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제안 금액 절반에 불과한 주당 배당금 5000원 제시
안다자산운용의 안건 신청 가처분에서 승소…주주 의결권 위임 호소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등 사외이사 후보 선임도 마찰

KT&G 이사회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각종 안건에 대해 반박하면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G 이사회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각종 안건에 대해 반박하면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주식 가치를 올리고, 주주 권리 확보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KT&G 주주총회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T&G의 배당정책,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이사회 선임과 관련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 안다자산운용 등이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KT&G 이사회는 공시를 통해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면서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14일 KT&G 이사회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각종 안건에 대해 반박했다.

이번 공시에 담긴 안건은 ▲배당 정책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이사회 선임 등으로 압축된다.

먼저 배당 정책과 관련해 KT&G 이사회는 2021~2023년 주주 환원 계획을 발표한 후 배당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배당 확대를 위해 제36기 배당금을 주당 5000원으로 결의·공시한 상황이다. 

KT&G 이사회 측은 “회사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면서 중장기 성장 투자 계획을 고려해 전년 대비 200원 증액했다”며 “2022년 배당 성향은 57.3%로 시장과 약속한 배당성향 50%를 상회하여 달성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이 FCP가 제안한 금액(1만원)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안다자산운용이 제시한 7867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KT&G 이사회 측은 “단기적 관점의 과도한 배당 확대는 향후 경영 환경 불확실성 대응이나 미래 투자 계획의 지속 추진 등의 측면에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배당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는 ‘新주주환원정책’을 믿고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KT&G 이사회는 “상법에서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기반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근 3년 연속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며 “현행 주주환원정책이 종료되는 올해 말 자사주 소각 계획을 포함한 ‘新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주주들의 찬성과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법원 판결에서는 KT&G가 계속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 달 대전지방법원에 11개 안건에 대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FCP는 이 중 인삼공사 분리상장과 1조 1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은 취하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KT&G 측이 인삼공사 분할계획서 등은 이사회 및 경영진의 협조가 있어야 주주총회에 올릴 수 있는 안건이라고 반박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추가로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안다자산운용이 제시한 인삼사업부문 인적분할의 건에 대해서도 “법률에 위반되거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으로 이를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관련 내용을 기각했다.

이에 KGC인삼공사는 즉각 관련 자료를 통해 법원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KGC인삼공사는 “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은 법리상 주주제안으로 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상대 측이 무리하게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인 만큼 당연한 결과”며 “제시한 분리상장 계획안 역시 KGC인삼공사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GC인삼공사는 주주 제안 자료를 근거로 사모펀드 측이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이사보수의 한도를 1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꼬집었다. 100억원은 KGC인삼공사 영업이익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 약 40개국에 250여가지 제품을 수출하면서 지난해 해외시장 매출이 20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업이 탄력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인적분할 주장은 자칫 한국인삼산업의 글로벌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서도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KT&G 이사회는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고윤성 현 한국외대 경영대 교수·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는 이수형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3명)를,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2명)를 사외이사 후보로 등재했다.

이 중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의 경우 과거 경력과 현재 KT&G 주요 사업과 연관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이유로 KT&G 이사회 내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30일 주총을 앞둔 휴젤이 최근 차석용 전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루겠다고 밝히면서 KT&G 이사회의 반대 입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T&G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바로 전문성”이라며 “차석용 전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홍삼 분야와 관련해 과연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상대 측에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