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종류와 템포, 연주곡별 와인과의 궁합
연주하는 악기 종류와 템포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질까?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이번 칼럼에서는 악기 종류와 템포가 다른 클래식 음악에 따라서 어울리는 맛과 향의 와인이 따로 있을까 라는 연구에 대해 상세히 알아 본다.

이 연구의 가설은 ‘클래식 장르의 음악에서 연주하는 악기 종류와 곡의 템포에 따라 더 잘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2013년 여름 런던의 한 와인 회사에 의해 진행되었다.

와인은 특성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화이트 와인 2종과 레드 와인 2종을 준비하고 음악은 목관악기로 연주하는 곡 4종과 현악기로 연주하는 곡 4종 중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이들 각각에 대해 각각 템포가 빠른 곡부터 느린 곡으로 24명의 사람에게 듣게 하면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와인에 0점을 주고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와인에 10점을 주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와인은 다음과 같이 특징이 전혀 다른 프랑스 주요 생산 지역의 명품 와인들로 구성되었다.

약 10년 전이었으니 와인 가격은 지금보다는 낮았겠지만 지금 현재 가격으로 비추어 보더라도 요즘 말로 아주 후덜덜한 가격의 와인들이다.

따라서 왜 실험대상자 수가 24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였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1. 도멘 디디에 다그노 뿌이 퓌메 실렉스 2010 (Domaine Didier Dagueneau Pouilly-Fumé Silex 2010) : 프랑스 루아르 산 소비뇽 블랑 와인인데 전문가들의 평가로 평균점수 93점대를 기록하는 명품와인으로 현재 해외 온라인 가격은 미화 250~1,375달러 수준이다. 

2. 샤토 클리망 소테른 2004(Château Climens Sauternes 2004) : 프랑스 소테른의 바르삭(Barsac) 지역에서 나는 세미용으로 만든 디저트 와인으로 현재는 평균점수 92점대에 해외 온라인 가격은 33~1,058달러 수준!

3. 샤토 마고 2004(Château Margaux 2004) : 와인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5대 샤토 중 하나로서 카베르네 소비뇽 78%, 메를로 18%, 쁘띠 베르도 4%의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들었고 평균 94점대를 받은 와인으로 현재 해외 온라인 가격은 350~6,000달러이다.

4. 도멘 퐁소 끌로 드 라 로슈 2009 (Domaine Ponsot Clos de La Roche 2009) :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뒤(Côte de Nuits)의 모레이 생 드니(Morey-Saint-Denis)지역에 위치한 포도원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든 평균 96점대의 평가를 받는 와인으로 해외 온라인 가격은 690~7,900달러의 그랑 크뤼 와인이다.

이 와인들은 실제로 온라인상의 최저가로는 구매할 수 없을 것이고, 이 최저와 최대 가격 사이의 최소 중간값 이상의 가격대에서 구매할 수 있을텐데 이 와인들은 지금 마셔도 생생하고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험 당시에 각 와인별로 더 보관해두고 마셔도 되지만 그래도 나름 시음 적기의 와인들을 택하여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럼 클래식 음악으로는 도대체 그 수많은 곡들 중에 어떤 곡들을 골랐을까?

목관악기 연주곡은 빠른 템포부터 느린 템포 순으로 아래와 같다.

1. 모차르트의 플루트 4중주곡 D 1악장 알레그로(Mozart’s Flute Quartet in D Movement 1 Allegro)

2.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 무반주(솔로) 플룻 소나타 A단조 2악장(CPE Bach Solo Sonata in A minor Movement 2)

3. 드뷔시 솔로 플룻을 위한 시링크스 (Debussy’s Syrinx for Solo Flute)

4. 모차르트의 플루트 4중주곡 D 2악장 (Mozart’s Flute Quartet in D Movement 2)

현악기 연주곡은 빠른 템포부터 느린 템포 순으로 아래와 같다.

