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밴드의 다른 연주곡에 따른 와인과의 궁합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악기 종류와 템포에 따른 와인과 음악의 궁합에 대해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악기 종류라는 변수를 통제하고 템포 등 곡의 변화만 줄 경우는 어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 기타 밴드 트리오가 각기 다른 연주곡을 연주할 때 사람들이 느끼기에 더 잘 어울리는 와인 맛과 향이 있을지를 실험했다. 동일 악기에 동일한 연주자들이 다른 곡을 연주할 때에 관한 연구이니 이것은 악기 종류와는 상관없이 오롯이 곡이 달라질 때 와인과의 궁합에 관한 연구다.

연구는 주자들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 연주곡과 와인을 소비자들도 동일하게 느껴서 찾아낼 수 있을까를 확인해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실험은 2014년 5월 13일 저녁 핀란드 센시부스 페스티벌(Sensibus Festival)에서 46명을 대상으로 핀란드 록 기타 밴드 3인조 그룹의 즉흥 연주곡과 4종의 완전히 다른 특성의 와인과의 궁합 관계를 알아보는 방식이었다.

실험 참가자 46명중 19명은 여성이었고 연령대는 24세~63세로 평균연령은 42세!

이 실험에서 46명에게 주어진 4가지 와인은 다음과 같다.

1. 때땡저 브뤼 리저브 샴페인 (Taittinger Brut Réserve Champagne)

2. 펀웨이 소비뇽 블랑 2012 (Fernway Sauvignon Blanc 2012, Marlborough, New Zealand(White) )

3. 샤토 카르생 구베 누아르 2010 (Chateau Carsin Cuvée Noire 2010, AC Premières Côtes de Bordeaux France (Red))

4. 샤토 카르생 리큐르 2007(디저트 와인) (Chateau Carsin Liquoreux 2007, AC Cadillac, France (Dssert Sweet Wine)) 

그리고 행사 당일 이 참가자들에게 와인 테이스팅에 대한 기본 교육과 와인 테이스팅이 와인 색깔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등의 유의점도 설명을 충분히 한 후 실험을 하였다.

​행사 당일 핀란드 록 기타리스트 트리오(Finnish rock guitarists Mikko Kosonen, Sami Silén, and Teemu Vuorela)가 실험 전에 먼저 와인을 테이스팅하면서 자신들의 즉흥 연주곡별로 어울리는 와인을 정하고는 실험 참가자들이 각 와인을 시음할 때 자신들의 즉흥 연주곡을 연주했다.

(엄밀히는 사전에 와인과의 궁합을 맞출 때 연주해본 것이기에 진짜 즉흥 연주라고 할 수는 없다.)

기타 리스트들은 4개의 짧은 즉흥 연주곡을 임의의 순서대로 연주했고 참가자들은 네 가지의 즉흥 록음악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자들이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와인은 어느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하는 다음과 같은 설문 형태에 답을 했다.

이 설문지의 첫 질문이 재미있기도 하고 은근히 사람으로 하여금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게 도발적이고 은유적이고 시적이다.

‘당신은 음악에서 와인을 얼마나 잘 “들을 수” 있습니까?’ (How good are you at “hearing” the wine in the music?)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청중들은 그들이 영감을 받았을 음악을 하나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과반인 23명을 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마나 즉흥곡 2번과 샤토 카르생 디저트 스위트 와인이 17명이다.)

아니 일부 소수(3~4명에서 최대 8명)는 찾아냈지만 다수는 아니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나마 디저트용 와인인 스위트한 프랑스 리큐르 와인과 어울릴 것이라는 즉흥곡 2번은 17명이 선택했다. 46명중 17명이면 36.9%에 불과하니 1/3 조금 넘는 수준이다.

때땡져 샴페인 와인과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연주자들이 연주한 즉흥 연주 4번은 청중들은 오히려 31명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선택했다.

근데 이것은 놀랍게도 실험참가자의 67.3%가 일치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뉴질랜드 말보로의 소비뇽 블랑과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연주자들이 생각하여 연주한 즉흥 연주곡 3번에 대해서는 오히려 프랑스 보르도의 드라이 레드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46명중 38명이 선택을 했다. 무려 82.6%가 일치를 보인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50%이상의 숫자는 아니지만 20명에 가까운 선택을 받은 2개의 곡이다.

샤토 카르생(Chateau Carsin)의 와인 2개(드라이 레드와 스위트 와인)를 위해 연주한 곡에 대해 거의 20명 가까이가 샴페인과 짝을 이룬다고 답변을 했고 샤토 카르생 드라이 레드와 어울린 것이라고 한 곡은 오히려 스위트 와인과 어울리고 스위트 와인과 어울릴 것이라고 가정한 곡에 대해서는 드라이 레드 와인이 더 어울린다고 반대의 답을 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만 놓고 보면 연주자가 염두에 둔 특정 와인에 맞게 즉흥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찾아내거나 연주자와 공감할 것이라는 가설은 틀린 셈이다.

연주가들의 판단과 청중의 판단은 거의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비록 가설은 맞지 않았지만 와인과 음악의 궁합에 대해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이 실험 참가자들은 이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음악과 취향 간의 교차 모드 대응에 대한 문헌을 읽어보거나 별도의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선입견없이 왜곡되지 않게 판단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비록 연주가들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한 것을 제대로 추정해내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연주자의 즉흥 연주가 듣는 사람의 마음에 특정 와인 또는 한 쌍의 와인과 관련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즉 곡에 따라서는 음악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공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증명이 된 셈이다.

연주가와 같은 공감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연주에 따라 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이 실험은 냉정하게 보면 문제는 좀 있다.

우선 음악가들의 와인 취향이 다수의 청중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고 아무리 음악가가 와인에 대한 전문적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음악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 같다는 것이다.

와인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와인 컨슈머 리포트 같은 와인 평가 이벤트를 해보면 전문가와 소비자의 선택이 7~80% 차이가 나는 것을 봐도 전문가와 일반인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확인되는 사실이다.

또 하나 이 실험은 참가자로 하여금 정답 맞추기처럼 진행하다 보니 참가자 자신의 취향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임 참여자처럼 연주자들의 선택을 맞추려고 정답 찾기에 집중했을 수도 있기에.

오히려 설문을 한가지 더 준비하여 실험 참가자 자신이 궁합이 맞는 와인도 동시에 선택하게 했더라면 더 다양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런 점을 보완하여 유사한 실험을 직접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실험처럼 록 음악이 아닌 동일 연주자 혹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팀이 다른 종류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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