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혜택 축소에 우한에서 시작해 다롄 안산 등으로 확산
'백지시위 백지혁명'에 빗댄 백발혁명, 중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지난 3년 동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악화된 중국의 재정 적자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복지 혜택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사상 유례없는 노인들의 전국적 시위까지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상황이 당분간 좋아질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올해 5% 이상 성장을 노리는 중국의 전체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우한에서 발생한 ‘백발 혁명’., 우한 시 중심의 한 공원에 노인들이 모여 노인복지 혜택 축소에 대해 시위를 볼이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유지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이 초래한 지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제공=익명의 독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최근 우한에서 발생한 ‘백발 혁명’., 우한 시 중심의 한 공원에 노인들이 모여 노인복지 혜택 축소에 대해 시위를 볼이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유지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이 초래한 지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제공=익명의 독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를 비롯한 홍콩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재정은 원래 엉망인 것으로 유명했다. 일부 지방 정부의 경우 평균 부채가 지역내총생산(GRDP)의 200%를 넘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 불과 3년여 전까지의 현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19는 국면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지방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재정을 쥐어짜내 쏟아붓다 완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버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방은 진짜 대책 없이 재정을 쏟아 부은 결과 부채 비율이 300%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급기야 애꿎은 주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황당한 케이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손쉬운 정책은 아무래도 복지 혜택의 축소가 아닐까 보인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때는 지난 15일이었다. 일단의 노인들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시 중심의 한 공원으로 모이고 있었다.

이어 경찰과 대치한 채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이 70세 전후인 이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재정 적자에 시달린 우한 정부가 2월부터 은퇴자들의 의료보험 급여를 월 260 위안(元. 4만8620 원)에서 83 위안으로 대폭 삭감한 탓이었다. 노인들 입장에서 177 위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닌 만큼 시위를 벌일 만도 했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우한에서 발생한 것과 거의 똑 같은 시위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안산(鞍山)시 등으로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다른 지역이라고 노인들이 살지 않는 곳이 없는 만큼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이에 대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 거주하는 퇴직 은행원인 첸궈청(錢國成) 씨는 “아직 베이징은 의료보험 급여 삭감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노인들의 시위는 해외 언론에서는 ‘백발 혁명’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폭발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인 이른바 ‘백지 시위’, 즉 ‘백지 혁명’을 빗대 부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우한이나 다롄 같은 지방 정부는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복지 혜택에 손을 대 재정 위기를 넘길 여력이 있는 지방은 그나마 조금 낫지 않나 보인다.

일부 지방은 아예 파산에 내몰리고 있다면 중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 상황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무려 3년 동안이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백발 혁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로 보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