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62)
많은 음식과 적은 육체적 노력, 적자생존 원리…결국 심장병과 치매 불러
원시부족 대신할 수 있는 건강법은 식단과 운동 뿐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과학적으로 보고된 심장과 뇌 질환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는 볼리비아 저지대의 열대 숲에 거주하는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여기에 집중돼 왔다.

그러면 이 아마존 부족에게 심장병과 뇌 질환인 치매가 현저하게 적은 과학적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전문 사이트 메디컬 엑스프레스(Medical Xpress)는 최근 한 대학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풍요와 안락(安樂)이 결국 이러한 질병을 부추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현대 질병이라는 것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치매와 심장병, 풍요와 安樂 현대인의 질병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 연구팀이 이들 부족이 사는 공동체인 치마네(Tsimane)와 모세텐(Moseten)에 대한 새로운 연구는 결국 건강한 뇌 노화를 극대화하고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은 음식 소비와 운동에 있다고 제안한다.

이 연구는 지난 3월 20일(현지간)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되었다.

산업화 덕분으로 인해 인간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음식에 대한 더 많은 접근성, 더 적은 육체적 노동, 그리고 건강 관리에 대한 더 나은 접근성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많이 먹고 덜 운동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비만과 대부분의 생활을 앉아서 보내는 좌식 생활방식, 그리고 그로 인한 ‘의자병’은 뇌의 양을 적게 해 인지 능력 감소를 더 빠르게 진행시킨다는 것이 이 연구의 골자다.

그러면 풍요와 안락이 건강을 해치기 시작한 티핑 포인트는 언제부터였을까?

연구팀은 치마네와 모세텐 40~94세의 성인 1165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사는 외딴 마을에서 CT 스캔 장비가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수송수단을 제공해 데리고 왔다.

그리고 팀은 나이별로 뇌의 부피를 측정하기 위해 CT 스캔을 사용했다. 그들은 또한 참가자들의 체질량 지수, 혈압, 총 콜레스테롤과 다른 에너지 관련 전반적인 건강 지표들을 측정했다.

치마네와 모세턴 부족, 뇌 위축 적고 심혈관 건강해

측정 결과 연구팀은 치마네와 모세텐 부족의 일상생활이 미국과 유럽의 산업화된 인구에 비해 뇌 위축이 적고 심혈관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이와 관련된 뇌 위축, 즉 뇌 수축 비율은 치매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의 위험과 상관관계가 있다.

세계적인 노인 전문 대학인 USC의 레오나드 데이비스 노인학 스쿨(Leonard Davis School of Gerontology) 생물의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 이 연구를 이끈 안드레이 이리미아(Andrei Irimia) 박사는 "우리의 산업화 이전 조상들의 삶은 제한된 식량 가용성으로 인해 싸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리미아 교수는 "인간들은 역사적으로 음식을 찾기 위해 필요한 이유로 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그들의 뇌 노화 프로필은 이러한 생활 방식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으로 보고된 심장과 뇌 질환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는 볼리비아 저지대의 열대 숲에 거주하는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여기에 집중돼 왔다. 사진은 치마네 부족. [사진=​​​​​​Tsimane Health and Life History Project Team]
과학적으로 보고된 심장과 뇌 질환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는 볼리비아 저지대의 열대 숲에 거주하는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여기에 집중돼 왔다. 사진은 치마네 부족. [사진=​​​​​​Tsimane Health and Life History Project Team]

모세텐, “산업화 이전과 현대사회를 잇는 다리”

그는 어떤 면에서 볼리비아의 아마존 부족의 모세텐은 인간 진화에 있어 산업화 이전과 후기의 현대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또한 두 원주민 사회인 치마네와 모세텐 사이의 주요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모세텐 족은 비슷한 언어, 조상의 역사, 생활 방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치마네 부족과 형제 집단이다. 그러나 모세텐 부족은 현대 기술, 의학, 사회 기반 시설, 그리고 교육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집단이다.

이리미아 교수는 "모세텐은 우리가 다양한 생활 방식과 건강 관리 요소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의학과 기술에 접근성이 많은 모제텐 부족이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현대인들보다 더 나은 건강을 보여주었으나, 현대 문명과 단절한 치마네 부족 건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놀라운 것은 치마네 인구 가운데서도 체질량지수(BMI)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나이에 비해 더 큰 뇌의 양은 현대인과 비교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평균적으로 비슷한 BMI를 가진 선진국의 사람들보다 더 근육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티마네와 모세텐 부족도 풍부한 음식과 일상적인 활동 사이에 근접할 수 있는 "달콤한 지점(sweet spot)"에 더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두 부족도 과거의 음식과 활동에서 현대문명의 이기로 인해 점차 풍요한 안락의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풍부한 음식과 신체 활동에 대한 요구가 거의 없는 안락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인간의 진화적 과거로부터 내려온 추진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시부족을 대신할 수 있는 건강법은 운동 뿐”

거의 20년 동안 치마네를 연구해온 채프먼 대학의 건강 경제학 및 인류학 교수인 힐라드 카플란(Hilard Kaplan) 박사는 "인간은 진화하는 동안 더 많은 음식 확보, 그리고 이를 확보하는데 더 적은 칼로리 소비가 건강 향상, 웰빙, 그리고 궁극적으로 더 높은 생식 성공, 또는 다윈의 적응도(Darwinian fitness, 적자생존 이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진화의 역사는 더 많은 음식 확보와 덜 육체적인 일에 대한 욕구를 갖게 하는 심리적, 생리적 특성들을 위해 선택되었다. 그리고 산업화와 함께 그러한 특성들은 우리로 하여금 목표치를 초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건강한 심장과 건강한 뇌를 갖기 위해서는 원시사회로 돌아가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먹기 위해 음식 확보에 노력하는 사람에게 심장병과 치매는 사치스러운 병이다.

결국 고대 아마존 부족을 닮을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한 것은 많이 움직이는 운동 외에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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