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 칸에 403명 탄 셈...1㎡당 6.6명이 서 있는 상황
복지부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 구축...심리상담 지원

 

서울지하철 신도린역에서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신도린역에서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51)씨는 3일 오전 출근길에 전철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객차 안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면서 심하게 몸이 조여드는 경험을 했다. 평소에도 전철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그같은 일이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스쳐지났다.

지난달 29일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극심한 대중교통에서도 언제든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혼잡 시간대 서울 일부 지하철 내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혼잡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가 유동인구 데이터 바탕 지하철 혼잡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출퇴근 시간) 가장 혼잡한 지하철역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40분 1호선 구로역에서 구일역 방면으로, 열차 내 혼잡도는 252%를 나타냈다. 

서울메트로 웹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은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을 160명(혼잡도 100%)으로 보고, 혼잡도를 계산한다. 이 계산을 기준으로 퇴근 시간대 구로역 혼잡도 252%는 지하철 한 칸에 403명이 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철 1량의 넓이는 약 60.84㎡로 1㎡당 6.6명이 서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은 약 180㎡(55평) 정도의 넓이다. 이 공간에 1000명에서 1200명가량이 한꺼번에 몰린 만큼 1㎡당 5.6∼6.6명이 서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퇴근 시간대 구로역 차량 내부가 당시 이태원 참사 상황과 비슷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만일에’라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기간(8월 1일~10월 31일 데이터, 수요일 기준) 구로역의 출근 시간대 혼잡도는 오전 7시 40분 210%로 지하철 한 칸에 330명이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당 환산하면 5.42명이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을 경찰이 집회 인원을 추산할 때 쓰는 ‘페르미 추정법’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골목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은 ‘밀집 집회’의 경우라도 남성 기준 400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당시엔 이 골목에는 1000~1200명가량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몸무게 65㎏ 정도의 성인 100여명이 하단에 가하는 힘이 18t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최소 180t 이상의 하중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성인들도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이자 고통이었던 것이다. 혼잡도가 극심한 수준의 지하철도 마찬가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지하철 내부 혼잡도도 비슷한 위험 수준을 보이고 있다. 4호선 동작역 퇴근 시간 최고치는 238%로 한 칸에 약 380명이 탑승했고, 5호선 군자역 퇴근 시간 최고치는 228%로 약 365명에 달했다.

서울메트로 웹진에 따르면 승객이 빈틈없이 탄 경우에는 혼잡도를 230%로 보고 있다. 더는 탈 수 없는 수준이다.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다.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 마음안심버스가 세워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등의 심리 안정을 위해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마음안심버스에서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를 돕기 위해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한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 마음안심버스가 세워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등의 심리 안정을 위해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마음안심버스에서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를 돕기 위해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한다. [연합뉴스]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상의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특히 동년배의 희생으로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초중고생들과 대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심리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100명 규모의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을 구축하고 국가트라우마센터,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등과 협업해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심리지원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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