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황과 관련하여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수입 와인의 한글 백라벨을 보면 이산화황(Sulfur dioxide (SO2)) 포함, 아황산염 혹은 무수아황산(산화방지제)(이하 아황산염으로 통일)이 포함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거나 정면 라벨에 보면 ‘contains sulfites(아황산염)’라고 표기되어 있다.

어떤 와인 백라벨에는 ‘와인은 천식환자에게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건강관련 경고 문구는 정부가 지정한 몇 가지 중 한 가지를 기재하면 되는데 그 중 한가지가 이 이산화황 관련 문구이다.

내추럴 와인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면서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이 아황산염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는 것 같다.

유기농,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과 내추럴 와인이 20세기말에 등장하여 21세기 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내추럴 와인이 최고라고 하는 신봉자들까지 생겼다고 할 정도로 내추럴 와인애호가들이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와인업계 일부에서는 내추럴 와인과 기존의 재래식 와인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할 정도다.

이 유기농, 바이오 다이나믹, 내추럴 와인들과 구별하기 위해 19세기 과학 발전에 따라 제초제, 살균제, 화학 비료와 배양효모를 사용하여 만든 와인들, 즉 우리가 지금 흔히 마시고 있는 와인들은 재래식 와인 (Convetional wine)이라고 불리우고 있을 정도다.

19, 20세기에는 와인은 재래식 와인 위주였던 와인 세상에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여 재래식 와인들이 왠지 밀려나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허나 사실 유기농,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 내추럴 와인, 오렌지 와인(스킨 컨택티드 와인)들은 19세기 과학 기술 발전 이전인 18세기 이전의 와인들의 부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그 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유기농 와인이나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은 주로 포도재배시의 농법에 관련한 와인 분류이고 내추럴 와인은 이들 유기농, 바이오다이나믹 농업으로 재배된 포도에 양조시에 주석산이나 탄닌첨가, 배양효모 사용, 청징이나 필터링 등 인위적인 조치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특히 양조시에 무수아황산을 기존 재래식 와인들 보다 아주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는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분류한 와인의 한 장르이다.

내추럴 와인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구분점 중의 하나가 아황산염의 사용량 혹은 사용여부인 것이다.

그럼 여기서 아황산염은 언제부터 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아황산염은 17세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을 사용한 이유는 첫째는 살균작용이다.

오크통 숙성시에 오크통 내부를 소독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이 아황산염이다.

이산화황으로 오크통 내부를 살균하여 유해균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였다.

당연히 유익균도 살균된다. 유해균이 폐해가 더 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둘째는 산화방지제 역할이다.

모든 식품은 산화작용에 의해 변질된다.

그 변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로마 성분의 산화 현상도 막아주어서 향을 보존해주는 역할까지도 한다.

세번째가 보존제 혹은 방부제이다.

색깔을 좀 더 유지시켜주고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여 부패를 방지해주기에 일반 식품 보존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 이산화황은 산도가 높을수록 즉 pH가 낮을수록 분자수가 더 증가하여 농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산도가 낮으면 농도가 낮아진다.

따라서 와인에서 산도 조절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화이트 와인에 아황산염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순기능이 있다고 마냥 많이 사용하면 안된다.

독성이 있어 인체에 해로운 면이 있기에 어느 나라나 식품에 함유된 총량을 규제한다. 이산화황이 10mg/L 이상이면 인제에 부작용 유발 및 독성이 작용을 할 수 있어서 소비자나 양조가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기에 그 이상을 함유하고 있으면 그것을 라벨 등에 표시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산화황이 포도즙(Must)이나 포도주(wine)에 포함되어 있게 되면 이것은 설탕 성분이나 알데히드, 케톤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다른 성분으로 변형되지만 그래도 남는 이산화황이 존재한다. 이것을 Free SO2 혹은 활성 SO2라고 하는데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와인을 숙성하거나 저장할 때 이 활성 SO2(유리 SO2)의 농도는 레드 와인은 25mg/L, 화이트 와인은 30mg/L을 일반적으로 과학적으로는 추천한다.

이 활성 SO2 농도는 0.35mg/L에서 최소한의 식품 보호를 보장하기 시작하고 0.6 mg/L일 때 최대 보호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니 사실 그 이상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인체에 해로운 양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항산화 및 살균 작용 등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와인 양조 중에 약 20-200 mg/L의 SO2가 추가될 수도 있다.

그리고 발효 중에 효모에 의해 대략 10-50 mg/L가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데 이 때 이것은 일반적으로 아세트 알데히드에 결합된다.

따라서 와인의 농도를 분석할 때 이산화황 첨가 여부와 상관없이 총 SO2 중 소량이 항상 측정될 수밖에 없다. 

이 아황산염은 다른 천연 식품들에도 자연 발생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마늘, 양파, 실파, 마른 표고버섯, 새우, 양배추 등에 들어있다.

와인 양조 과정에서 와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SO2 수준은 일반적으로 약 10-20mg/L 인 바 대부분의 와인 소비 국가에서는 아황산염이 10mg/L(=ppm) 이상인 와인은 이 내용을 라벨에 표기하도록 하여 소비자들에게 알리게 하고 있다.

나라별로 허용치가 다른데 미국과 일본은 설탕 함량에 관계없이 350mg/L(=ppm) 이하 여야하고, EU는 설탕 함량과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에 따라 적게는 150mg/L에서 최고는 400mg/L까지 허용되는데 설탕성분이 많을수록 허용치가 높아진다. 2012년부터는 유기농 와인에 대해서는 100mg/L로 규정하고 있다.

