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12일째...철강·정유 업계 등 피해 1조5천억원 넘어서
정유·철강 업종 업무개시명령 방침...6일 민노총 파업 예고, 사태 악화
국토부, 업무복귀 미이행 기사·운송사 현장조사...미복귀 땐 행정조치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운송거부) 12일째. 석유화학·철강 업계 피해 규모가 1조원, 정유업계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파업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건설 등 산업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대화 창구를 열지 못한 채 업무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휴일인 지난 4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의 업무 복귀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금 이 시점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범죄로 인식하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불법과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화물연대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관계장관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은 화물연대의 6월 파업 이후 지난 5개월 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산업 생태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화물연대 측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30일 대화를 시도했지만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 이후 대화 창구가 막혀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는 더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시멘트 분야에 이어 정유·철강 업종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6일엔 민주노총이 전국 15곳에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지역본부와 소통하며 주요 거점별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에는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사태가 민주노총의 가세로 확산할 경우 이번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하루 평균 최소 1238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21% 수준이다. 출하 차질 물량은 누적 약 78만1000t으로, 1조173억원에 달한다. 

철강업계도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철강 업계 출하 차질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업계 전체 규모를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 5개 공장에서 하루 5만t 정도의 철강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기름대란'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휘발류 품절’ 또는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거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 기준 전국의 품절 주유소는 88개소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일 49곳, 2일 60곳, 3일 74곳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품절 주유소는 서울(34곳)과 경기(20곳) 등 수도권이 60%를 넘는다. 강원(10곳), 충남(10곳), 충북(6곳) 등 비수도권도 품절 주유소가 많아지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시멘트업계도 파업에 따른 피해가 1000억원을 넘겼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집계된 전체 피해액은 1131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집단 운송거부 당시 피해액(1061억원)을 넘어섰다.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달 30일 발동된 업무개시명령 이후 2일 기준 평년 대비 80%까지 회복됐지만 여전히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항만 컨테이너도 부산항을 제외하면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부산항은 평시 대비 97%까지 회복하며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인천항, 광양항 등은 여전히 반출입량이 평소의 10% 수준에 그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2020년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며 3년 한시로 도입한 제도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부받은 시멘트 화물차 기사가 운송을 재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화물차 기사나 운송사가 업무 재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30일 이하 운행정지(1차 불응), 화물운송자격 취소(2차 불응) 등 행정처분에 더해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5일 현재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는 총 455명이다. 업무개시명령서를 우편으로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받은 264명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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