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음악과 와인 선호도의 관계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어떤 와인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배경음악이 있을까?

배경 음악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남녀의 차이가 있을까? 

지난 칼럼에서 4가지 와인 맛 스타일에 따른 어울리는 음악 찾기에 관한 연구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는 결국 배경 음악과 와인의 맛과의 궁합관계를 실험한 연구인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정리해보기로 한다.

이 실험은 2012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아드리안 노스 박사가 행한 연구였다. (The effect of background music on the taste of wine. Br J Psychology 2012)) 

그는 네 가지 클래식 음악 유형과 전혀 음악이 없는 상태의 5가지의 상황 하에서, 남자 12명과 여자 13명으로 이루어진 25명씩을 한 팀으로 만들고 이런 팀 총 10개팀(총 인원 250명)을 대상으로 와인과 배경 음악과의 궁합 관계를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는 각 음악적 상황 하에서 와인에 대한 느낌을 가장 어울리지 않을 때를 0점, 아주 잘 어울릴 때를 10점으로 주는 10점 스케일로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 하에서 해당 와인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또 0점에서 10점의 스케일로 적게 했다.

또한 해당 음악에 대한 선호 정도도 0에서 10의 스케일로 점수를 주게 했다.

이 실험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25ml씩 화이트 와인(샤르도네 품종)과 레드 와인(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한 잔씩 주고 네 가지로 분류한 와인의 맛과 향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미리 선택한 4가지 종류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과 음악이 전혀 없는 방의 5개의 방에 들어가서 5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와인을 마시면서 평가하게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서로 의견 교환없이 배경음악을 들으며 혹은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와인을 마시고 평가하게 한 것이다.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실험이 끝나고 2시간 동안 운전을 하지 못하게 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와인 시음 이벤트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음주운전 금물!

누군가 이를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을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 실험 결과는 지난 칼럼에서 이미 밝혔지만 다시 한번 요약해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화이트 와인을 마신 사람들은 동일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음악 특성에 맞추어 배경음악에 따라 해당 맛과 향이 더 난다고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배경 음악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음악이 전혀 없는 경우보다 평균 수치가 37.5%나 높았다.

둘째, 배경 음악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화이트 와인 보다는 레드 와인을 마실 때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화이트 와인은 영향을 더 받았다는 평균수치가32.25%인데 레드 와인은 42.25%나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레드 와인의 경우 특히 강하고 무거운 음악을 들으며 마실 때 강하고 무겁다(Powerful & Heavt)고 느끼는 비율이 음악이 없을 때보다 60%나 더 높았고 부드럽고 그윽한 (Mellow & Soft)음악을 들을 때 와인 맛과 향이 그렇다고 느낀 비율은 25%로 그 편차가 아주 컸다. 

넷째, 화이트 와인은 활기차고 신선한(Zingy & Refreshing) 음악을 들을 때 그렇다고 느낀 비율이 40%로 가장 높았고 부드럽고 그윽한 (Mellow & Soft)음악을 들을 때 그렇다고 느낀 비율이 26%로 레드 와인 보다는 편차가 작은 편이었다. 

다섯째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배경 음악으로부터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각기 달랐다.

여기서 몇 가지 추가 해석을 해보면, 우선 재미있는 것은 부드럽고 그윽한 음악을 들을 경우 음악이 없을 때보다 화이트든 레드든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 실험은 보여준다.

이건 달리 해석하면 잔잔한 배경 음악 하에서는 명상 상태에서 우리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마음 상태가 잔잔하다 보니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한 느낌도 음악이 없을 때와 상대적으로 별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이 아닐까 라는 해석이 된다.

뇌과학적으로는 아마 뇌가 가장 덜 활성화되기에 그런 게 아닌가 라고도 추정해볼 수 있겠다.

언젠가는 뇌과학 연구자가 실제로 이걸 확인하려고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그 날을 기대해본다.

또 하나는 레드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화이트 와인보다 배경음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반대로는 화이트 와인은 배경 음악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레드 와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혹자들은 이렇게 풀이한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크거나 복잡해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 주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데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이 맛과 향 측면에서 더 복합적이어서 화이트 와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이 더 많아서 배경 음악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라고...

강하고 무거운 맛과 향이 동일한 성격의 음악을 들을 때 훨씬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결과를 놓고 보면 이 해석이 일리가 있다.

이것은 좀 확대 적용하면 난세에 사이비종교가 판을 치는 사회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 생존을 위해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려고 감각적으로 더 예민해지고 결과적으로 감성적으로도 더 날카로와져서 주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과 연결된다는 논리다.

