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부와 중부 지방을 거친 극강 한파가 상당수 주를 덮쳤다. 사진은 영하의 추위에 폭설까지 내린 미국 신시내티[사진=신시내티 AP/연합뉴스]
미 북부와 중부 지방을 거친 극강 한파가 상당수 주를 덮쳤다. 사진은 영하의 추위에 폭설까지 내린 미국 신시내티[사진=신시내티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미국 콜로라도주와 아이오와주 등 내륙 중서부 지역에서 1시간 만에 영상 5℃에서 영하 22℃로 기온이 급강하했다.

미 북부와 중부 지방을 거친 극강 한파가 상당수 주를 덮치면서 몬타나주 서부 엘크 파크는 기온이 영하 45℃ 체감온도 영하 59℃로 내려갔고, 성탄절이 있는 주말에 영하 55℃까지 곤두박질 친다.

멕시코 접경의 캘리포니아주 남단과 텍사스주, 그리고 플로리다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동부에는 강력한 한파에 폭풍과 폭설이 더해져 뉴욕주 등 동부 여러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바로 어제, 오늘, 내일 미국의 기상이변 현실이다. 성탄절을 이틀 앞 둔 시점, 기상청에서 서울 체감 온도 영하 23℃의 추운 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며칠동안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고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20℃ 아래에 머물렀다. 냉동실 평균 온도가 영하 18℃인 것을 감안하면 냉동실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는 얘기이다.

전북 순창에는 2005년 이후 최대인 6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고 이후 최고 15cm까지 더 내린다는 예보다.

올 겨울 계속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소위 ‘극강 한파(Super Cold)’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 붕괴’가 지목된다. 2018년 겨울 미국 전역에 몰아 닥친 극강 한파로 130여 년만의 최저 기온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기상이변을 맞자 기상학자들이 원인을 연구했다.

2018년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극소용돌이의 움직임이 정상을 벗어났으며 199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극소용돌이는 지속적인 대규모 폭풍으로 극지방의 대류권 상층부터 성층권까지 걸쳐 있는 영역에서 일어나며 그곳은 원래 극강 한파가 머물러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극소용돌이가 가장 강한 겨울에는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낮은 위도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이루며 이 경계를 따라 제트기류가 흐른다. 제트기류는 북부지역에서 매우 강하게 동서 운동을 하며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북극 기온이 올라가고,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 간의 기온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공기 소통을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북극의 찬 공기를 담은 극소용돌이가 남북 운동을 하며 기존 경계가 아래 위로 출렁거리게 됐다.

느슨해진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처지면서 한파가 남쪽으로 따라 내려와 지난 몇 년 간 미국과 한국, 동유럽, 중동 등의 나라에 극강 한파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극소용돌이 이상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임을 최종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원인인지 입증되기 전에 이미 폭설, 폭풍, 극강 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고고학과 인류학 분야 저명 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현 인류가 2만 년 전부터 지속되어온 ‘마지막 여름’인 온난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 말한다.

‘마지막’의 의미는 ‘최종(Last)’이 아닌 ‘최근(Latest)’이라는 뜻의 ‘마지막’이다. 기나긴 온난화 시기의 원인은 지구 궤도의 이심률, 지축의 기울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 탓에 태양복사에너지를 가두는 양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지표면의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지난 10만 년 동안 해류의 속도가 빨라졌다가 큰 폭으로 느려졌기 때문이다. 온난화에 의한 해빙 때문에 수천년간 민물이 계속 유입되어 해수면 염분 농도 차이가 그것을 촉진했는데, 지난 몇 십 년간 인위적인 지구온난화는 과거 ‘수천 년’과 비교해 더 무서운 속도로 빙하를 녹이고 있다.

브라이언은 인간이 대기에 미친 영향때문에 기후 변화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더 극단화하였을 뿐 아니라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는 측면과 수없이 겪어온 대규모 기후 재앙에 인류의 대처능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한다.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계속되는 겨울철 기상이변마다 소환된 영화 ‘투모로우’의 원제는 “The day after tomorrow”이다. 곧 다가올 아주 가까운 미래라는 뜻이다.

‘마지막 여름’을 지나고 있는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겨울’이 찾아올 시기는 바로 내일일 수 있다. 이때의 겨울은 인류에게 최종이라는 뜻의 ‘마지막(Last)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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