제일 낮은 나라는 아르헨티나로 설탕함량에 상관없이 레드 130mg/L, 화이트 180mg/L, 스위트 레드 180mg/L, 스위트 화이트/로제 210mg/L이다.

이산화황은 와인이외에도 많은 식품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도 이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달걀, 오리알, 우유, 메밀, 밀, 복숭아, 토마토,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오징어, 조개류(굴, 전복, 홍합 포함), 고등어, 게, 새우, 땅콩, 대두, 호두, 잣을 함유한 원재료를 사용한 경우, 이 식품으로부터 추출 등의 방법으로 얻은 성분, 이러한 식품 및 성분을 함유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원료로 사용한 경우에는 함유된 양과 관계없이 원재료명 표시란 근처에 바탕색과 구분되도록 별도의 알레르기 표시란을 마련해 알레르기 표시대상 원재료명을 표시해야 하는데 그 기준 함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mg/L이상일 때이다.

아황산염은 신진대사를 통해 빠르게 섭취되고 인체에서 빠져나가는데 국제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의 일일 섭취 허용 권고량(ADI;Acceptable Daily Intake)은 0.7mg/Kg  X 체중(kg)로 계산하면 되는데 필자처럼 체중이 80Kg인 사람은 일일 섭취 허용량이 56mg이다.

따라서 유럽와인 기준으로 아황산염 최대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레드가 150mg/L, 화이트가 200mg/L이니 750ml 한병에는 레드에 112.5mg, 화이트에 150mg이 포함되어 있고 와인 한잔(100ml)에는 레드의 경우 약 15mg, 화이트의 경우 약 20mg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된다. 

체중 80Kg인 사람은 아황산염 일일섭취허용량 기준으로는 레드는 하루 3.7잔, 화이트는 2.8잔이내가 된다. 즉 레드 와인은 반병 정도, 화이트 와인은 반병보다 약간 작은 양이 되는 셈이다.

오늘날에는 양조기술 발달로 아황산염 함유량이 대폭 낮아졌다고 하니 사실상 아황산염 기준으로 보는 와인 섭취량은 이보다 조금 더 늘려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와인애호가의 자기 위안일까?

혹자들은 말한다.

이산화황이 그렇게 인체에 해로운 것이라면 어떻게 유럽의 와인 생산국 사람들은 식사때 국처럼 와인을 마시는데 우리보다 장수할 수 있었겠냐고.

따라서 체질적으로 그 성분에 예민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내추럴 와인은 아황산염을 적게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경우까지 있어서 제대로 된 와인을 만나면 정말 좋으나 대개의 경우 맛과 향이 재래식 와인만 못한 경우도 많다. 내추럴 와인이라는 장르의 와인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산도가 강하고 재래식 와인이 주지 않는 묘한 향이 있기는 있다. 그리고 동일 브랜드의 와인이 매년 동일한 맛과 향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당연히 장기 보존도 어렵다. 매년 사서 그 해에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유통기한은 법적으로 없지만 상미기한은 1년이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식품 보존제의 역할을 하는 아황산염이 아주 조금 들어있거나 아예 없기에 변질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은 병을 오픈해서 마셔봤을 때에야 비로소 그 맛과 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추럴 와인은 가격까지 비싼 편이니 맛과 향을 마신다고 보기보다는 ‘멋’을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싸게 샀고 내추럴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긍정효과도 있고 나름 새로운 장르를 즐긴다는 자부심이 결합되어 멋을 마시는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겠다.

허나 이 말에는 은근히 ‘니들이 와인 맛을 알기는 알어?’라는 재래식 와인을 즐겨 마시는 소비자들의 비난조의 느낌도 묻어나기는 하나 어쩌랴 맛과 향의 세계는 철저하게 개인 취향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세계인 것을! 

분명한 것은 내추럴 와인은 기존 와인과는 다른 장르의 맛과 향을 준다는 것이고 보존을 오래 하지 못하니 상미기간이 짧고 가격도 기존 재래식 와인에 비해 비싼 편이라는 것이다.

유기농이나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쓰니 코스트가 올라가는 것은 인정하지만 양조시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하니 오히려 가공비는 감소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가격이 일반적으로 재래식 와인에 비해서 비싸다는 것도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생산자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건강 이미지와 멋이라는 마케팅적 요소를 무기로 가격으로 전환시켜 전가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변질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자연과 건강에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그 철학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은가? 

또 한편으로는 객관적 인증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생산자의 말과 다른 소비자들이나 평가자들의 평가에 의존해야 하니 어느 면에서는 자신의 운을 확인하는 로또 와인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내추럴 와인이다.

하나 제대로 된 내추럴 와인은 기존 재래식 와인이 주는 맛과 향까지 좋아 새로운 세계를 선사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걸 마시게 되면 정말 로또에 당첨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그대여 운을 시험하고 싶으면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라!는 마케팅 문구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내추럴 와인은 저개입와인(Low Intervention Wine), 생(生)와인(Raw Wine), 네이키드 와인(Naked Wine)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참고 자료 : 와인속의 이산화황 성분 함량 등에 관한 자료는 https://www.oiv.int/public/medias/7840/oiv-collective-expertise-document-so2-and-wine-a-review.pdf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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