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든든한 뒷배 역할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사회주의 체제 하의 14억 중국인들은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꽤나 있다.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에게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 유튜브나 넷플릭스 시청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되면 북한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국민들을 제외하면 전 세계인이 다 보는 것을 자신들은 시청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심지어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별로 없다. 대체재가 충분한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에서 틱톡(Tiktok)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보다 더 재미있고 유용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더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까지 넘어서겠다는 야심의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통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업체 유쿠투더우(優酷土豆)가 승승장구하면서 이들의 아쉬움을 확실하게 달래주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 소재의 본사 내부에 설치된 유쿠투더우의 로고판을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통해 유튜브까지 넘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베이징 소재의 본사 내부에 설치된 유쿠투더우의 로고판을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통해 유튜브까지 넘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지난 2012년 유쿠와 투더우가 합병하면서 출범한 유쿠투더우는 탄생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조금 복잡하기까지 했다. 먼저 생긴 것은 투더우였다.

2005년에 고고의 성을 울렸다. 1년 후에는 유쿠도 야심차게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2012년 8월 전격 합병을 했다. 합병하기 직전 1, 2년 전에는 둘 모두 각각 미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기염도 토했다.

7년 전인 2015년에는 결정적인 전기도 맞이했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거목 알리바바에 다시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된 것이다. 당시 알리바바가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무려 45억 달러였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쿠투더우로서는 확실하게 기댈 언덕이 생겼다고 단언해도 좋았다. 알리바바에 인수되면서 중국판 유튜브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었다.

유쿠투더우가 최근 실시한 사업 설명회. 콘텐츠 다양화 및 다변화,국제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 것으로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
유쿠투더우가 최근 실시한 사업 설명회. 콘텐츠 다양화 및 다변화,국제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 것으로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

알리바바가 뒷배가 되고 있는 만큼 경영 성적이 나쁘지 않다. 2021년 기준으로 1500억 위안(元. 30조 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OTT 시장의 15% 전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 매출이 220억 위안 전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보인다. 기업 가치도 최소한 5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우인을 넘어 유튜브까지 추격해 보겠다는 야심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향후 전망도 상당히 밝다. 무엇보다 시장이 매년 40% 가깝게 성장하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화교 출신의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타시아의 사장인 추이중시(崔鍾錫)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중국에는 OTT 회사들이 엄청나게 많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다고 해도 좋다. 그만큼 시장 전망이 좋다는 말이 된다. 이는 달리 말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도 내포하는데 아무래도 덩치가 큰 회사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다음 빅 테크(거대 기술 기업) 산하로 들어간 유쿠투더우가 앞으로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도 가능하면 이 회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하는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사실 역시 거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TV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버라이어티 등의 작품들이 그야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눈이 뒤집어질 정도라고 해도 좋다.

콘텐츠의 본고장들 역시 다양하다. 유럽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 없는 나라를 찾기가 힘들다. 특히 한국 콘텐츠의 경우는 KBS를 비롯한 방송사 및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직접 계약을 통해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리바바의 막강한 배경이 알게 모르게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알리바바가 우호적인 엔젤 투자만 유치하라는 지시를 최근 은밀하게 하달했을 정도였다.

유튜브가 중국 시장을 뚫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6000만 명 전후에 이르는 해외 화교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것은 아예 ‘신의 축복’이라고 해야 한다.

이 화교들은 또 각자의 국가에서 유쿠투더우를 비롯한 중국 OTT 업체들의 헌신적인 홍보맨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쿠투더우로서는 전혀 예상 못한 조력자들을 아무 힘 안 들이고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유쿠투더우가 유튜브까지 맹추격하면서 중국 OTT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서려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많다. 무엇보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아이치이(愛奇藝)와 텅쉰(騰訊)을 완벽하게 제압,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치이가 최근 더우인과의 제휴를 통해 숏폼 동영상 제공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쟁업체와의 초격차를 지향하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헤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지적 재산권 문제에 있어서는 할 말이 거의 없는 현실도 유쿠투더우 입장에서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0월 야심적으로 만들었다는 자체 예능 프로그램 ‘오징어의 승리’라는 콘텐츠만 살펴봐도 좋다.

누가 봐도 한국의 세계적 히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표절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때 유쿠투더우가 공개한 분홍색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등을 사용한 포스트 디자인과 ‘도전’, ‘어린 시절 놀이’ 등의 홍보 문구를 본 네티즌들은 곧바로 해당 프로그램이 ‘오징어 게임’을 베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유쿠투더우의 오징어의 승리는 오징어 게임이다.”라는 해시태그 등이 상위에 노출되기도 했다. 유코터우두로서는 당하지 않아도 될 괜한 망신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급기야 유큐투더우는 “이미 폐기했던 초고를 실수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겨났다.”고 사과하면서 프로그램 이름을 ‘게임의 승리’로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일은 터지고 난 다음이었다.

현재 의미 있는 순이익은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궁극적으로는 압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이는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유튜브까지 넘보는 것이 가능한 극강의 OTT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유쿠와 투더우가 ‘따로 또 같이’ 식의 분리 경영에 나서는 현실까지 더하면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수년 내에 몸값 1000억 위안대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말이 업계에 나도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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