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흡착 능력 일반 나무 다섯배...수질정화 작용도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 호치민에서 케나프 재배 고군분투
베트남 일부 교민들 케나프 농장 개간에 경쟁적으로 참여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가 호치민 북부지역에 개간중인 케나프 농장 전경.[사진=박민수 기자]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가 호치민 북부지역에 개간중인 케나프 농장 전경.[사진=박민수 기자]
고무나무 농장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케나프[사진=류기남 사진작가]
고무나무 농장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케나프[사진=류기남 사진작가]

【뉴스퀘스트=호치민(베트남)·박민수 기자 】 지구 온난화 위기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 해 풀로 알려진 케나프(Kenaf)가 주목받고 있다.

케나프는 아프리카와 인도가 원산지인 아욱과에 속하는 아열대 1년생 초본식물이다. 양마(洋麻)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30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성장이 빨라 100일 정도면 높이가 최대 3m를 넘고 줄기 직경이 2㎝에 이른다. 특히 이산화탄소 흡착 능력이 일반 나무의 다섯 배에 이르고 수질 정화 작용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나프 섬유는 강도가 높고 통기성이 우수해 현재 포장지, 여과지 등 다양한 종이 원료로 쓰인다. 케나프가 목재 펄프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섬유 펄프와 바이오복합소재 등의 제품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등 바이오 소재 식물자원으로도 다양한 방향에서 각광 받고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독일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소재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2013년 이래 친환경 소재를 활용 중인 BMW는 탄소소재를 활용한 전기자동차 i3를 시장에 출시했으며 이 모델은 상부 계기판에 케나프 섬유가 사용됐고 이는 폴리우레탄 필름을 커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친환경 소재로서 케나프를 소개하고 있다.

씨를 뿌린 뒤 30여일 지나 자란  케나프, 생육 속도가 빨라 베트남에서는 4모작이 가능하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씨를 뿌린 뒤 30여일 지나 자란  케나프, 생육 속도가 빨라 베트남에서는 4모작이 가능하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케나프는 특히 줄기를 포함한 조단백질 함량이 18% 정도(줄기 제외시 29%)로, 옥수수에 비해 3~4% 더 높아 조사료(粗飼料) 영양 가치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사료 작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또 케나프는 옥수수와 같은 곡류와 달리, 멧돼지나 야생동물의 피해가 없는 식물자원으로 재배도 용이한 편이다.

조사료는 지방, 단백질, 전분 등의 함량이 적고 섬유질이 18% 이상 되는 사료, 청초, 건초 따위 등을 말한다. 케나프 잎에는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칼슘 성분이 우유의 4배 정도로 가축의 면역 유지와 양질의 원유 생산에도 적합하다. 잘 자란 케나프는 키가 4~5미터, 직경은 6~7센티미터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옥수수보다 50% 이상 많다.

이처럼 케나프는 사료가치가 높고 생육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최근 가축용 사료로 경제성을 인정받아 전국 각지에서 시험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5월초 전후에 파종하고, 10월초를 전후해 1모작을 하지만 열대 지역인 베트남에서는 90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고 종자 수확을 포기하면 년간 4회~5회까지 생산 및 수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몇몇 베트남 교민들을 중심으로 케나프 재배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 경작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케나프 재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자는 지난달 12일 베트남 호치민 북부지역에 위치한 케나프 농장을 방문 생산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의 이상덕(사진 오른쪽) 사장과 이상근씨[사진=류기남 사진작가]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의 이상덕(사진 오른쪽) 사장과 이상근씨[사진=류기남 사진작가]

이 농장은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의 이상덕 사장과 이상근, 장원철 3인이 지난 5년간 힘들게 가꿔온 농장이다.

이들은 국내 굴지의 사료회사 주재원과 베트남내 주류유통업에 종사하다, 일찍부터 케나프의 효용과 가치를 알아보고 의기투합, 시험재배와 보급에 나섰다.

지난 2017년 베트남에서 최초로 케나프 재배를 시작한 이들은, 5년간의 끈질긴 노력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베트남의 기후와 토질에 맞는 종자 개량에 성공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호찌민시 북부에 위치한 빈푹성 부당(Bu Dang) 지역에 야지 10헥타를 매입(실제로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50년 임차), 직접 개간에 나서 농장을 일구었다.

이 사장의 케나프 농장은 베트남 남부 유일한 국립공원인 남깟티엔(Vuon Quoc Gia Nam Cat Tien) 계곡과 경계하고 있었다.

호치민 도심을 빠져 북쪽으로 잘 포장된 지방도로를 두시간 여 달린 뒤 또 한 시간여를 비포장 황톳길을 따라 자동차가 갈빗대가 삐꺽대며 울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끝없이 펼쳐진 고무나무 농장을 통과하고, 금방이라도 천길 절벽 계곡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가 개간한 케나프 농장의 베트남 인부가 케나프를 수확한 뒤 포즈를 취했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케나프 코-비엣 홀딩스'가 개간한 케나프 농장의 베트남 인부가 케나프를 수확한 뒤 포즈를 취했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그곳은 농장에 고용된 인부 외에는 인적을 찾을 수 없는 새와 벌레들의 천국인 울창한 정글 깊숙한 곳이었다.