필자의 또 다른 해석은 혹시나 와인 색깔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다.

레드가 화이트보다 색이 진하니까 당연히 파워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상황 하에서 레드와인과 더 잘 매칭된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건 아닌 지, 그리고 화이트 와인은 투명하고 맑은 색상 때문에 활기차고 신선하게 느끼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즉 시각적 요소가 미각과 후각 사이에 매개물로 끼어서 판단을 그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시각적 요소의 영향을 배제하는 방법은 눈을 가리고 마시게 하는 것인데 이 경우 와인 초보자는 몰라도 와인애호가라면 눈을 가리더라도 화이트와 레드는 구분할 것이다. 당장 탄닌감이 있고 없고가 되기에.

여하튼 시각적 효과가 간접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냐는 문제는 이 연구의 숙제로 남는다고 보여진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왜 생겨났겠는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이 왜 향과 맛뿐 아니라 플레이트 위에 예술을 담아내려고 하겠는가?

세번째는 배경 음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와인의 맛과 향의 느낌이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는 피실험자들이 강하고 무거운 느낌이 동일한 배경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고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활기차고 신선한 느낌 영역에서 동일한 배경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화이트 와인을 즐기는 대부분의 주된 목적이 바로 이 활기차고 신선한 상쾌함이고 레드 와인을 즐기는 대부분의 주목적이 복합적이고 강하고 무거운 것이기 때문에 

그 분야의 매칭이 더 도드라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해석해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서 마무리하면 지난 컬럼의 상세 해석에 불과하니 칼럼을 읽은 소득이 별로 없지 않겠는가?

이미 앞에서 살짝 언급한 것 때문에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지난 칼럼에서는 이 실험에 포함되었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두가지 실험결과가 더 있다.

실험 참가자들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배경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지와 이 선호도가 남녀 간에 차이가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음악과 와인의 선호도의 관계!

의외인 것은 배경 음악이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와인의 선호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즉 특정 분위기의 배경 음악이 와인을 더 좋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궁합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와인을 더 좋아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된다.

이건 와인 구매시 프랑스 음악은 프랑스 와인을, 독일 음악은 독일 와인을 더 선택하게 만들고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일반 대중 음악을 들을 때보다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하더라는 연구결과와는 배치된다고 풀이할 수도 있는 실험결과인 셈인데... 

이것은 특정 음악으로 인해 특정 와인을 더 좋아하게 되지는 않지만 구매 행동에는 개인들이 와인에 대해 갖고 있는 고품격의 술이고 귀족와 황족의 술이라는 선입견과 이미지 등의 요소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발견은 배경 음악이 특정 와인을 더 맛있게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만 특정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선택한 음악의 종류수가 작았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는 같은 와인이 음악에 따라 맛과 향을 달리 느끼게 한다면 당연히 개인이 선호하는 맛과 향이 있기에 음악이 와인의 선호도도 달리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관해 보다 정밀하게 한 실험 연구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했을 것 같다.

아님 이런 실험을 직접 해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이 남녀 사이에 배경 음악과 와인의 매칭의 선택에 대한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인데 이 실험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이건 나이대별로도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이 실험에서는 해당되지 않았다.

즉 와인과 관련하여 배경 음악에 반응하는 남녀 성별간, 그리고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을까의 궁금증에 관한 문제인데 이 실험에서는 적어도 남녀간에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배경 음악에 따라 유사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무드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라는 말은 적어도 음악과 와인의 궁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도 중요한 무드 조성의 한 축인데?

여하튼 한가지 연구만을 가지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궁금증의 일부는 해소된 셈이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배경 음악과 와인의 맛과 향은 유사한 것에 대해 공감각적 반응을 보인다는 결론은 얻은 셈이다.

배경음악의 유형과 유사한 맛과 향의 와인이 더 궁합이 맞다고 느낀다는 것은 청각과 미각 및 후각이 공감각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창하게는 범아일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확장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와인 한잔에도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보려고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음악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보려는 마음 자체가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출처 : The Effect of Background Music on the Taste of Wine/Dr Adrian C. North, Professor of Psychology, School of Life Sciences, Heriot Watt University United Kingdom( https://blog.flywithwine.com/home/2020/3/6/9fwnx6w35t873h7ea8na24jws6t26d North AC. The effect of background music on the taste of wine. Br J Psychol. 2012의 연구를 참조하여 요약 발췌 보완하여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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