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따라 어울리는 맛과 향의 와인이 존재할까?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나에게 책, 프랑스 와인, 과일, 좋은 날씨 그리고 문 밖에서 누군가가 연주하는 음악을 주시오.”

- 존 키이츠 (영국 낭만파 시인 1795~1821)

“Give me books, French wine, fruit, fine weather and a little music played out of doors by somebody I do not know.”  ― John Keats

                 

계절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이 달라진다.

왜 그럴까?

여름에는 하드 락이 듣고 싶으나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자꾸 클래식 음악이나 서정적인 발라드, 잔잔한 재즈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날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맑고 화창한 날과 비오는 날은 분명히 듣고 싶은 음악이 다르다.

심지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실연당한 경우 모든 유행가 가사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에 푹 빠졌을 때는 모든 가요가 사랑 노래로 들리기도 한다.

역으로 보면 음악에 따라 어울리는 계절이나 날씨, 자신이 처한 환경이 있다는 것이란 얘기도 된다.

그럼 와인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이 있지 않을까?

음악에 따라 더 풍부하게 느끼는 향과 맛의 요소가 있거나 마시고 싶은 와인의 종류가 있지 않을까? 

음악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고 음의 높낮이가 다르고 박자가 있고 연주기법이 있고 연주하는 악기도 다양하다.

이런 음악의 각 구성요소와 와인과의 궁합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음악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마케팅에서 정설이 된 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는 2015년의 쇼팽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조성진과 최연소 쇼팽 콩쿠르 1위를 했다는 윤디 리의 한국 연주회에서의 대형 사고(?)에 대한 뉴스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로 최연소 우승자가 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여 지휘자를 울게 만들었던 임윤찬이 있다.

소위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젊은 연주자들은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클래식계를 주름잡고 있다. 이 현상도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으나 본 칼럼 주제를 벗어나기에 본 칼럼에서는 피해가기로 한다.

여기에 BTS, 블랙핑크 등도 세계 대중음악계를 휩쓸고 있기에 한류 바람은 음악의 장르를 떠나서그 절정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음악계에서의 한류 흐름을 접하면서 더더욱 음악에 따른 와인 구매 행동이나 맛과 향의 느낌과의 궁합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는 것 같다.

국악과도 매칭시켜보고 싶다.

그래서 와인과 음악의 궁합 (Pairing Wine with Music, Mariage of Wine & Music)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조사를 시작해보았다.

막상 조사를 해보니 의외로 관련 연구가 많다.

따라서 이것을 몇차례에 나누어 정리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음악에 따른 와인 구매 행동의 차이에 대한 연구부터 들어가보자.

1997년(North, Hargreaves, & McKendrick 1997)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슈퍼마켓에서 쇼핑객들에게 어느 나라 음악인 지 알려주지 않은 채 프랑스 음악(아코디언 연주)과 독일 음악(금관악기 밴드 음악)을 틀었을 경우 각국 와인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는 프랑스 와인이 20%이상, 독일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는 독일 와인이 50%이상 더 판매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게 어떤 음악의 해당 국적에 대해 감각이 길들여져 있는가 보다.

이게 연상 작용에 의한 반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알고 있는 음악을 들었기에 그 나라 와인에 관심이 갑자기 생긴 것일까?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사람들은 반응을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보다 앞선 1993년 연구 (Areni & Kim, 1993)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상위 Top 40의 대중 음악을 어떤 와인 소매점에서 틀었을 경우 클래식 음악을 듣게 했을 때 고객들이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그 이유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사람들이 더 복잡 미묘하고 풍요롭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는데 필자는 클래식 음악이 왠지 더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고품격으로 느껴져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에 맞게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된다.

음악 자체보다는 클래식 음악은 왠지 귀족으로서 귀족들의 소음악회에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연구결과를 놓고 부부가 소주를 마시고는 부부싸움을 해도 와인을 마시고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유사한 행동패턴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음악과 와인 구매와 관련해서 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제는 맛과 향과 음의 높낮이나 음악의 템포 등과 관련한 사람들의 느낌과 행동의 차이나 변화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여기 맛과 향과 음의 높낮이에 관한 연구결과가 있다.

맛과 향과 음의 높이(Pitch)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니 알코올 음료에서의 맛과 향과 음의 높이(Pitch)의 관계에 관한 최초의 연구는 홀트-한센(KRISTIAN HOLT-HANSEN)이 1968년에 한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는 300Hz~1000Hz 대의 음(音)을 들려주면서 맛이 다른 두 종류의 맥주와 특별히 어울리는 특별한 음의 높이(주파수)가 있는 지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알코올 도수 5.0%의 일반 필스너(Pilsner) 타입의 칼스버그 라거(Carlsberg Lager) 맥주는 주파수 510~520헤르쯔(Hz), 홉을 많이 넣어 강한 이국적 향에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강한 필스터 타입인 엘리펀트 맥주(Carlsberg Elephant)(알코올 도수 7.2%)는 640~670Hz의 음에서 맛과 음이 더 조화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즉 향과 쓴 맛이 더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경우 더 높은 주파수 즉 더 높은 음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주파수에서 위로든 아래로든 멀어질수록 맥주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응답을 많은 실험 참가자들이 내놓았다고 한다.

이는 맥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주파수 영역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500~700Hz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다.

같은 연구자들이 행한 1976년 연구에서는 매칭되는 리듬의 소리를 들으면서 맥주를 마실 때 더 기분 좋게 마셨고 일부 실험 참가자는 심지어는 마약했을 때처럼 환각 상태의 경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일종의 음악과 알코올에 의해 범아일여의 경지, 몰아지경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클럽이나 재즈바나 음악 카페에서 이런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한 두번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럼 와인에서는 어떨까?

궁금하면 다음 칼럼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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