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60)
직장인에게 ‘30분마다 5분간 산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짬이 날 때 런닝 머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제공 필요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좌식생활’이라고 부르던, 아니면 좌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좀 깔끔한 표현으로 ‘의자병’이라 부르던 간에 그 표현에 대한 논쟁은 접자.

어쨌든 현대인의 피할 수 없는 좌식생활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리고 비만과 함께 그 위험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요즘 새삼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누군가 이 말은 재빠르게 ‘와사보생(臥死步生)’이라는 말로 만들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의자병’, 제 2의 흡연으로 등장…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만성 질환의 원인

현대인에게 이처럼 장시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이 필수다. 하지만 이런 좌식생활은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비만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 그래서 “좌식생활은 또 다른 흡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미국 암학회에서는 하루 6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9%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어쨌든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것은 이제 잘 살고 팔자 좋아 우리의 부러움을 사는 한 한량(閑良)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워서 빈둥대며 지내면 죽음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건강이 나빠져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좀 걷든, 아니면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야 건강이 좋아져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

모든 생명체는 움직임으로 인해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걷지 않으면 끝장이고 비참한 인생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는 것은 생명 유지능력의 마지막 기능을 잃고 마는 것이다.

최근 주로 앉아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좌식생활(sedentary behavior)을 경고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생활을 앉거나 눕거나 하는 자세에서 보내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신체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 바로 좌식생활이다.

이 방식의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TV 시청, 비디오 게임, 독서 또는 휴대 전화나 컴퓨터 사용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앉거나 눕는다. 이러한 생활은 건강의 질은 물론 질병만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많은 사망 원인에 기여한다.

WHO, 이미 20년 전 좌식생활에 따른 건강 피해 경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 앉아서 일하는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의자병(Sitting Disease)’으로 명명했다. 의자병은 광범위하게 말하면 건강에 해로운 영향과 관련된 앉아 있는 행동이 증가한 상태로 정의된다.

이미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좌식생활 패턴을 경고했다. WHO는 당시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육체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WHO는 20년 전 매년 약 2백만 명의 사망자가 신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생활이 세계에서 사망과 장애의 10가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하루에 4.7~6.5시간 앉아있고, 이 평균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성인의 25.3%는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좌식생활은 "깨어 있는 동안 앉아 있거나 눕거나 하는 자세에서 1.5칼로리 미만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발레리나 출신으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유명한 캐나다의 미란다 에스먼드 화이트(Miranda Esmonde White)는 좌식생활 방식을 "하루에 6시간 이상" 앉아있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는 이러한 불량한 라이프스타일인 좌식생활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

최근의 한 연구결과다. 캐나다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12년간의 연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 사람들은 연령, 흡연 및 신체 활동 수준과 관계없이 가장 적게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50% 더 높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좌식 방식으로 인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보다 비만으로 이어지는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의 증가이다. 신체 활동의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면 좌식생활로 인한 의자병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운동이다. 고정된 좌식생활을 아침이나 저녁에 규칙적인 운동을 해서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많은 도움이 안된다. 소위 한 곳으로 몰아서 하는 운동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의자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도 연구를 통해 아침 저녁의 운동보다 조금씩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사무실 내에 러닝 머신을 설치하는 것은 사원들의 웰빙을 위한 복지 캠페인이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경우 이미 사무실 내에 간단한 런닝 머신을 설치한 곳은 많다. [사진=Amazon UK]
사무실 내에 러닝 머신을 설치하는 것은 사원들의 웰빙을 위한 복지 캠페인이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경우 이미 사무실 내에 간단한 런닝 머신을 설치한 곳은 많다. [사진=Amazon UK]

사무실에 런닝 머신 설치, 비용 적고 차지하는 공간도 작아

그러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오래 움직여야 할까? 이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어빙 메디컬 센터의 운동 생리학자들은 한 가지 잠재적인 해결책을 발견했다. 이 전문가들은 앉아있는 시간 30분마다 5분씩 걷는 것만으로도 가장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장시간 앉아있는 것에 비해 식사 후 혈당이 급속도로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58%나 치솟는 것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운동량이 적더라도 걷기는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에 비해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에게 1시간 일하고 5분 걷고 산책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어디서 걷고 어디서 산책할 것인가?

이런 것은 어떨까? 사무실 한 귀퉁이 런닝 머신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시간에 5분을 꼭 지킬 필요도 없다. 너무 많다.

대신에 짬이 날 때 누구든지 5분이든 10분이든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 말이다. 2대를 설치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요령을 발휘해서 혼자서 종종 ‘비밀리에’ 계단을 7~8층 정도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볼까 좀 창피하다고? 건강을 지키는데 체면이 어디 있겠는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의자병’ 탈출은 회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무실 내에 런닝 머신 설치  사원들의 웰빙을 위한 복지 캠페인이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경우 이미 사무실 내에 간단한 런닝 머신을 설치한 곳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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