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품종과 음악의 궁합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음악 장르별로는 어떤 포도품종이 어울릴까?

정말 다수가 공감할 정도로 장르별로 어울리는 품종이 있기는 할까?

음악이 와인의 맛과 향 즉 풍미를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다고 많은 연구들이 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앞선 칼럼에서 언급해왔다.

우리들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분위기 즉 무드가 달라진다는 것을 누구나 느껴본 적은 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 장르나 템포,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 연주하는 악기나 연주법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일일이 따져보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듣는 음악을 달리하고 싶어진다는 것부터가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공감각(共感覺)의 세계에 평소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자, 그럼 이쯤에서 우리도 한번 스스로 응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회에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는 거다.

정답은 어차피 각자의 몫이니 재미로라도 해보자.

자신의 와인 품종과 향과 맛에 대한 상식도 점검해볼 겸…

그래서 우선 폭넓게 음악 장르별로 어울릴 것 같은 포도 품종을 연결해보는 작업부터 시도해보자.

포도품종에 대한 전문지식 없다면 그냥 어떤 스타일의 와인이었으면 좋겠다로 시작해서 그런 스타일의 풍미를 주는 포도품종을 역으로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음악은 와인 바에서 자주 듣는 재즈부터 시작해보자.

재즈 자체도 장르가 다양하지만 그냥 일반적으로 재즈와 어울리는 와인하면 어떤 포도품종이 떠오를까?

재즈는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볍게 무의식적으로라도 신체 부위의 어딘가를 부드럽게 흔들거나 손이든 발로 장단을 맞추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인 것 같다.

한마디로 부담이 없고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풀어서 무장 해제시키는 경우가 더 많아서 재즈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따라서 재즈엔 왠지 맑고 밝은 레드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지속적으로 피어오르는 피노누아가 맞을 것 같다.

네비올로(Nebbiolo)나 네렐로 마스칼레제(Nerolle Mascalese) 같은 경우도 피노누아와 같이 색깔 자체가 맑고 영롱하고 향이 은은하면서 다양하게 피어오르기에 어울릴 것 같다.

다만 네비올로의 경우에는 바롤로 보다는 좀 더 화려하고 가벼운 바르바레스코쪽의 와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신대륙 피노누아의 경우에는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아주 가볍게 그을은 오크통이나 중고 오크통을 사용하여 포도품종 자체의 향이 많이 나는 피노누아가 더 어울릴 듯하다.

이런 와인들이 특히 무겁지 않고 기분을 처지게 만들 지 않는 부드러운 재즈 음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다.

몰론 불루스풍의 끈적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주는 재즈에는 오히려 오래 묵은 부르고뉴 피노누아 와인 한 잔이 어울릴 것 같다.

다음으로 클래식 음악에는 어떤 와인이 좋을까?

앞의 칼럼에서도 나왔지만 드뷔시나, 요한 스트라우스나 슈베르트 등과 같이 음유 시인같이 부드럽고 날개를 단 듯 살랑살랑 나는 듯 경쾌한 리듬의 음악을 들으면 리슬링이나 쇼비뇽 블랑, 오크 숙성하지 않은 샤르도네 품종을 들고 어디 야외로 피크닉을 가야할 듯한 기분이 든다.

바흐나 베에토벤의 좀 묵직한 클래식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그리고 묵직한 바롤로나 산지오베제 특히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BDM)가 그 긴장감과 복잡성에 감성을 맞추어 줄 것 같다. 

리오하 지역의 템푸라뇨로 만든 와인도 어울릴 듯하고.. 

인디 록밴드에는?

대중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부드럽고 강한 인디 록밴드 음악에는 어떤 포도 품종이 연상될까?

혹자들은 리슬링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베르멘티노나 슈냉 블랑과 스페인의 알바리뇨로 만든 와인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드로는 탄닌감이 강한 타낫(Tannat)이나 말벡은 어떨까?

소수는 소수끼리여서 어울린다고 봐서 생긴 선입관일 수도 있겠다.

하나 말벡이나 베르멘티노가 소수는 아니지 않은가!

그럼 클래식 록 음악에는 어떤 품종의 와인이 어울릴까?

피크지점에서 강렬함이 기본이고 사운드가 큰 록 음악에는 그에 상응할 만큼 강한 풍미가 있는 시라나 쉬라즈나 아글리아니코 품종의 와인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아예 부드럽고 달콤하여 이 강렬함을 달래주는 스위트한 세미용으로 만든 귀부와인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폭발하는 사운드에 맞춰 강렬한 효모향이 나는 강한 고급 샴페인은 또 어떨까? 

