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시간 전부터 11차례 신고...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화 키워
경찰청, 신고 녹취록 공개...특별수사본부 꾸려 감찰·수사에 착수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이스라엘에서 온 관광객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헌화를 마친 뒤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 당일 이태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여보세요 클럽 가는 길 헤밀턴(해밀턴) 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지금 아무도 통제안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 4시간여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경찰에 첫 신고된 (녹취록)내용이다. 

이번 참사는 첫 신고 때부터 이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고자는 '압사 당할 것 같다’', '불안하다'는 표현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하지만 녹취록으로 확인한 경찰의 대응은 '출동해서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여 적절한 조처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경찰은 신고 전화 11건 가운데 7건은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전화 상담 등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4건만 (현장에) 출동했다. 시민들의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시간 35분 뒤인 오후 8시 9분 두번째 전화에서도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넘어지고 다친 사람이 많다"며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사람들을 인도로 피신시킨 게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계속해서 "통제가 안 된다(3번째 신고)", "아수라장이다(4번째 신고)",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5번째 신고)"라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사 사흘 만인 1일 오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착수하는 등 뒤늦게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1일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하며 사고 발생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모두 122건의 경찰 신고가 접수됐으며, 사고 발생 4시간여 전부터 위험 징후 신고가 1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첫 신고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조치’ 했다. 실제 나갔는지 등은 감찰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사고 당일 112신고가 4시간여 전부터 이어졌다는 사실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경찰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조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고, 한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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