이상덕(55) 사장은 “5년 전 베트남 정부로부터 10헥타르를 임대, 5헥타르 정도를 개간한 뒤 현지 토양에 적합한 케나프 종자 개량에 성공, 직접 케나프를 생산하고 있다”며 “재배 면적을 더 늘리고 싶지만 개간과 급수시설 등의 시설투자를 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사장은 이어 “그러나 국내 축산농가의 사료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케나프 재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사장은 “코로나 19 펜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로 야기된 유가상승, 인플레이션 등의 각종 악재로 인해 가축 사육에 필요한 수입 조사료도 가파른 가격 인상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농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기후조건으로는 축산농가에 공급하기 위한 고품질 사료 생산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 낙농 업계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고품질 조사료(粗飼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울러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는 조사료 가격을 매년 상승시켜 낙농가들의 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조사료 자급률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벼농사 면적,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으로, 지난해 조사료 자급률은 81%에 그쳤고 그나마 고품질의 조사료와는 거리가 먼 것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 축산업은 1970년대 축산진흥 정책 이후 농업 총생산의 25%에 해당하는 산업으로 발전했다.”며 “그러나 사료 급여에 있어서는 대다수 축산 농가가 곡물 위주의 사료를 과다하게 급여하고 있고 조사료 급여의 경우에는 사료 가치가 현저히 낮은 볏짚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장은 이어 “이러한 저급 조사료(볏짚)는 원유 및 육류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가축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며 “축산 분야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급여사료 중 조사료의 비율을 60%∼7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축산농가 조사료의 급여 비율은 40%∼45% 정도로 적정 수준에 비해서 많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조사료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볏짚의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가격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에, 조사료 급여 비율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볏짚 이외의 다른 대체작물 재배와 증산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은 코로나19로 일부 국가에서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곡물 수출을 봉쇄했던 것을 이미 경험했다”며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제한,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등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향후 또 다시 전 세계적인 전염성 바이러스가 발생 한다면, 원료 수급 불안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곧 사료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고 국내 축산업은 불확실성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8년도에 볏짚 생산량이 감소해 조사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이에 정부는 수입 조사료 쿼터량을 긴급하게 20%를 늘렸지만, 수입이 지연되어 농가에서는 심한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이 사장은 “고급육 생산을 위해서는 송아지 단계에서도 고품질의 조사료 사용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국산 조사료 품질 개선을 위해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조사료의 표시된 등급과 달리 실제 품질이 불일치 해 농가에서는 수입 조사료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 단계에서부터 수확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생산을 독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좁은 국토와 4계절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안에서의 생산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특히 고급유와 고급육에 생산에 필요한 고급 조사료의 생산과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는, 과감한 지리적 위치를 벗어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 주도하에 조사료 생산에 적합한 기후를 가진 외국 토지를 확보해서 현지 한국 농업인들에게 생산을 위탁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조사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베트남은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기후적으로 조사료 생산에 매우 적합한 나라이기 때문에 베트남이야 말로 케나프 재배에 조사료 공급에 최적지”라며 “정부 차원의 베트남 케나프 재배 농장 확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인부들이 케나프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베트남 인부들이 케나프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류기남 사진작가]

그러나 베트남에서의 케나프 재배는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최근 케나프 재배가 사업성이 있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케나프 농장을 운영한다고 나서는 교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실제 케나프 재배와는 무관하게 투자자들만 끌어들인 뒤 투자금만 챙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뜸했다.

이 사장은  “조사료 문제는 정부가 자급자족의 목표를 내걸고 정부차원에서 베트남 지역의 땅을 임대해 위탁 재배를 맡기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사장은 특히 국내 지역 단위 농협과의 협력도 가능하다며 지역단위 농협이 베트남의 땅을 임대하고 재배는 현지 농업법인을 통해 케나프를 생산 가공 수출하면 국내 축산농가의 조사료 고민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투자금만 확보되면 케나프를 재배할 수 있는 토지 확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며 “앞으로 케나프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한 만큼 공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현재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케나프 종자보급 및 재배 확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사장은 ”농업인구 노령화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사료 자급자족을 명분으로 축산농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조사료용 알파파나 케나프 등을 재배한 뒤 이를 사료로 먹이라는 데 농사도 제대로 못 짖는 마당에 조사료까지 재배 생산할 수 있는 농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사장은 “국내 축산농가의 조사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또 친환경 소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베트남에서 연간 4모작이 가능한 케나프를 재배 생산한 뒤 이를 가공해 국내에 들여오면 훨씬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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