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모래로 된 인공 장벽, 온난한 해수가 빙하 침식 막아 빙하 지반 보호
빙하의 용융 속도 또한 떨어트린다는 아이디어

 해저 인공 장벽의 원리 [그래픽 출처= European Geosciences Union]
 해저 인공 장벽의 원리 [그래픽 출처= European Geosciences Union]

【뉴스퀘스트=정민주 바람 저널리스트】 작년 파키스탄에 '스테로이드 맞은 몬순(monsoon on steroids)'으로 명명된 폭우가 내리면서 국토의 4분의 1이상이 물에 잠겼다.

‘스테로이드 몬순’을 만들어낸 인위적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까지 일으켜 파키스탄과 같은 저지대 국가를 협공한다.

21세기 중반에 지구 표면 평균기온이 2°C 상승하면 해수면이 평균 20cm 정도 상승하고 2100년까지 대부분의 대도시는 현재보다 1m이상 높은 해수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1]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하는 이번 세기 해수면 상승에 다른 어떤 요인보다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분석된다.[2]

특히 '종말의 빙하'란 별명이 있는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는 미래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며 현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3]

극지방 바다에서는 소금 농도가 더 진한 따뜻한 해수가 깊은 곳에 흐르고 더 차갑고 담수에 가까운 물은 위쪽에 있다. 이 따뜻한 물이 빙하의 밑부분을 공략해 빙하가 불안정해진다.[4]

2018년 빙하 및 기후 학자인 존 무어(John Moore)와 볼로빅(Wolovick)은 남극에 해저 인공 장벽을 세워 따뜻한 물이 남극 빙하에 도달하는 것을 막자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계획을 제안했다.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 북극센터의 교수인 존 무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웨이츠 빙하를 따뜻한 바닷물로부터 보호하는 거대한 수중 장벽 건설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바위와 모래로 된 인공 장벽은 온난한 해수가 빙하를 침식하는 것을 막아 빙하의 지반을 보호하게 되며 빙하의 용융 속도 또한 떨어트린다는 아이디어다.

 

▲ 해저 인공 장벽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안정된 빙하에서는 해저에 있는 자연 장벽이 따뜻한 물로부터 빙상을 차단한다. 2. 역방향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따뜻한 물이 빙붕을 깎아내려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다. 3. 따뜻한 물을 차단하기 위한 인공 장벽을 건설하면 얼음이 녹는 속도가 줄어들어 빙붕이 두꺼워지고 바다까지 길게 이어질 시간을 벌어준다. 4. 만약 빙붕이 길게 이어져 인공 장벽 위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워진다면 빙하는 다시 질량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바다 밑에 건설될 장벽은 얼음의 엄청난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해야 하며 정확한 위치에 배치되어야 한다.

벽의 크기는 빙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스웨이츠 빙하와 같이 큰 빙하는 가로세로 50km x 300m가량의 장벽이 필요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인 그린란드 서부의 야콥스하운 빙하엔 가로세로 약 5km x 100m의 벽으로 충분하다.[5] 장벽의 재료는 그린란드의 대륙붕에서 확보할 계획이다.[6]

스웨이츠 빙하의 인공 장벽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수중 장벽은 따뜻한 물이 빙붕에 도달하는 것을 약 70% 정도 차단했다.[7]

이에 따라 스웨이츠 빙하는 400세기 더 유지되며 서남극 빙상의 붕괴를 약 30%의 확률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8]

인공 장벽 건설 계획은 이처럼 지연이지 예방은 아니다. 잠깐의 시간을 벌어줄 뿐 다른 지구공학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따뜻해진 바다를 막아도 결국 따뜻한 대기가 빙하를 녹일 것이기 때문이다. 해양 생태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가 검증되지도 않았다.[9]

무엇보다도 연구진이 제안한 몇 가지 아이디어 중 어느 것이나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한 폭풍우가 치는 남극 바다에서의 작업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에 대비에 모든 해안가를 차단하는 작업에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과 비교했을 때 해저 인공 장벽과 같은 빙하공학은 경쟁력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한다.[10]

2020년에 존 무어의 연구진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소속 연구진과 함께 기존 아이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다.[11]

토목섬유 물질을 이용해 만든 ‘해저 고정 커튼’을 건설하는 것이다. 해저 커튼은 물에 뜨는 유연한 구조물로, 따뜻한 해수의 흐름을 막고 물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12]

마찬가지로 해당 아이디어를 향한 많은 비판이 존재하며 인공 장벽의 잠재적인 위험과 특히 지역 생태계에 미칠 불분명한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3]

[1] John C. Moore외 3명. (2018.03.14). “Geoengineer polar glaciers to slow sea-level rise”. Nature.

[2] John C. Moore외 3명. (2018.03.14). “Geoengineer polar glaciers to slow sea-level rise”. Nature.

[3] Charles Corbett. (2019.12.06). “Glacial Geoengineering and Law of Antarctica”. Legal Planet.

[4] David Cox. (2018. 03.29.) “Two audacious plans for saving the world’s ice sheets”. Mach.

[5] David Cox. (2018. 03.29.) “Two audacious plans for saving the world’s ice sheets”. Mach.

[6] John C. Moore외 3명. (2018.03.14). “Geoengineer polar glaciers to slow sea-level rise”. Nature.

[7] Fiona Harvey. (2018.09.20.). “Build walls on seafloor to stop glaciers melting, scientists say”. The Guardian.

[8] David Cox. (2018. 03.29.) “Two audacious plans for saving the world’s ice sheets”. Mach.

[9] John C. Moore외 3명. (2018.03.14). “Geoengineer polar glaciers to slow sea-level rise”. Nature.

Charles Corbett. (2019.12.06). “Glacial Geoengineering and Law of Antarctica”. Legal Planet.

[10] Robin McKie. (2018.03.18). “Billion-dollar polar engineering ‘needed to slow melting glaciers’”. The Guardian.

[11] James Temple. (2022.01.14). “The radical intervention that might save the “doomsday” glacier. MIT Technology Review.

[12] James Temple. (2022.01.25). “빙하의 ‘종말’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 MIT Technology Review Korean Edition Team.

[13] Robin McKie. (2018.03.18). “Billion-dollar polar engineering ‘needed to slow melting glaciers’”. The Guardian.

James Temple. (2022.01.25). “빙하의 ‘종말’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 MIT Technology Review Korean Edition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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