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육계 좌지우지할 키맨이자 파워맨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서 종합 1위 야심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중국은 질적인 국력으로 따지면 미국에 한참이나 뒤진다. 국력의 바로미터인 경제력만 놓고 볼 경우 최소한 2050년 정도는 돼서야 겨우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아직은 중국에게 넘사벽 국가라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려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수준에서는 거의 동등한 레벨이라고 봐도 좋다. 심지어 축구나 야구 등을 제외한 탁구, 배드민턴 같은 상당수 종목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이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다시 한 번 종합 1위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이 야심이 진짜 현실로 나타날 것이냐의 여부는 당연히 참가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선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준비나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없지 않다.

그게 바로 이들을 리드하면서 온갖 굳은 일의 뒷바라지까지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행정력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 단적으로 말하면 중국올림픽위원회(COC)의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 된다.

중국 스포츠계의 국가주석이라고 할 수 있는 COC의 가오즈단 주석. 내년 중국 올림픽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제공=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중국 스포츠계의 국가주석이라고 할 수 있는 COC의 가오즈단 주석. 내년 중국 올림픽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제공=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현재 중국 체육계의 국가주석이라고 해야 할 이 COC의 수장은 부장(장관)급 정부 기관인 국가체육총국 국장까지 겸하는 가오즈단(高志丹) 주석이다. 한마디로 중국 체육계를 명실상부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라고 해도 좋다. 나이로 볼 때 향후 최소한 7∼8년 정도는 중국 체육계를 더 좌지우지할 키맨, 파워맨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린(吉林)성 쓰핑(四平)시 출신은 그는 이전의 COC 주석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 하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정치인들이었던 과거 수장들과는 달리 순수 체육인으로 차곡차곡 단계를 밟은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체육 행정에서는 단연 최고 전문가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중국인들이 자국 선수들이 내년 올림픽에서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그는 고향은 지린성이나 학창 시절은 베이징에서 보냈다. 대학은 체육계 스타들의 산실인 명문 베이징체육대학을 나왔다. 체육인으로서의 커리어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8년 국가체육총국의 종합사(국)에 들어가 근무하면서 쌓기 시작했다.

체육 전반의 행정을 관장하는 부서에서 10년을 근무한 그는 순환 보직에서 약간의 경력을 더 쌓은 다음인 2002년 39세의 나이로 드디어 구만리장천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절회의 기회를 잡게 된다.

국가체육총국(이하 체육총국)의 사격 및 양궁 관리센터의 부주임으로 발탁된 것이다. 이어 2년 후에는 가볍게 국장급인 주임으로 승진했다. 40대 전후의 나이에 부장급 중앙 부처의 부국장과 국장에 잇따라 올랐던 만큼 그의 출세는 보장됐다고 해도 좋았다.

조금 과장한다면 체육총국의 국장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소년등과(少年登科. 어린 나이에 출세함)가 그야말로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이후 무려 11년 동안이나 사격 및 양궁 관리센터의 붙박이 주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에 나이도 50대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주위의 기대와 그 자신의 야심은 그대로 일장춘몽이 되는 듯했다.

이처럼 꺼져가는 것이 확실해 보였던 불꽃은 다행히 2015년 되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2015년 천신만고 끝에 체육총국의 부장조리(차관보)로 겨우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는 그를 수식하는 말이 소년등과가 아닌 대기만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후 그는 젊은 시절처럼 다시 브레이크 없는 승승장구의 길을 달렸다. 우선 이듬해 부국장(차관)으로 승진한 후 2022년 8월 대망의 국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어 1개월 후에는 형식적이기는 해도 무기명 투표 형식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COC의 주석에 선출됐다.

그는 1개월 후에 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는 겹경사도 맞이하게 됐다. 당원 1억 명 중 겨우 200여 명만이 가능한 중앙위원회에 진입, 그동안의 불운을 완전히 털어낸 것이다.

그는 이력에서 알 수 있듯 풍파가 많았다. 젊은 시절에는 승승장구의 기쁨도 맛봤으나 나이 들어서는 커리어가 그대로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좌절감도 오랜 시간 겪어야 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기사회생의 반전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인생 유전은 그의 일처리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각종 세미나나 각 종목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반짝 하다 사라져가는 화려한 스타들보다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오랜 기간을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좋아한다. 내년 꾸려질 파리 하계올림픽 선수단의 성격이 벌써부터 그려지는 것은 이로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가 파격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태권도나 양궁 같은 종목에 세계적 강국인 한국의 지도자들을 초빙, 수준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중앙위원으로 활약하는 만큼 올림픽 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권한을 가지고도 있다. 그가 최근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주는 포상금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중국의 스포츠팬들이 내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이 미국을 넘어서는 성적을 올릴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등장으로 적어도 중국이 스포츠에서는 G2가 아닌 G1이 되는 길로 더 빨리 매진하게 됐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