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기존 게임법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
학계 "메타버스 중심으로 시장 변화...새 기준 필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타버스, 기술에서 산업으로' 메타버스 기반법 제정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웅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타버스, 기술에서 산업으로' 메타버스 기반법 제정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웅 기자]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코로나19 이후 가상세계를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산업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기존 법 잣대를 적용하는 관성적인 규제 방식이 시장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태계 기반을 규정한 규제법안인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을 국회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9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타버스, 기술에서 산업으로’ 토론회에서 “산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메타버스라는 신산업에 기존 규제를 적용하려는 관성적인 접근 방식”이라며 “대표적으로 게임산업법을 통한 규제가 있다. 게임적 요소가 있으면 메타버스는 그 목적에 상관없이 게임등급분류 대상으로 지정되며 등급분류를 받기 전까지는 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타버스란 가공·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융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인 MRFR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약 219억달러(약 27조원)으로, 2030년까지 연 4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000억달러(약 1849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전세계 총생산(GDP)의 1.81% 수준이다.

정부도 메타버스 산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평가하며 시장 육성에 속도내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월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기술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6대 디지털기술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선정했으며, 올해 메타버스와 디지털콘텐츠 분야에 2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신산업 육성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메타버스 산업계 관계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타버스, 기술에서 산업으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콘텐츠과 과장, 김민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메타버스산업본부 본부장,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현회 상근부회장,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 정진욱 시어랩스 대표,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 [사진=이태웅 기자]
국내 메타버스 산업계 관계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타버스, 기술에서 산업으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콘텐츠과 과장, 김민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메타버스산업본부 본부장,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현회 상근부회장,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 정진욱 시어랩스 대표,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 [사진=이태웅 기자]

그러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김민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메타버스산업본부 본부장는 이날 토론에서 “기업들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투자할 때 ‘나중에 법령에 의해 산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R 전문기업 시어랩스의 정진욱 대표도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가 게임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법안과 충돌하는 이슈가 있다”며 “이 때문에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메타버스 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지과학자인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엄청난 속도로 핵심 산업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시장의 틀이 바뀔 것”이라며 “애플이 올해 가을 발표할 AR 글라스는 아이폰 이상의 충격을 시장에 선사할텐데, 이러한 변화를 지금의 법과 제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협회 회장은 “메타버스는 융합사업으로 많은 이해당사자가 있다. 산업의 의견을 청취하고 모두 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적시성의 문제가 있다. 법 통과 이후 시행령이 마련될 때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산업 성장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빠른 입법 후 개정으로 적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도 일회성, 단편성으로 끝나지 않고 주기적으로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해 진정한 컨버전스(융합)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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