1. 라벨의 F 메이저 현악 4중주 2악장(Ravel String Quartet in F Major Movement 2)

2.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 No 1 3악장 (Tchaikovsky’s String Quartet No 1 Movement 3)

3. 라벨의 F 메이저 현악 4중주 1악장 (Ravel String Quartet in F Major Movement 1)

4.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 No 1 2악장 (Tchaikovsky’s String Quartet No 1 Movement 2)

자, 그럼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전체적으로는 목관악기곡의 경우에는 화이트 와인이 드라이하든 스위트하든 레드 와인보다 더 잘 어울리고 현악기곡의 경우에는 템포가 가장 빠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레드 와인이 더 어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뿌이 퓌메 실렉스는 목관악기 곡인 모차르트의 플룻 4중주 1악장 알레그로 (Mozart’s Flute Quartet in D Movement 1 Allegro)가 가장 잘 어울리고, 현악기의 경우도 템포가 가장 빠른 라벨의 현악 F장조 현악 4중주 2악장(Ravel String Quortet in F Major Movement 2)의 경우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연주 악기와 상관없이 템포가 빠를 경우 어울린다고 실험 참가자들은 느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이 와인이 소비뇽 블랑이라는 것이다.

허브향이 기본이고 풋풋하고 신선 상큼함이 특징인 품종상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일향과 낙엽향, 버섯향이 나는 부르고뉴의 올드빈티지 몽라쉐였으면 샤르도네이니 결과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강하고 복합적이면서 풀바디한 레드 와인인 샤토 마고 2004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 No 1, 2악장 및 3악장 (Tchaikovsky’s String Quartet No 1 Movement 2와 3) 둘 다 어울리는데 좀 더 느린 2악장 (Movement 2)이 좀 더 어울린다고 실험 참가자들은 답했다.

이 샤토 마고가 목관 악기곡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와인이라는 결과도 내놓았다.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인 샤토 클리망 소테른(Château Climens Sauternes 2004)의 경우에는  목관악기곡을 들을 때가 현악기곡을 들을 때보다 전반적으로 더 잘 어울린다고 답했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도멘 디디에 다그노 푸이 퓌메(Domaine Didier Dagueneau Pouilly-Fumé Silex 2010)는 현악기 곡의 경우 라벨(Ravel String Quortet in F Major)의 곡이 차이코프스키곡 (Tchaikovsky’s String Quartet No 1)보다 더 어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 보는 것 보다는 그림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인용해 보았다.

선명도는 좀 떨어지지만 도표에 대한 아래 보충 설명을 보면서 도표를 보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출처 : https://flavourjourna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411-015-0045-x 

★위 도표는 가로축(X축)은 총 8가지 유형의 음악을 처음 4종류(왼쪽부터)는 목관악기 연주곡을 템포가 빠른 것에서 느린 순으로 그 다음 4종류는 현악기 연주곡을 템포가 빠른 것에서 느린 순으로 배치한 것이다.

세로축(Y축)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0에서 10의 스케일로 평가한 점수의 평균 점수를 나타낸다.

막대그래프는 와인으로서 각 곡별로 왼쪽부터 도멘 디디에 다그노 푸이 퓌메 실렉스

( Domaine Didier Dagueneau Pouilly-Fumé Silex 2010(드라이 화이트 와인)), 

도멘 퐁소 끌로 드 라 로슈(Domaine Ponsot Clos de La Roche 2009 (드라이 레드 와인))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2004(드라이 레드 와인)), 

샤토 클리망 소테른(Château Climens Sauternes 2004 (스위트 화이트 와인))의 순이다. 

즉 화이트 와인은 가장 흰색(드라이)과 가장 검은색(스위트)이 되고 중간 두개는 레드 와인으로 왼쪽의 옅은 회색이 부르고뉴 와인, 그 옆의 좀더 진한 회색이 보르도 와인이다.

이 도표를 보면 대략 어떨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복합적일수록 해석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복합적인 레드 와인은 현악기중 느린 곡과 어울린다는 것이 여기서도 적용이 된다.

위에 유튜브 음악을 들으면서 같은 와인은 아니더라도 같은 포도품종의 와인을 구해 한번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름의 어느 멋진 날을 이렇게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https://flavourjourna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411-015-0045-x에 게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풀어 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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