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의한 ‘손실과 피해’ 합의는 역사적 성과…그러나 실제 시행은 첩첩산중
석탄 감축은 합의,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 감축 목표 없어"
'섭씨 1.5도 목표'는 논란 끝에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 결론 재확인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20일(현지시간)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당초 18일 폐막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요 쟁점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차로 20일 새벽까지 마라톤 연장 협상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최종 선언문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즉각적이고 신속하며 지속가능한 조치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20일(현지시간)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막을 내렸다. [사진=UN News]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20일(현지시간)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막을 내렸다. [사진=UN News]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보상은 역사적인 진전

이번 총회에서 두드러진 결실은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합의로 역사적인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 감축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또 손실과 보상을 위한 재원의 부담을 어느 국가가 얼마나 질지에 대한 결정도 풀기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당사국들은 20일 그간 회의의 결과물인 '최종 선언'과 '손실과 피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에도 합의했다.

이는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채택된 사항으로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도 재확인됐으나 올해 총회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사국들은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는 총회 내내 뜨거운 화두였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뜻하는 말이다.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등에 의한 인명 피해나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동안 개도국들은 보상을 위한 기금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선진국들은 이에 반대했다.

온난화의 주요 유발자로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데다 보상 액수도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어떤 종류의 피해를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 또 언제부터 발생한 피해를 보상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막대한 피해 보상 당사자와 수혜자 놓고 논쟁 격화될 듯

연장 협상 끝에 당사국들은 기후 변화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기금 조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합의문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문화재 파괴 등 엄청난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면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개도국은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연간 1천억 달러(약 132조 원)의 기후변화 재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도 촉구했다.

이 막대한 재원 부담을 누가 질지에 관한 논의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앞으로 정말 어려운 문제가 다가올 것이라면서 펀드 설정과 재원 조달과 관련한 당사국 간의 합의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은 지난 20년간 발생한 기후 재앙으로 인한 피해액을 5천250억달러(약 705조원)로 추정한다. 다른 조사에서는 그 액수가 2030년까지 5천800억달러(약 77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가들이 화석연료 감축을 주장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가들이 화석연료 감축을 주장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면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 그 여정은 오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올해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천7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조 원의 물적 피해를 보았다. 수재민은 전체 인구의 약 15%인 3천300만 명에 이른다.

UN과 EU, 화석연료 감축 논의 없는 것에 강력한 비판

총회에서 다수의 국가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 되돌릴 수 없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행동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화석연료 감축 결의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과 석유 수출국 등의 행동에 아쉬움을 표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럽의 기후정책을 조율해온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은 (기후 대응의)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인류와 지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주요 배출국'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위한 새로운 약속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영국에서 개최된 COP26의 의장인 알록 샤르마는 "과학자들은 2025년 전에 탄소배출이 정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화석 에너지 사용 중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