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인사 한파' 뚜렷...여성 발탁은 계속
현장서 뛰는 인재 선호...여러 분야서 능통한 'CEO감' 모색
오너家 승진시계 빨라질 듯...유연한 조직문화도 확산세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2023년 경영진을 재편하고 신규 임원을 선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23년 임원 인사 시즌이 밝은 가운데, 주요 특징을 영단어 'F'로 시작하는 7가지 키워드(F7)로 정리한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여기서 말하는 'F7'는 ▲Fall(인사 규모 축소) ▲Female(여성 인재) ▲Future(미래성장 이끌 젊은 인재) ▲Field(생산·마케팅 등 필드 임원 승진) ▲Fusion(2~3개 분야에 능통한 융합 인재) ▲Family(오너 패밀리 승진) ▲Flexible(유연한 조직 문화)를 뜻한다.

30일 헤드헨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임원 인사 특징'을 발표했다.

◇ '인사 한파' 본격화...여성 임원은 증가 / 'Fall'과 'Female'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대목 중 하나는 임원 자리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22년을 맞아 대다수 기업들이 임원을 다수 등용했던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당시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속 특수를 누리며 실적이 선방했고, 보상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늘렸다.

하지만 내년 상황은 다르다.

반도체·가전·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내년까지 업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 긴축 경영을 하는 곳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에는 6932명이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871명, 6664명으로 감소하다 올해 7100명을 넘어섰다.

유니코써치는 올 연말 내년 초 사이 단행될 인사에서 100대 기업 임원 수가 다시 7000명대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업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이 컸던 IT 업종에서 임원 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 여성 임원은 미미하지만 증가할 전망이다.

성별이 아닌 실력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수는 2004년 13명에서 2013년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216명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에는 322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403명으로 400명대를 돌파했다.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 10명 중 4명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IT 업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LG그룹은 두 명의 여성 CEO를 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료=유니코써치]

◇ 젊고 현장에 강한 인재 1순위...'CEO 떡잎' 물색 / 'Future'·'Field'·Fusion'

코로나19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이 새롭게 재편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새 먹거리를 이끌 젊은 인재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사례도 많아질 전망이다.

실제 3~4세 총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러한 추세는 빨라지고 있다.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임원 중 1975년 이후 출생한 임원의 비중은 2020년까지만 해도 5%를 넘지 않았는데, 올해 10%를 돌파했다. 이 중에서도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임원 수는 100명을 넘어서며 1%를 상회했다. 

현장에 강한 '필드 임원'이 얼마나 중용될지도 관심사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게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인사·총무·홍보 등의 부서보다는 현장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인재를 발탁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황이다.

비용을 줄이고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기업의 경우 재무 출신 임원을 경영 전면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재무 출신이 CEO로 나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분위기 속 2~3개 분야에서 활약하는 융합형 인재의 승진 여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거에는 한 분야에 정통한 인재가 두각을 보였지만,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 시대에 돌입하면서 여러 업계에서 능통한 역량을 보이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에는 변호사들이 기업으로 유입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법률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경영기획, 마케팅, 인사, 홍보 등의 다른 영역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융합형 인재가 차후 CEO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는 대학에서 이공계 학과를 전공한 변호사 출신으로, 홍보와 마케팅 경력도 갖추고 있다.

[자료=유니코써치]

◇ 오너가 '승진 시계' 빨라진다...유연한 조직문화도 중요 / 'Flexible'·'Family'

최근 몇 년 사이 경영에 참여하는 젊은 오너 일가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승진 행보도 빨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10월 조기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의 경우 경영리더(임원 통합 명칭)에서 실장으로 1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상무도 올해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사장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했다.

인재 중용과 조직개편으로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이번 인사의 주요 화두다.

앞서 기업들은 속도감 있게 사업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세대차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직급을 파괴하고 직무 중심으로 임원 인사 시스템을 재편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비롯해 유연근무제 등이 확산되고 있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직 문화도 바꾸어야 할 과제가 남겨진 상황이다.

한편 국내 5대 그룹은 지난주 LG그룹을 시작으로 임원 인사에 본격 돌입했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차례로 단행한다. SK와 현대차, 롯데 또한 12월 초에서 중순 사이 인사 내용을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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