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책임’ 통감,
개도국은 탄소중립 원년 앞당기는 자체 노력 강화해야

기후온난화로 파키스탄에는 100년만의 홍수가 발생해 전 국토가 홍수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의 물에 잠긴 마을 [사진=AP/연합뉴스] 
기후온난화로 파키스탄에는 100년만의 홍수가 발생해 전 국토가 홍수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의 물에 잠긴 마을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 올해 초,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1년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평균 1.11~1.2℃ 높았고 2021년을 포함한 최근 7년이 역대 가장 따뜻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의 ‘2021 전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2022)’에 따르면 주요 세계 기후변화 지표 즉,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높이, 해수면 온도, 해양 산성도 등의 기존 최고 기록이 2021년에 갱신되었다.

특히 현재의 해양 산성화 속도는, 약 5600만 년 전부터 약 17만 년 동안 계속된 기후 변화사건인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PETM))에서 진행된 산성화 속도의 10배 이상 빠른 속도다.

급속한 속도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작년에 독일에서 일어난 심각한 홍수는 2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고, 세계적인 극심한 가뭄은 캐나다, 미국 뿐 아니라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등 많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기후로 인한 위협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충격의 복합적인 영향과 함께 전 세계의 식량 안보 개선을 향한 수십 년의 진전을 약화하였다.

작년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파키스탄,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는 올해 봄(3~5월)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50도의 ‘살인 폭염’을 겪었다.

폭염이 지나가기 무섭게 작년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파키스탄에서는 우기(6~9월)에 내린 강수량에 의해 국토 3분의 1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기록적 홍수가 일어났다.

이번 홍수로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7분의 1인 33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의 재난 복구 비용은 4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식량난이 시작되었고, 홍수 피해 복구 지연으로 10월부터 이뤄져야 하는 밀 파종이 미뤄져 파키스탄의 식량 부족 사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00년만의 폭염을 두고 파키스탄 환경부 장관은 트윗에 “우리의 선진국 친구들이 만들어낸 오염 탓에 우리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

파키스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총배출량의 1%도 안 된다. 전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에 달려 있다”는 글을 남겼다.

기후위기의 역사적 ‘책임’이 선진국에 있다는 입장으로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선진국이 재정지원으로 ‘책임’을 지라는 의미이다.

1959년 이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파키스탄의 배출량은 0.4%에 불과하다. 미국(21.5%)이나 중국(16.4%)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파키스탄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50% 감축이다. 단 50% 중 35%p는 ‘국제사회의 금융지원이 있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탄소중립 선언은 아직 하지 않았다.

반면에 인도는 현재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4위 탄소 배출국이고 브라질이 뒤를 잇는다. 이 5개국의 1990년 이후 누적된 탄소배출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전세계 GDP의 약 11%인 6조 달러에 달한다.

인도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정한 2050년보다 20년이 뒤진 2070년을 탄소중립 시점으로 잡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은 10억 톤 감축, 탄소집약도(배출량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는 4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1조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전력의 75%는 석탄으로 만들고, 전력 수요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빨리 늘어나고 있다.

파키스탄도 2015년 1억7000만 톤이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엔 2억3000만 톤을 기록하는 등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년 전인 1820년에는 전 세계 탄소의 98.5%가 선진국에서 배출됐다. 하지만 2020년엔 개발도상국이 전체 탄소 배출의 69.6%를 차지하면서 선진국의 배출량을 역전했다.

독일 기후연구기관 저먼워치가 평가한 기후위험지수에서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등 최빈국들이 1∼3위를 차지했다.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개도국 20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V20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물어 피해보상으로 G20등 부자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역사적인 책임(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의 비중이 25%로 가장 크고 세계 인구의 20% 이하인 선진국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배출하지만, 기후변화의 피해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만을 배출하는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투발루나 전통적인 농어업 국가인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위도 개발도상국의 약 10억 명이 겪고 있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개도국이나 선진국과 구분 없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다. 어떤 나라도 어떤 집단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통받고 최악의 피해를 당한다.”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책임 소재의 문제와 형평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 세계 누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무엇보다 최악의 고통 속에서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는 소용이 없다.

선진국은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고 개도국 기후위기 대응 지원을 위해 약속한 기금을 조속히 마련하고, 동시에 개도국은 현재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책임’에 대한 자체적 노력으로 탄소중립 원년을 앞당기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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