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우럭과 서해 열기 주렁주렁

씨알좋은 우럭 쌍걸이
씨알좋은 우럭 쌍걸이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우럭낚시는 5, 6월경과 10월 중순에서 12월 초까지가 연중 가장 조황이 좋다. 물론 심해 침선 낚시는 연중 물때와 상황에 따라 호조황일 수도 있다.

 우럭낚시는 선상낚시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대표적인 낚시다. 대개 우럭낚시를 시작하면서 다른 선상낚시로 분야를 확대해나가는 꾼들이 많다.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선상낚시는 우럭낚시, 외수질낚시(농어·민어·우럭·광어), 다운샷낚시(광어·우럭), 주꾸미·갑오징어낚시, 열기낚시, 볼락낚시, 백조기낚시, 갈치낚시, 가자미낚시, 빅게임(방어·부시리), 문어낚시, 한치·오징어낚시, 무늬오징어낚시 등이다. 

1960년대 우럭낚시에서 출발하여 약 60년 동안 선상낚시는 합사의 발명과 전동릴 사용, 어종에 맞는 낚싯대의 개량 등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했다.

이런 낚시도구의 개량보다 더 눈부신 전진은 낚싯배 자체의 현대화다.

보통 20명이 타는 10톤의 낚싯배는 어탐기와 레이더 등 각종 전자장비를 장착하여 정확하게 포인트를 찾아 들어간다.

하지만 조과는 해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어족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낚시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조과를 올리는 배들이 있다.

인천부터 시작해서 안흥항, 신진도항, 오천항, 무창포항, 홍원항, 비응항, 격포항 등에는 그 항구를 대표하는 우럭 배가 두세 척 정도 명함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잘 잡는 선장의 배는 유명세를 타서 몇 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타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물때가 좋고, 호황이 예상되는 계절에는 더욱 그렇다.

이 배들은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선장의 배 대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선상낚시 중에서 특히 우럭낚시는 계절, 물때, 수온 등 용왕님이 관장하는 부분이 전체의 90%, 나머지 10% 중에서 선장의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또 90%다. 남은 1%가 바로 낚시꾼의 기술이다.

하지만 모든 배에게 용왕님은 똑같은 비중으로 은혜를 베푸시기 때문에, 낚시꾼의 선택은 선장의 솜씨에 향해 있다. 

 우럭낚시는 결국 선장낚시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확실한 선발투수가 있는 낚싯배는 대부분 승률이 높다.

이런 우럭 낚싯배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5년, 10년 이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꾼들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명성을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반대로 추락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꾼들의 커뮤니티가 그만큼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우럭낚시에  집중하는 꾼들
우럭낚시에  집중하는 꾼들

11월 6일 일요일, 4물, 새벽 5시 경 홍원항 드래곤호를 탄다.

먼저 자리 추첨을 한다.

꾼들이 선호하는 자리는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다. 선수와 선미를 좋아하는 꾼도 있고 중간 자리를 선호하는 꾼도 있다.

나는 중간보다는 앞이나 뒤를 좋아한다.

줄걸림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자리에 앉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안면도에서 출항하는 유명 배를 탔었는데, 그날은 종일 선장이 포인트에 앞으로만 배를 밀고 들어갔다. 앞자리부터 차례로 어신이 오고 뒷자리는 거의 어신을 받지 못했다.

뛰어난 선장은 앞으로도 뒤로도 들어가 꾼들이 골고루 어신을 받게 해야 한다. 

바람이나 조류 때문에 뒤로 들어가면, 혹은 앞으로 들어가면, 배가 돌아서 포인트에 대지 못한다고 말하는 선장이 있다.

그건 선장이 배 대는 솜씨가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후진 주차도 하고 전진 주차도 하니, 배도 마찬가지다. 

한 배에 탄 20명의 꾼이 골고루 못 잡으면, 꾼들은 크게 불만이 없다. 그날은 용왕님이 고기를 안 주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앞쪽에 있는 사람들만 많이 잡고 뒤쪽이 거의 못 잡으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추첨 결과 좌측 제일 뒷자리다.

낚시하기 편하고 줄이 덜 걸려 좋아하는 자리다. 배를 반쯤만이라도 뒤로 들어가게 하면 금상첨화인 자리다.

5시경에 출항한 배는 7시가 좀 못 되어 속도를 줄인다. 포인트에 왔다는 방송을 한다.

분주하게 채비 준비를 한다.

미끼는 대부분 붉은 염색 오징어와 흰색 오징어다.

3단 채비가 많다. 나는 2단 채비에 붉은 오징어를 끼운다. 

