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1인 확정한다는데...‘정치적 외풍’ 변수
여당·대통령실 입김에 국민연금 반대 명분
후보자 4인 일괄사퇴 시나리오까지 돌아
업계 “주주 이익 실현할 수 있는 후보 올라야”

KT 이사회가 이날 오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이후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기업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이사회가 이날 오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이후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기업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KT는 예정대로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고 이달 말 주주총회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자들이 일괄 사퇴하고 차기 대표이사를 다시 선정하는 재공모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이날 오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면접 심사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4명이다.

이들 후보자들은 ▲디지털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등 심사 기준에 따라 면접을 진행한다.

이후 확정된 최종 후보자 1인은 이달 말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정식 임명된다.

KT 이사회가 공개한 심사 기준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기술 전반에 대한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4명의 후보자 모두 KT를 이끌어 나갈 인재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 면접 심사 기준. [사진=KT]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 면접 심사 기준. [사진=KT]

그러나,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당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KT 출신 인사만으로 숏리스트가 구성된 것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고 꼬집으며 대표이사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과 경찰에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대책을 요구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KT 차기 대표 인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이후 추가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힘입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KT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8.53%(지난 3일 기준)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46%) 등 다른 주주들도 국민연금과 정권의 압박에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이들의 반대표로 인해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KT는 당장 4월부터 대표이사 공백 사태를 맞게 된다.

다른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미디어,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를 마친 것과 달리, KT는 올해 경영계획 부재에 리더십 공백까지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공모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권의 비판을 고려해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인정하는 행태라는 이유에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노골적인 비판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도 나왔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직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확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보도를 보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사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KT도 기업의 가치와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후보자를 확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KT 새노조 또한 전날 입장문을 통해 “KT가 주인없는 기업이라고 정치권이 횡포를 부려도 되는 회사가 아니다. 민간기업이라면서 이사들이 멋대로 자기 이익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며 “주인인 국민과 소액주주를 위한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KT 새노조 관계자도 “만약 KT 경영진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정권에서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면 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내정된 인사가 있다는 것것을 보여주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며 “KT 이사회도 이같은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고 이후 실력있고 비전있는 전문가이자 KT 내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를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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