샴페인은 주로 샤르노네나 피노누아, 피노므니에로 만든다.

젊은 세대를 위한 랩과 힙합에 어울리는 와인도 있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아주 세콤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큼털털하기도 한 오렌지 와인은 어떨까?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과일향까지 제대로 묻어나면 금상첨화다!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인데 포도 껍질을 함께 침용하여 껍질 성분을 우려낸 와인 즉 앰버와인 혹은 스킨 컨택티드 와인이라고 불리우는 ‘껍질 침용 화이트 와인’이 비트가 전반적으로 빠르기도 하고 젊은 층들이 즐겨듣는 음악이니 신맛이 강한 와인들이 빛을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이기에 기존 주류 와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화이트 와인이기라는 이미지상의 연상작용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

신맛하면 전반적으로 이탈리아 레드 품종들과 그리스의 화이트 품종들도 뒤지지 않는다.

미국의 컨츄리 음악에는 어떤 품종이 어울릴까?

입향순속(入鄕循俗(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이라고 미국의 포도품종으로 알려진 진판델 (Zinfandel)이 어울릴까?

그럼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Primitivo)가 이것의 원조라니 이것은 어떨까?

재미있는 것은 이 프리미티보, 즉 진판델의 원산지는 크로아티아라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쌓아야 할 지식이 늘어간다.

사실 진판델은 전반적으로는 탄닌감이 강한 풀바디 와인이 된다.

필자는 컨츄리 음악도 상대적으로 기분이 가볍고 리듬이 흥겨운 편이라고 생각하여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 스파클링 와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레드로는 메를로나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와인 즉 프랑스 우안의 포므롤이나 생떼밀리옹 혹은 신대륙의 와인들처럼 부드럽고 스치는 듯한 달콤함이 있는 것이 좋을 듯하고.

블루스도 있다.

그 복합적이고 미묘한 음악에 어떤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어울릴까?

단순하지 않은 경우이니 복합적인 향이 느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품종에 관계없이 올드 빈티지의 와인들이 이와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세월의 향기가 묻어 있어야 그 감성과 함께 할 것 같으니까.

그럼 이제는 한류를 생각하여 국악과 어울리는 와인을 생각해보자.

템포가 상대적으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인상을 주는 국악도 장르가 다양하지만 그냥 국악하면 떠오르는 느낌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품종이 먼저 연상될까?

학습의 효과로 막걸리나 전통주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한데 이들도 광의로는 와인이니 생각해볼 수 있지만 어울리는 포도 품종을 찾아보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가야금이나 거문고 연주 같은 경우에는 샤르도네가 연상되고 대금 연주에는 리슬링, 태평소나 아쟁 같은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 그것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연상된다. 귀에 들리는 부드러움과 강도, 경쾌함과 발랄함의 정도에 대한 느낌이 그리 연결되게 한다.

궁중음악같이 전체 악기가 합주되면 클래식 오케스트라같이 복합미가 넘치는 보르도 블렌딩이 떠오른다.

요즘 한참 나이를 떠나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롯트는 어떨까?

한이 많이 서려있는 듯한 전통 트롯트에는 그 꺽기에 가슴 한 켠이 저려오기도 한다.

여기엔 달콤함으로 애잔한 슬픔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 달콤한 스위트 와인을 마셔도 될 것 같은데 어쩌면 그 스위트 와인이 쓰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도 하다.

그래서 리슬링과 세미용 등으로 만든 귀부 와인이나 아이스 와인이 어울릴 듯도 하고 그냥 가슴 저린대로 가자면 바르베라나 포도 품종은 아니지만 내추럴 와인도 날 것 그대로를 전해 받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요즘 온 세계를 휘젓고 있는 K팝 음악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생각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런 다양하고도 새로운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같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살면서도 문화적으로는 좀 더 즐겁고 재미있고 풍요롭게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귀찮다면 각 나라 와인을 마실 때 그 나라 음악을 그냥 틀어놓고 듣는 것이다.

포르투갈 와인에는 파두, 스페인은 플라멩고의 기타음악, 이탈리아는 칸소네, 프랑스는 샹송, 아르헨티나는 탱고 음악을 틀어놓고 그 나라의 와인을 마셔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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