외연도 남서쪽 지점 어초에서 낚시가 시작된다. 선장이 포인트에 들어갈 때마다 어초 높이를 알려주고 몇 미터를 올리라고 멘트를 해준다.

가끔 아주 친절한 선장은 좌측 뒤로부터 들어간다, 우측 앞으로부터 들어간다, 이런 멘트를 하는 선장도 있다. 잘못 들어갔으면 잘못 들어갔다고 다시 들어간다고 멘트를 하는 선장도 있다.

그런 선장이 잘하는 선장이다. 그렇지만 그런 멘트 자체가 영업비밀로 아는지, 함구하는 선장이 대부분이다. 

어초나 침선 높이와 몇 미터를 올리라는 멘트만 해주어도 꾼들에게는 대단히 도음이 된다.

포인트에 들어갈 때마다 두어 마리 우럭이 올라온다. 씨알은 중간 정도다. 나는 한 번은 어초에 들어가서 채비가 걸렸고, 두어 번은 아무런 반응을 못 받았다. 선장은 부지런히 포인트를 이동한다.

어청도 동쪽에서 채비를 내린다. 큰 반응이 없다.

내 옆 꾼들은 두어 마리를 잡았건만 나만 거의 두 시간 동안 꽝이다. 처음 내렸을 때 밑걸림이 생겼다. 그 다음부터 내가 높이 들어서 반응이 없었다는 생각을 한다. 

2미터짜리 침선이란 멘트가 나오고 좀 지났는데 배 중간에서 입질이 들어온다. 이때는 과감히 바닥으로 내려도 본다.

내렸더니 후다닥하는 큰 입질이 온다.

수심은 50미터 정도. 고기가 힘을 쓴다.

우럭 낚싯대가 휘청휘청거린다. 이게 우럭낚시의 진수다.

올라오니 4짜 중반의 준수한 씨알의 우럭이다. 

그러면서 내가 입질층 보다 위로 띄우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선장은 밑걸림 발생까지 우려해 보수적으로 높이를 알려주는 거다.

좀더 공격적으로 낚시하자는 생각을 한다.

다음 포인트로 옮긴다.

2미터 정도 높이라 한다. 바닥 찍고 한 바퀴만 감는다. 이때 후다닥 하는 입질이 온다. 높이 든 다음 조금 기다렸다가 올린다.

이번에는 손맛이 더 좋다. 고기가 바닥으로 처박는다.

심장은 두근두근한다.

수면 아래부터 시커먼 물체 두 점이 보인다. 쌍걸이다.

씨알도 준수하다. 

포인트 이동, 바닥 포인트란다.

씨알 좋은 열기 한 마리가 올라온다. 열기가 있으니 열기채비로 바꾸어도 좋다고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11월부터 12월, 주꾸미 낚시가 끝날 무렵부터 어청도 주변에서는 열기가 많이 올라왔다.

군산에서 출조해 어청도 남쪽 자연초 포인트에서 열기를 제법 많이 잡은 적도 있다. 6개짜리 열기바늘 채비로 바꾼다.

서해에선 5, 6개의 바늘이 적당하다. 욕심내어 바늘 10개짜리를 사용하면 옆 사람과 엉킬 확률이 대단히 높다.

열기가 주렁주렁
열기가 주렁주렁

포인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바로 열기 특유의 입질이 온다. 우럭 채비로 어초에 들어갔을 때 입질만 하고 도망간 녀석들이 바로 열기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만큼 열기 자원이 제법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열기는 입질이 오면 한 바퀴 정도를 감고 조금 기다려서 줄을 태워야 한다. 밑걸림이 있을까 봐 조금씩 더 들어 올려 입질이 그치면 채비를 회수한다. 네다섯 마리의 열기가 달려 있다.   

 이렇게 하여 점심 식사 전까지 약 40여 수의 열기를 잡았다. 식사 후 포인트를 안쪽으로 옮기니 입질이 뜸해진다. 철수할 때까지 서너 마리의 우럭을 추가한다. 

서해 열기
서해 열기
우럭 등따기
우럭 등따기

 철수할 때 보니 24리터 쿨러를 거의 채웠다.

우럭 10마리, 열기 45마리 정도가 총 조과였다. 무게로는 18kg 정도. 우럭 씨알은 좋았다. 열기 씨알이 좀 작은 게 아쉬웠다.

우럭낚시는 12월초까지는 호조황으로 예상된다.

조금에서 3물 때까지가 평균 조황이 좋다고 봐야 한다. 우럭은 연중 맛있는 생선이지만, 요즘의 우럭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가을 바다의 물빛도 볼 겸 해서 출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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