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의 거장들이 사랑한 와인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와인과 음악의 궁합에 대한 이야기를 그동안 다루어 보았다.

그럼 이즈음에서 음악의 거장들이 좋아한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그들이 마시는 와인을 보면 그들의 음악의 세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자신의 음악과 어울리는 와인을 좋아했을까?

아니면 교통편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터이고 와인의 선택폭도 작았을 테니 그냥 처음 접한 와인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을까?

혹여 그냥 트렌드를 쫓거나 귀족들과 어울렸으니 귀족 스타일의 삶을 향유하기 위해 그냥 와인 자체를 좋아한 것은 아닐까?

그들이 좋아하거나 좋아한 와인들의 특성이 그들의 음악활동에 영향을 주었을까?

그들은 와인을 통해 자신의 음악 활동에 영감을 얻었을까?

오늘은 한 번 이 궁금증을 풀어보자.

이름하여 음악의 거장들이 사랑한 와인!

음악의 아버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그는 독일의 아이젠나흐(Eisenach)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라이프찌히(Leipzig)로 옮겨가서 살았지만 독일을 떠나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살던 라이프찌히는 당시에 동유럽과 서유럽, 중동을 잇는 중요한 교역의 중심지였기에 그는 심지어 커피도 아주 많이 즐겼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는 커피가 유럽에서 신문물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귀족사회에서 많이 퍼져 나가던 시기였다.

이 커피가 그의 와인 취향을 많이 대체했을 수는 있으나 그는 와인 셀러를 집에 두 개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와인 애호가였다고 한다.

당시 교통 상황이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그는 라인강의 좌안보다는 우안의 와인을 마셨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유는 당시에 30년 전쟁과 루이 14세와의 전쟁으로 좌안이 황폐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인가우 지역의 리슬링이나 바덴(Baden)지역에서 생산된 슈팻부르군더 즉 피노누아(spätburgunder (pinot noir))를 주로 마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작곡한 G선상의 아리아, 푸가의 기법,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골드베르크 변주곡,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 D장조, 마태 수난곡,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6번 D장조 같은 그의 대표 작품들을 들으며 리슬링 와인이나 레드 와인으로 슈팻부르군더를 마셔 보는 건 어떨까?

리슬링의 셰계도 당도에 따라 트로켄부터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아이스 와인까지 다양하니 각각 당도별로 마셔가면서 각각의 음악에 어울리는 지를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음악 신동 모짜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그럼 살리에르가 그의 천재성을 그토록 시기했던 음악 신동 모짜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는 어떤 와인을 좋아했을까?

그의 피아노 위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고 한다.

밤에 작곡을 할 때에는 와인이 그의 벗이었단다.

와인이 모자라면 벽을 두드렸고 그러면 옆집에서 가져다 줄 정도였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그의 천재성을 일찍이 알아본 역시 작곡가였던 그의 아버지가 그를 데리고 10여년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음악 여행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음악 공부하러 떠난 여행이 단순한 음악 여행이 아니라 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샴페인을 좋아했다.

그가 좋아했던 샴페인은 사실 당시는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막 샴페인 하우스들이 생겨나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다. 유럽 귀족사회에서 샴페인이 본격적으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부터이니 그 이전에 샴페인을 좋아했다는 것은 귀족 사회에서 어울리며  당시로서는 신문물과 새로운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피가로의 결혼,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교향곡 제40번 g단조, 레퀴엠 d단조, 마술피리, 돈 지오반니, 터키행진곡 등을 들으면서 샴페인을 마시면 정말 그럴 듯하지 않은가? 

악성(樂聖)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악성(樂聖)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은 어떤 와인을 좋아했을까?

그는 오스트라(특히 보스라우(Voslau)와 굼폴슈키르켄(Gumpoldskirchen)에서 생산된 화이트와 라인가우 리슬링, 토카이(Tokaji)와 아우스부르크(Ausbruch)의 스위트 와인들을 즐겼다고 한다.

그의 증조부와 조부는 와인 중개상이기도 했지만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고 나중에는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으로 귀까지 멀었음에도 이 고난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동인중의 하나는 그가 비엔나에 살면서 귀족들을 통해 당시로서는 최고급의 다양한 와인들을 접할 수 있어서 와인이 그를 위로하는 벗이 되어 주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해본다. 

