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차 국정 최우선 과제로 '3대 개혁' 천명
입법 과정서 상당한 진통 예상...'국민공감대 형성' 등 난제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노동·교육·연금 분야의 개혁을 예고했다. 집권 2년차 국정 최우선 과제로 '3대 개혁'을 천명하는 등 강한 의지를 나타냄에 따라 개혁 급물살이 내년 한 해 우리 사회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교육·연금 문제는 경제·사회 패러다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핵심 분야이자 쟁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진할 개혁 방향과 과제, 문제점을 살펴본다.

◇노동개혁-근로시간 연장·임금체계 개편

3대 개혁 과제 중 가장 먼저 ‘노동개혁’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후 두 차례에 걸쳐 극심한 (화물연대) 파업 후유증을 겪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노사 관계 등 당면한 문제를 바라만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개편을 구체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연장근로 문제도 현재 1주일 단위로 계산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확대해서 선택하도록 하고,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또 근로일간 11시간 휴식권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한다.

정부는 이같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 근로시간 개편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근로시간을 주당 69시간(현행 52시간)까지 늘릴 수 있고 6일 근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노동계가 근로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2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관계자 등이 2022년 임단협 승리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체계는 고용형태와 기업규모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 완화, 보호 사각지대 해소 등 그동안 노동계에서 요구했던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기반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안을 내년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개혁에서는 특히 노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사관계에서 비효율적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쓰기 위해서는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히 정립돼야 한다"며 “노조 부패도 공직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노조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예고했다.

문제는 개혁의 필요성에는 노사 모두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갈수록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영역이 노사 관계라는 점이다. 개혁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개혁 추진에 '지지율'이 또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교육개혁-대학 규제완화·재정지원 강화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의 핵심을 교육에 두고 있다. 지역의 중등교육 강화와 대학의 지원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 등이 이번 교육개혁 내용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개혁은 자율성 중심의 대학개혁을 본격화하고 첨단인재를 양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또 대학 운영요건, 평가, 구조조정 등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 특히 그동안 대학 교육활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대학운영 4대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을 합리화한다.

‘교사’는 현재 인문·사회 12㎡, 자연과학 17㎡, 예체능 19㎡, 공학·의학 20㎡ 규정을 인문·사회 12㎡, 나머지 계열은 14㎡로 완화한다. ‘교지’는 별도 규정을 없애고 건축 관계 법령, 관할 지역 조례상 건폐율·용적률에 따라 산출한 면적만 확보하도록 했다. ‘교원’은 일반대학의 겸임·초빙 교원 활용 가능 비율을 현재 1/5 이내에서 1/3 이내로 확대한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이 수익 창출을 통해 대학에 투자한 점이 인정되면 요건 충족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또 대학과 전문대학, 대학과 산업대학 등이 통합할 경우 종전의 정원감축 조건을 없애 대학 간 통폐합을 유도하고 운영 효율화를 지원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초·중등 교육 분야도 바뀐다. 내년부터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이 추진되고, 2025년부터 디지털 교과서·AI 튜터를 도입한다. 이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디지털 교과서, AI 튜터 등 맞춤형 교육을 통해 모든 아이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교사는 창의력과 인성에 집중해 잠자는 교실이 깨어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직업계고 고도화·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직업계고 발전 방안도 마련된다. 마이스터고 2.0도 추진된다.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 기반 학생 맞춤형 교육과 기업·대학 연계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국가전략 산업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마이스터고 지정이 확대된다.

◇연금개혁-국민·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

가장 큰 관심사는 연금개혁이다. 연금은 국민들이 노후에 기댈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다. 하지만 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높이고 재정안정도 이룰 수 있는 연금개혁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 중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 4대 사회보험(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통합재정추계에 착수하기로 했다. 통합재정추계를 통해 8대 연금·보험의 재정 상황을 진단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별개로 국민연금은 내년 3월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3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23년 뒤인 오는 2055년을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으로 예상했다. 인구 감소는 빨라지고, 성장은 느려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연금 고갈 시기는 이보다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통합운용 등 구조개혁은 물론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운용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 공감대가 문제다. 국민 부담만 늘리고 급여를 깎는 방식으로는 국민 동의도 얻기 어렵고 노후소득보장도 이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도 높여 노후소득보장도 강화하고 재정안정성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에서도 다수안으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소득대비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연금 운용방식 개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는 노인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는 노인 모습. [연합뉴스]

연금개혁은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 두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적정 부담과 적정 급여의 조화’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의 핵심 포인트다. 하지만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란 쟁점 앞에서 늘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 개선안에 담길 내용에 기대와 우려가 쏠리는 이유다.

재정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건강보험도 개혁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연 365일 초과 외래이용자 본인부담률 상향 검토’, ‘외국인 피부양자 가입자격 강화’ 등 단기 제도개선 과제를 내년 중 마련하기로 했다. 진료비 지불제도 다변화와 수가 결정구조 개편 등 중장기 과제는 종합계획에 반영시킨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하고, 2023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의 거센 바람을 예고한 발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3대 개혁과 관련한 내용은 대부분 국회 입법 사안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또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 개혁의 당위성을 높여야 하는 문제도 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3대 개혁’의 토대가 마련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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