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美 SVB, 시그니처은행 등에 3000억원 투자
작년 운용수익률 -8.2%, 손실액 79조원...역대 최악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한 데 이어 파산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등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한 데 이어 파산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등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투자 또는 투기판에서 손 댔다 하면 대박이 나는 ‘미다스의 손’이 있는가 하면, 손 댔다 하면 마이너스가 나는 소위 ‘똥손’이 있다. 확률상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적어도 ‘내가 낸 돈’ 갖고 움직이는 경우라면 백이면 백 모두 전자이기를 바라는 심정이 일반적일게다.

이를 전제로 본다면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8.22%, 손실액(79조원) 역대 최악을 기록한 국민연금공단은 ‘똥손’에 가깝다. 여기다 최근 국민연금이 글로벌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에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는(똥손이라는)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연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동성 위기로 UBS에 인수된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채권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에 총 2783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민간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한 CS채권 135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해외채권 총투자액의 0.21%에 해당한다. 다행히 732억원어치를 투자한 CS주식은 올해 대부분 처분했다는 국민공단의 설명이다. 앞서 공단은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SVB에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1389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공단은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위탁운용사 고유의 권한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해 위탁운용사에 위험 노출 투자액과 관련, 검토와 대응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시그니처은행 주식(35억원 투자)도 현재 거래가 재개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크레디트스위스(CS) 채권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 스위스 제네바 지점. [AFP=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크레디트스위스(CS) 채권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 스위스 제네바 지점. [AFP=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도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실이 ‘국민연금 위탁 운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4년 6198억원에서 매년 불어나 2020년엔 2배 가까운 1조3749억원에 달했고, 2021년에는 2조3424억원으로 1년 만에 1.7배 늘었다.

위탁수수료는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떼 주는 비용이다. 수수료가 많으면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위탁보다는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는 기금운용 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달이 내는 '내 돈(연금)'이 나날이 불어나기는커녕 이리 잘려나가고 저리 새나가면 기금 위기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돈 굴릴 생각 말고 그냥 대출장사나 하라"고 하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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