그가 달콤한 와인을 즐긴 이유도 그의 삶이 팍팍하고 쓰디썼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토카이의 진한 스위트 와인이 주는 드라마틱하고 강력하고 강렬하고도 꿀같이 달콤한 느낌들이 그의 음악에 잘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그는 안타깝게도 임종 직전에 그가 좋아하는 와인이 도착했다는 소식만 듣고 마셔보지도 못한 채 ‘아까워, 아까워, 너무 늦었어”라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그가 죽기 몇 주 전에 주문한 라인가우 리슬링이 임종전 하루 전에야 도착했던 것이다.

그의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좋아했던 리슬링이나 토카이 와인을 마시면 좋을까?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 월광 소타나, 운명 교향곡, 전원 교향곡, 합창 교향곡 등을 들으며 리슬링이나 토카이 와인을 마시면 왠지 정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잠시 합스부르크 제국의 독일계 출신의 음악가들을 떠나 다른 나라 음악가는 어땠을까?

이탈리아의 거장 로시니 (Gioachino Rossini)

이탈리아의 거장 로시니 (Gioachino Rossini (1792 – 1868))를 빼고 와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가 이탈리아 와인은 기본으로 좋아했겠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마데이라(Madeira)와 보르도 와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보르도 와인 중에서는 샤토 라피트 (Chateau Lafite)를 특히 좋아했단다. 샤토 라피트는 1855년 특1등급 그랑크뤼 와인이 되었으나 1868년 제임스 마이어 로칠드 (James Mayer Rothschild)가 이 와이너리를 사들이면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되었으니 오늘날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라는 브랜드는 아니었으나 동일한 와이너리는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마데이라는 사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에서 생산되는 주정 강화 와인이고 이탈리아에서는 시칠리아 섬에서 마르살라라는 유사한 와인이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마데이라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세계관의 폭이 넓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그는 아드리아 해안가인 페사로(Pesaro)(피렌체에서 동쪽으로 아펜니노산맥 너머의 해안가)에서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와 소프라노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개구장이였다고 하는데 성장해서는 음악가로서도 딱 20년동안 40곡의 오페라를 작곡하고 37세에 조기 은퇴하고는 친구들과 호화로운 연회와 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삶을 즐기는데 열중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사람답게 인생이 뭔 지를 아는 낭만적인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몹시 게을러서 침대에 누워서 작곡하다가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줍기가 싫어서 새종이에 다시 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다시 쓰는 게 더 귀찮을 것 같은데 이 천재에게는 일어나서 줍는 것 보다 다시 쓰는 게 더 쉬웠던 모양이다.

그는 미식가이자 대식가이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직접 요리책까지 냈다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이 요리하기를 좋아했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요리를 창안해낼 정도로? 어쩌면 그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악상이 떠올랐을 때 그걸 놓치기 싫어서 그냥 침대에 누운 채 새 종이에 악보를 그려 나간 것을 보고 호사가들이 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여튼 다방면에서 천재 끼를 발휘한 걸 보면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경제 상황 역시 많이 좋았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사실 요즘 MZ 세대들이 목표로 할 만한 부러운 인생을 산 음악가다.

대단한 미식가였기에 그의 이름을 딴 프로세코 베이스의 칵테일(Rossini)도 있고 

트러플을 곁들인 스테이크 요리(Tournedos Rossini)도 있을 정도다.

그의 대표적인 음악인 세비야의 이발사, 빌헬름 텔, 라 단짜를 들으면서 프로세코나 마데이라 등을 마셔보는 것도 굉장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스테이크 요리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트러플과 마데이라소스를 켵들인 로시니 스테이크 출처 : 위키피디아
트러플과 마데이라소스를 켵들인 로시니 스테이크 출처 : 위키피디아

독일 거장 브람스(Johannes Brahms)

다음은 바흐, 베토벤과 더불어 독일 3B 거장 중의 하나인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 – 1897))가 좋아한 와인을 알아보자.

그는 함부르크에서 극장 관현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대부분을 비엔나에서 살았지만 어릴 적에 라인가우 지역을 세세하게 탐험(?)한 기회가 있었고 거기서 몇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친한 친구들 중에는 이 지역 와인 중개상도 있어서 그가 와인을 브람스에게 공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브람스는 라인가우의 리슬링 와인을 좋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또 여행을 좋아해서 이탈리아를 9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미식가이기도 한 그는 당연히 이탈리아 와인도 사랑했는데  특히 시칠리아 와인 그 중에서도 달콤한 마르살라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작 이탈리아 출신인 로시니는 포르투갈의 마테이라를 좋아했다.

