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양꼬치 훈툰이 주 메뉴
베이징에만 110여개 매장 직영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음식 사업 만큼 쉬운 것도 없다. 인구가 14억 명이나 되는데다 이들이 먹는 것에 관한 한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정말 서러워하니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다.

중국에 요식업으로 성공한 유니콘들이 하나둘이 아닌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운 사업은 진입 장벽도 낮다. 너도 나도 뛰어들다 보면 곧잘 망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망하지 않은 채 사업을 20년 이상 끌고 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단하다고 해야 한다. 유니콘을 코앞에 두면서 체인점을 계속 늘려가는 것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어느 특정 지역에서 압도적 패자의 위치에 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베이징의 경우는 패스트푸드 체인 난청샹(南城香)음식유한공사(이하 난청샹)가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소재한 난청샹의 매장. 볶음밥과 양꼬치, 훈툰이 주력 메뉴로 보통 식당 체인들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사진=난청샹 홈페이지]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소재한 난청샹의 매장. 볶음밥과 양꼬치, 훈툰이 주력 메뉴로 보통 식당 체인들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사진=난청샹 홈페이지]

난청샹은 왕궈위(汪國玉) 창업자가 약 30여 전 전인 1993년 안후이(安徽)성의 한 작은 농촌 마을에서 베이징으로 이른바 무작정 상경을 한 직후 고고의 성을 토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그는 생존을 위해 베이징 남부인 펑타이(豊臺)구 마자푸(馬家堡)에 소재한 시뤄(西羅)채소시장에서 닭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규모는 아주 작았다. 좌판 몇 개를 놓고 장사를 했다면 말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장사를 통해 아주 귀중한 진리를 하나 깨우칠 수 있었다. 신선한 달고기를 튀기면 아주 맛이 좋다는 사실을.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프라이드 치킨의 위력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곧 자신의 깨달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 난청샹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은 바로 이렇게 1998년 문을 열었다.

당연히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식당을 개업한 초창기의 영업이 신통치 않았다는 말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식당이라고 해봤자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았다. 손님이 몰려도 몇 푼 벌지 못하는 처지를 벗어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이를테면 싹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부지런히 닭을 튀겼다. 중국인들의 최애 간식 양꼬치도 매일 새벽 받아오는 신선한 재료로 조리해 판매했다. 얼마 후 그의 정성이 통했는지 식당은 일대에서 유명세를 떨칠 기미를 보였다.

희망의 빛이 서서히 깜깜했던 동굴 안으로 비쳐왔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내친 김에 가성비로도 승부했다. 다른 식당보다 최대 50% 저렴한 가격으로 치킨과 양꼬치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펑타이구 일대의 도시화가 가속화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된 식당을 마련했다. 난청샹 1호점은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내친 김에 중국식 만둣국인 훈툰(餛飩)도 메뉴에 신규 추가했다.

이후 사업은 진짜 호떡 집에 불난 듯 잘 됐다. 베이징 일대에 체인점들도 속속 문을 열었다. 유니콘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했다.

그러나 2014년 승승장구하던 난청샹은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왕 창업자는 오랜 고민 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재까지 털어가면서 부채의 일부 청산에 나서면서 평소보다 더 노력도 했다. 그러자 부채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도 얻었다.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절박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 효과를 거둔 덕분이었을까, 난청샹은 다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폭발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평균 가성비가 가장 높은 업체로 군림하게도 됐다.

난청샹은 주마가편이라고 지금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해마다 수차례 씩 이뤄진 각종 개혁 조치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가능할 때까지 최소한으로 줄인 본사의 인력을 100% 직영인 일선 매장으로 보낸 구조조정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당연히 매장들의 서비스가 대거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난청샹은 배달에도 특화돼 있다. 자체 배달 앱이 베이징에서는 단연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사진=난청샹 홈페이지]
난청샹은 배달에도 특화돼 있다. 자체 배달 앱이 베이징에서는 단연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사진=난청샹 홈페이지]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형식인 직원들의 연봉제도 예사롭지 않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아예 구축해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수년 전부터는 매장별 매출이 최대 10배까지 오르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점에서 일하는 매니저인 쑤이란란(隋嵐藍)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일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아침 메뉴인 유타오(油條. 꽈배기)를 평균보다 많이 튀기면 추가로 수당을 받는다. 당연히 더욱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매장의 매출이 올라간다. 더불어 수당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다시 돌아온다.”

난청샹은 현재 베이징에만 110여 개 가까운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도 장난이 아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연 20억 위안(元. 372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으나 베이징에서만 사업을 하는 패스트푸드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하다고 해야 한다. 이는 난청샹 매장들의 매출이 전국 평균의 거의 5배 가까운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난청샹은 늦어도 2025년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다른 경쟁업체들의 케이스에 비춰보면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억 위안 전후의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 확실하다. 가볍게 유니콘 반열에 올라 설 수도 있다.

난청샹이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한 후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의 강자로 거듭나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중국인들의 최애 음식과 거리가 먼 프라이드 치킨을 배제한 후 볶음밥과 양꼬치, 훈툰 세 가지 음식을 주력 메뉴로 선정, 외길을 걸었던 마이웨이 정신을 꼽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적합한 배달을 특화한 것도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거의 대부분 매장에 배달 포장 전용 매대가 별도로 있는 사실이 잘 증명한다. 또 베이징에서 배달 앱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사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험난한 앞날에 직면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낮은 진입 장벽이 강요하는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난청샹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으로 손꼽힌다.

최근 베이징 인근의 톈진(天津)시와 허베이(河北)성, 상하이(上海)시 등에 지점을 두려는 이른바 전국구화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뉴스퀘스트=전순기 통신원 】만약 이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경우 난청샹은 조만간 상장과 관계없이 패스트푸드 업계의 유니콘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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