), 야타이(亞太) 등의 중국 기업들과 독일의 로버트 보쉬에게 ‘레벨 2(L2)’와 ‘L3’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발전 속도를 감안할 경우 조만간 ‘L4’과 ‘L5’를 넘어 최종 단계인 ‘L6’ 수준의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정식 설립 몇 년 전부터 연구개발을 사실상 시작한 막강 경쟁력을 보유한 이런 기업을 엔젤 투자 기업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헤이즈마가 러브콜에 일일이 다 부응하지 못할 정도라고 해도 좋다.

헤이즈마는 우선 2021년 9월 두 차례 진행된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통해 수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주요 투자 기업들의 면면은 정말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상치와 전기자동차 업계의 기린아 웨이라이(蔚來. 영문명 니오Nio) 산하의 웨이라이캐피탈,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테크(Wingtech), 후베이 샤오미(小米) 창장(長江)산업투자펀드, 풀사이언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때 유입된 자금은 무려 20억 달러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헤이즈마가 본격 출범한지 5년도 안 돼 일거에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진입한 것은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대박은 올해 1월에도 터졌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보쉬가 전략적 투자에 나서면서 중국에 투자한 첫 자율주행 반도체 업체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8월에도 싱예(興業)은행을 필두로 광파신더(廣發信德), 베이퉈이눠(北拓一諾)캐피탈, 신딩(新鼎)캐피탈, 양쯔장(揚子江)기금 등이 잇따라 C 라운드 투자에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았나 보인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4차 산업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는 “업력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는 않는다. 헤이즈마는 사람으로 치면 아직 영유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적은 인생의 절정기에 있는 중년이 내듯 한다. 앞으로 시간이 더 가면 가공할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현재 보유한 시각 감지 기술을 필두로 한 자체 IP 칩 개발 능력도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물체 인식 알고리즘, 사물 이미지 처리 기술에서는 중국 내에서 대적할 기업이 없을 정도라고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면서 헤이즈마의 폭주 기관차 같은 발전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저우 씨의 말대로 헤이즈마의 성과는 상당히 놀랍다고 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고작 2년 동안 출시된 화산(華山)1호 A500 칩과 화산2호 A1000 자율주행 컴퓨팅 칩 등의 존재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 기능 안전에 관한 국제 표준인 ISO26262를 획득한 바 있다.

헤이즈마의 공동 창업자인 산지장 최고 경영자(CEO). 최근 열린 한세미나에서 자사의 기술 수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제공=신징바오.
헤이즈마의 공동 창업자인 산지장 최고 경영자(CEO). 최근 열린 한세미나에서 자사의 기술 수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제공=신징바오.

헤이즈마가 이처럼 짧은 업력에도 극강의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은 역시 기술력의 압도적 우위와 관계가 있다. 창업자들인 산지장(單記章. 49)과 류웨이훙(劉衛紅. 49)을 필두로 하는 임직원들의 뛰어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이 그야말로 막강 그 자체인 것이다. 여기에 헤이즈마의 가능성을 간파한 엔젤 투자자들의 혜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거론해야 한다.

미 실리콘밸리에까지 진출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일찌감치 눈뜬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발 빠른 행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헤이즈마도 약점이 없지는 않다. 역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내부 경쟁자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성장의 최대 무기가 역시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불후의 진리를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자율 주행차 기술과 관련해서는 거의 넘사벽 수준인 구글의 벽이 너무 높은 현실 역시 궁극적으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보인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수년 내에 추격의 발판을 놓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는 영원한 2류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원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본사를 이미지가 바닥인 우한에 굳이 두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해야 한다. 공급망을 고려한다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시,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등으로 이전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고 해야 한다.

헤이즈마는 현재 중국 내 유니콘 기업 순위가 대략 100위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쁜 평가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구글을 최대 라이벌로 꼽고 있다면 몸집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상장으로 가는 길도 빨라질 수 있다. 데카콘 기업으로 거듭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희망사항대로 굴러간다면 구글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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