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56) WHO, “좌식생활은 세계 10대 사망과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요즘 새삼 유행하고 있다. 누군가 재빠르고 기묘하게 이 말을 ‘와사보생(臥死步生)’이라는 스마트한 단어로 만들었다.

일부 업체들은 이 말을 마치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상한 사자성어(四字成語)라도 되는 양 앞세워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급히 짜맞춘 말이라 해도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이 되고, 가르침이 된다면 옛날 고사성어(故事成語)에 못 미칠 이유도 없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누워서 빈둥거리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

어쨌든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것은 이제 잘 살고 팔자 좋아 우리의 부러움을 사는 한 한량(閑良)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워서 빈둥대며 지내면 죽음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건강이 나빠져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좀 걷든, 아니면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야 건강이 좋아져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

모든 생명체는 움직임으로 인해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걷지 않으면 끝장이고 비참한 인생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는 것은 생명 유지능력의 마지막 기능을 잃고 마는 것이다.

최근 주로 앉아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좌식생활(sedentary behavior)을 경고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생활을 앉거나 눕거나 하는 자세에서 보내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신체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다.

이 방식의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TV 시청, 비디오 게임, 독서 또는 휴대 전화나 컴퓨터 사용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앉거나 눕는다. 이러한 생활은 건강의 질은 물론 질병만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많은 사망 원인에 기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하루에 4.7~6.5시간 앉아있고, 이 평균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성인의 25.3%는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좌식 생생활에 대한 정의는 "깨어 있는 동안 앉아 있거나 눕거나 하는 자세에서 1.5칼로리 미만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발레리나 출신으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유명한 캐나다의 미란다 에스먼드 화이트(Miranda Esmonde White)는 좌식생활 방식을 "하루에 6시간 이상" 앉아있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크린 타임”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

좌식생활 방식은 대부분 컴퓨터를 통한 회사 생활을 비롯해 TV 시청, 비디오 게임 등 소위 "스크린 시간(screen time)" 자동차 운전, 독서 등을 말한다.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기도 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생활이 체중, 식단, 신체 활동을 포함한 다른 요소들과 무관하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는 이러한 불량한 라이프스타일인 좌식생활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다. 캐나다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12년간의 연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 사람들은 연령, 흡연 및 신체 활동 수준과 관계없이 가장 적게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50% 더 높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좌식 방식으로 인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보다 비만으로 이어지는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의 증가이다. 신체 활동의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좌식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

미국에서만 매년 최소 30만 명의 조기 사망자와 900억 달러의 직접 의료 비용이 비만과 앉아 있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험이 더 높다. 하루 4시간 이상 좌식생활을 하는 사람은 하루 4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40% 더 높은 조기사망 위험을 보인다.

하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4시간 운동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4시간 미만으로 앉아있는 사람들만큼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으로 인한 BMI의 증가는 생산성 저하는 물론 결석 증가로 근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좌식생활이 역학, 건강, 심리학, 공학, 그리고 생리학을 포함한 광범위한 학문 영역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좌식생활 패턴을 경고했다. WHO는 당시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육체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WHO는 20년 전 매년 약 2백만 명의 사망자가 신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생활이 세계에서 사망과 장애의 10가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좌식 방식으로 인해 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보다 비만으로 이어지는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의 증가이다. 신체 활동의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사진=ProFysio Physical Theraphy]
좌식 방식으로 인해 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보다 비만으로 이어지는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의 증가이다. 신체 활동의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사진=ProFysio Physical Theraphy]

WHO, “좌식생활 10대 사망과 장애 원인 가운데 하나”

매년 4월 7일에 열리는 세계 보건의 날에 WHO는 주요 공중 보건 문제에 대해 대중에게 알린다. WHO는 바로 좌식생활을 심각한 공중 보건문제의 장애물로 지적한 것이다.

좌식생활은 사망원인을 모두 증가시키고 심혈관질환, 당뇨병, 그리고 비만 위험을 2배로 높이며 대장암, 고혈압, 골다공증, 지질장애, 우울증, 불안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60~85%(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좌식생활을 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비율이 훨씬 높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공중 보건 문제 중 심각한 문제이며, 공감하면서도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이다.

더구나 한참 활동적인 나이인 어린이들 3분의 2가 신체적 활동을 하지 않는 비활동 그룹에 속한다. 어린이 비만과 당뇨 등으로 인해 미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좌식생활의 증가는 일자리 패턴과 관계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화, 아웃소싱, 인터넷과 컴퓨터와 같은 기술 발전 등으로 수동 노동 일자리(예를 들어 농업, 제조, 건설)에서 사무직으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신체 활동을 요구하는 직업이 1960년도 50%에서 20%로 감소했다. 미국인 2명 중 1명은 신체적으로 힘든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1년에는 이 비율이 5명 중 1명으로 줄어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육체노동 일자리가 약 3분의 1 감소했다. 2008년 미국 국민 건강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36%가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인 응답자의 59%는 일주일에 10분 이상 격렬한 신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에 기반을 둔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70~85%가 앉아서 근무시간을 보낸다.

더구나 최근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장으로 육체적인 노동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 패턴과 일자리 관행은 바꿀 수가 없다.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좌식생활을 극복하는 길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이 이처럼 중요하게 간주된 적은 없다.

정말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사는” 와우보생(臥死步生)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걷고 달려야 한다. 신체적 활동이 없는 생명체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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