달콤한 와인으로는 토카이를 뺄 수가 없다.

비엔나에 그가 즐겨가던 술집에는 토카이 한 배럴이 그를 위해 늘 준비되어 있을 정도였다고 할 정도다.

마르살라나 마데이라나 주정 강화와인이기는 하지만 살짝 단맛이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 음악가 리스트를 바이마르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그 둘의 음악적 성격이 맞이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브람스는 헝가리 토카이 와인은 좋아했다니 역시 음악적 성격은 음악적 성격이고 마시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브람스 역시 베토벤처럼 죽기전에 와인과 관련한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임종시에 루드샤임(Rudesheim)(라인가우지역)산 리슬링을 한 모금하고 나서

‘이건 참 항상 맛이 좋아’라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하니 그 한모금을 마시지 못하고 임종한 베토벤 보다는 행운을 누렸다.

그의 대표곡인 독일 레퀴엠, 알토 랩소디, 헝가리 무곡 등을 들으며 그가 좋아한 마르살라나 토카이 와인 혹은 라인가우 리슬링 와인을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늘날 루드샤임 근처의 포도재배지역 출처: 위키피디아
오늘날 루드샤임 근처의 포도재배지역 출처: 위키피디아

독일의 3B(바흐, 베토벤, 브람스)와 로시니, 모짜르트는 18,19세기를 순차적으로 살아온 음악가들이고 당시 음악가들의 삶이 귀족을 상대로 하는 것인 지라 귀족들의 문화중 하나인 와인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와인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당시는 교통편이 좋지 않았을 것이니 자신들의 고향이나 생활의 터전에서 경험한 와인들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당시 귀족들의 삶이 트렌드에 민감했던 것처럼 그들도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는데에 빨랐던 것 같다. 감성이 뛰어난 그들이기에 먹고 마시는 데서도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와인이 그들의 창의성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게 된다. 로시니 같은 경우에는 아예 요리에도 창의성을 발휘했으니.

그런데 이런 현상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유사한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귀족들만이 즐기던 문화를 오늘날에는 일반 사람들도 보다 편하고 쉽게 더 다양하고 품질이 훨씬 좋아진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을 사는 우리가 과거의 귀족보다 더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하루하루 먹고 마시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더구나 당시 귀족들조차도 이 음악의 거장들의 음악을 전부 들을 수는 없었을 텐데 우리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전부 들을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들은 이 거장들의 곡을 그들이 직접 연주하거나 지휘하는 모습을 직관하고 뒤풀이도 같이 하며 잔까지 부딪치며 대화를 나누었을 것에 대한 부러움은 있지만.

슈베르트(Franz Schubert),리스트(Franz Liszt), 바그너(Richard Wagner)

가곡의 왕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는 로제 와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서부 스타이리어 (Styria)지역에서 생산된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 품종으로 만든 쉴체어(Schilcher)와인인데 로제 와인이란 것이 왠지 그의 음악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 지도 출처 : 위키피디아
오스트리아 지도 출처 : 위키피디아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헝가리 출신답게 헝가리 와인인 섹사드(Szekszárd)지역에서 생산된 와인과 꼬냑(cognac)을 즐겼다고 하고 섹사드 와인을 교황 피우스 9세(Pope Pius IX)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했단다. 

토카이는 많이 마셔서 그런지 코냑을 좋아했단다.

바그너(Richard Wagner(1813~1883)는  프랑스 론 지역중에서도 생 페레(Saint-Péray) 지역 와인을 좋아해서 자기 고향으로 100병이나 보내라고 주문할 정도였다고 한다.

생 페레는 북부 론의 최남단에 속한 지역으로 바로 그 아래가 남부 론이다.

독일 출신인 그가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망명 등으로 스위스, 베니스, 파리 등으로 옮겨다니면서 프랑스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참고의 글들: 

1.https://wineandotherstories.com/five-classical-composers-that-loved-wine/ 

2.https://www.ludwig-van.com/toronto/2016/02/24/liszts-what-6-famous-composers-love-to-drink/

3. 네이버 지식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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