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 안되지만 은밀하게 한류 즐겨
관영매체에서 휴대폰 매너 캠페인도

지난 11월18일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놓인 테이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의 핸드폰이 놓여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11월18일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놓인 테이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의 핸드폰이 놓여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지난 11월 18일 평양 순안공항.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자리했다.

딸 주애가 첫 등장해 화제가 된 발사 현장에선 김정은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딸을 바라보는 이설주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이설주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붉은색 커버를 씌운 핸드폰이 테이블에 놓인 장면도 북한 관영 매체의 영상에 드러났다.

이설주뿐 아니라 김정은도 핸드폰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이 TV영상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공식 행사장에서 핸드폰을 이용해 지시를 하거나 뭔가 화면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북한에서 핸드폰은 더 이상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구 2500만 명인 북한에서 핸드폰은 580~600만대 정도 보급된 것으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은 파악하고 있다.

평양에서 열린 신년 축하행사나 경축공연에서는 주민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하거나 셀카로 자신의 모습을 담는 장면이 드러난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통화는 물론 사진촬영이나 문자 전송, 게임 등을 즐기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특히 장마당에서 유통망을 장악해 큰돈을 거머쥔 돈주(錢主)들의 경우 핸드폰 2~3대를 번갈아 사용하며 돈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탈북민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과 합작으로 체신성 산하에 전담업체인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휴대전화를 본격 도입했다. 최근에는 ‘강성망’과 ‘별’이라는 단독회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휴대전화 개통에는 보통 300달러 정도의 가입비가 드는데, 580만대를 기준으로 잡아도 모두 17억4000만 달러(우리 돈 기준 2조2731억원 수준)의 달러를 북한 당국이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막대한 돈줄이 된다는 점에서 이젠 돌이키거나 철회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 핸드폰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 판매·유통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아리랑과 평양, 진달래, 푸른하늘, 길동무 등 모두 5종류에 이른다. 이 가운데 평양타치(터치폰)가 가장 인기다.

핸드폰 보급이 늘다보니 관영 매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예의범절이나 매너를 강조하는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우리의 감정과 미감에 맞게 고상한 것으로 호출음을 선택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벨 소리와 관련한 교양 있는 대처를 주문했다.

휴대전화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북한 당국은 한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4년 4월 평북 용천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 당국은 휴대전화 공급과 이용을 중단했다.

폭발을 원격조종하는데, 휴대전화가 사용됐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젠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북한의 휴대전화는 한류 드라마와 가요 등을 전파시키는 통로 역할도 한다. 북한은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인터넷과 차단돼 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외부 정보를 접하는 건 불가능하고 규정된 심(SIM) 카드를 꽂아 내부망인 인트라넷에만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제한 속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정보의 유통이나 동영상・드라마・가요 등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주로 마이크로SD카드 같은 저장 매체를 통해서다. 특히 한류 문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런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례가 은밀하게 늘어난다고 한다.

주민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린 휴대전화가 북한의 체제변화에 어떤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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