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이 차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영국이 19세기 중엽을 전후해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철저하게 짓밟은 원인이 막대한 양의 중국 차 수입으로 인한 무역적자에 있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지난 5000년 동안 차도 엄청나게 마셔댔다고 해도 좋다. 소설 ‘삼국연의’의 첫 장면에 효자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차가 나오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시장도 비슷한 규모로 대단했다고 해도 좋았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차 산업에 뛰어들어 재벌이 된 유명 상인들이 전국에 한둘이 아닐 정도였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처럼 음료 시장의 압도적 강자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커피를 비롯한 다른 음료들의 시장이 MZ 세대의 등장으로 엄청나게 커진 탓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나이차(奶茶), 즉 밀크티(홍차에 우유를 가미한 음료) 시장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좋다.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가 미미했으나 지금은 시장의 강자들이 속속 유니콘 기업들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1년 기준의 시장 규모가 무려 1300 위안(元. 2조5350억 원)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좋다. 아무리 늦어도 2025년에는 2000억 위안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칭(重慶)시에 소재한 한 수이사오셴차오의 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직전이라고 해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할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충칭(重慶)시에 소재한 한 수이사오셴차오의 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직전이라고 해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할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 시장의 압도적 강자는 역시 프리미엄을 기치로 내세운 시차(喜茶. 영문명 헤이차HEYTEA)와 나이쉐더차(奈雪的茶)가 아닐까 싶다. 또 가성비를 무기로 하는 미쉐빙청(蜜雪冰城)의 기세 역시 간단치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크호스는 누가 뭐래도 수이사오셴차오(書亦燒仙草. 이하 사오셴차오)라고 해야 한다. 최근 프리미엄과 가성비가 가지는 약점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하면서 업계를 완전히 뒤흔들 이른바 업셋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미국 MLB나 한국 KBO 리그에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로 진출한 언더독이 연전연승으로 우승을 거머쥐는 것과 같은 기적을 노린다는 평가를 듣는 사오셴차오는 지난 2007년 겨울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고고의 성을 울렸다.

당시 창업자 왕빈(王斌)은 푸젠(福建)성의 특산 디저트인 ‘사오셴차오(烧仙草)’에 착안, 사업 아이템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셴차오(仙草) 잎으로 만든 젤리인 사오셴차오가 열을 식혀줄 뿐 아니라 미용에 좋기로 소문난 사실에 기대를 한껏 걸었던 것이다.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매장의 이름은 ‘85℃tea’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왕 창업자는 매장 문 앞의 광고문에 ‘사오셴차오’ 전문 판매점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 실제로도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린 효자 상품은 ‘사오셴차오’였다고 한다.

열을 식히고 위를 보호하는 효능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청두 주민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좋았다는 것이 업계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왕 창업주는 사업이 잘 되자 매장을 연지 3년 후에 정식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주변 주인들이 가맹점 점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랬으니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당연했다. 6년이 되도록 가맹점은 50여 개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2013년 마침내 지금 회사인 전신이라고 해도 좋을 쓰촨수이찬인(四川書亦餐飮)을 정식으로 설립하기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후 그의 의도는 맞아 떨어졌다. 프랜차이즈 관리가 예상보다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본고장인 쓰촨성 시장은 완전 장악했다고 해도 좋았다.

호사다마라고 2016년에는 매장이 분쟁에 휘말리는 위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유명 제과점인 85℃가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왕 창업자는 매장의 이름을 지금의 수이사오셴차오로 개명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런데 이게 전화위복이라고 대박이 났다. 당시 나이차 시장은 완전 우후죽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겨나던 것이 현실이었다. 뭔가 특화된 이미지를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인기 제품이던 사오셴차오는 브랜드 이름으로는 정말 적격이었다. 프랜차이즈 관리 회사와 매장 이름을 합친 수이사오셴차오는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수이사오셴차오의 광고. 각 제품에 들어가는 토핑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제공=징지르바오.
수이사오셴차오의 광고. 각 제품에 들어가는 토핑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제공=징지르바오.

현재 사오셴차오의 위상은 간단치 않다. 우선 전국에 지사라고 할 수 있는 자회사들이 많다. 2급과 3급 자회사들이 각각 11개와 53개에 이른다.

현재 확장 속도로 볼 때 조만간 20여개와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원들의 수 역시 웬만한 글로벌 중견 기업 못지않다. 3000여명에 가깝다.

전국에 포진해 있는 점포 수는 아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2022년 하반기 기준으로 무려 7000여 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쉐빙청의 2만여 개 다음으로 많은 수를 자랑한다.

매출액이 적으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2021년 기준으로 70억 위안 가까운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6% 남짓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적은 것 같으나 업계가 치열한 경쟁 하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에서 음료 사업을 하는 천치웨이(陳其衛)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 “6% 남짓한 점유율은 얼핏 보면 얼마 안 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업계 1위인 시차의 점유율도 겨우 10%를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전국에 밀크티 매장이 무려 50만 개 가깝다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당연히 사오셴차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단하다. 2021년 기준으로 106억 위안의 기업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볍게 유니콘 기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사오셴차오가 미쉐빙청을 넘어 시차와 나이쉐더차를 언제인가는 극복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한다.

조만간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업계 4위인 언더독의 반란은 사오셴차오의 공격적 경영을 살펴보면 진짜 괜한 허풍이 아닐 듯하다. 먼저 적극적인 점포 확충 행보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수년 내에 미쉐빙청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 등으로부터 별로 어렵지 않게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 상태대로라면 지금까지 유치한 6억 위안은 거의 껌 값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MZ 세대들에게 그 어느 회사보다 어필하는 영업 전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음료 한잔 값이 평균 15 위안 전후로 저렴할 뿐 아니라 ‘음료의 반이 토핑’이라는 광고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아낌없이 주는 판매 방식을 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밀크티 기업이라고 상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왕 창업주를 비롯한 사오셴차오의 경영진들도 이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위상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사오셴차오는 현재 기업 가치의 최소 5배 전후인 600억 위안대의 공룡으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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