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55)
코로나19, 독감, RSV의 3개 질병 ‘트리플데믹’ 바람 불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 미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국가들이 특히 유아와 노인들에게 심각할 수 있는 호흡기질환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를 포함한 겨울 질병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

RSV는 코로나19, 그리고 독감과 더불어 세가지 유행병이라는 3중 전염병 의미의 ‘트리플데믹(tripledemic)’ 가운데 하나로 코로나 대유행 이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질병이다.

이 호흡기 질병인 RSV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만 해도 사실상 일반인들 사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그 사례가 급증하면서 일부 당국이 긴급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RSV 급속히 증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그동안 통제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터져 나왔을 것” 정도로 해석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미만의 어린이, 특히 신생아는 폐렴과 기관지염을 유발하는 RSV로 인해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RSV로 병원에 입원하는 6개월 미만 아기의 수는 수년 전에 기록된 수치에 비해 무려 7배에 이른다.

이러한 RSV 증가로 일부 보건 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한창일 때와 비슷하게 병원 밖에 텐트를 세워 환자를 처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추가적인 환자 유입을 예상하고 계획된 수술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유럽질병예방센터에 따르면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도 RSV 사례가 이례적으로 초기에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소아과 병원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

독감도 빠른 속도로 증가… 영국 전체 인구의 20% 넘어

독감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경우 병원을 찾는 독감 환자가 일주일 만에 거의 5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 보안국에 따르면 감염률은 15세에서 44세 사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 연령대의 실험실 샘플 중 24.3%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12월 4일 현재 일주일 동안 모든 연령대의 샘플 중 약 14%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 전 주보다 12.5%가 증가한 것이다.

대서양을 두고 양분된 유럽과 미국의 증가하는 트리플데믹의 수는 병원 병동을 압도할 정도로 그 수가 불어나고 있다.

팬아메리칸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의 국장인 카리사 페티엔(Carissa FEtienne) 박사는 지난달 아메리카 전역에서 증가하는 바이러스의 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15명의 어린이가 연쇄상구균에 감염돼 사망했다. A그룹 연쇄상구균은 경미한 질병부터 치명적인 질병까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연쇄상구균에 발생하는 병은 피부 감염 임페티고(impetigo), 성홍열, 그리고 인후염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감염은 비교적 경미하지만, 때때로 이 박테리아는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질환이라고 불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로 구성된 유럽 대륙 전역에 항생제와 해열제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그 이유에 대해 에너지난으로 인해 항생제 제조업체들이 풀가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사진=픽사베이]
대부분의 선진국들로 구성된 유럽 대륙 전역에 항생제와 해열제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그 이유에 대해 에너지난으로 인해 항생제 제조업체들이 풀가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사진=픽사베이]

선진국 유럽의 "일반 항생제 부족은 예상 밖의 일"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들로 구성된 유럽 대륙 전역에 항생제와 해열제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를 포함한 외신들은 그 이유에 대해 에너지난으로 인해 항생제 제조업체들이 풀가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봉쇄 이후 방역 규제가 풀리자 각종 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따라서 공장 가동이 어려워져 생산 차질 요인이 겹치며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항생제 부족과 관련 프랑스의 소아학과 단체는 항생제와 해열제 부족으로 어린이들이 시달리고 있다며 “불과 몇일 만에 커다란 공중보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비교적 어린이들에게 널리 쓰이는 항생제 아목시실린(amoxicillin)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과 해열진통제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들 약품은 중이염과 같은 가벼운 감염 증세에서부터 폐렴 등 위중한 질환에까지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공급부족으로 지난달부터 아목시실린, 특히 어린이용으로 쓰이는 경구용 액상 아목시실린 처방을 자제할 것을 현장 의료진에게 권고하고 있다.

가장 큰 의약품 대란을 맞고 아일랜드는 페니실린으로 부족으로 부작용과 내성이 있는 다른 항생제에 의지하는 ‘돌려 막기’ 식의 요법도 쓰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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