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강원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사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강원도간호사회가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2일 강원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사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강원도간호사회가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봄이 오는 소리가 시끄럽다.

언 땅을 헤집고 나오는 민들레 잎들도 그렇고, 목련 봉우리 속에서 피려는 꽃잎들의 아우성이 그렇다. 생명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설레이는 계절이다.

시끄러운 곳이 또 있다.

100년을 맞는 대한민국 간호가 그렇다.

일제 강점기 3.1만세 운동을 불렀던 그 때도 독일로 중동으로 부모와 형제들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달려갔던 그때도 지금처럼 뜨거웠을까!

올해로 대한민국의 간호 역사는 100년을 맞는다.

조선간호부회로 결성되어 현재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간호법 제정을 앞둔 지금이 아마도 가장 뜨거운 때가 아닌 듯 싶다.

졸업한 지 1년도 채 되지않은 제자들이 찾아와 힘든 병원생활에 대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울먹이는 현실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말해줄 수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환자보느라 점심 식사를 거르는 건 다반사고 8시간 근무를 지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인적인 업무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주는데 대한 것을 태움이라는 조직적 문제로 다루는 시선도 그렇다.

간호사 이직률은 다른 산업군의 3배에 달하고 3~10년 차 간호사 중 이직을 고려한 비율은 80%로 나타났다. 4년 동안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1000시간의 실습과 수업을 마치고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면 결국 평균 7년이라는 시간만 근무하고 만다는 통계도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이후 근무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OECD 국가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6~8명이고 미국은 5.3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병원은 16.3명, 일반병원은 43.6명을 본다. 이 숫자에는 한국 간호사들의 노동강도와 환자들의 목숨이 달려있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한 명 증가할 때마다 환자의 사망률은 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신촌세브란스 암병원 증환자실에서 6년 넘게 일하고 간호 현장의 고달픈 현실을 고발한 김수련 간호사의 밑바닥에서 라는 책에서는 “수십 가지 일을 동시에 고려하느라 넋이 나가곤 했다”, “생리혈이 새고 바지까지 젖어서 다른 간호사가 발견한 적이, 심지어 그걸 안 채로도 생리대를 갈러 갈 수 없었던 적이 있다” “쉬는 날에는 항상 누워 있었다” “그날들에 나는 누구보다 더 강바닥 같은 죽음에 가까이 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김수련 간호사는 “간호사가 너무 모자라서, 훈련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리 애써도, 매일 녹초가 되도록 진을 빼도 도무지 닿을 수가 없어서 속절없이 환자들을 잃어버렸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하는 투쟁이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가장 먼저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비겁했다”고 말했다.

또 환자 가족들을 향해 “그들의 죽음이 석연치 못했다는 것, 다른 환경에서는 어떤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그 죽음들이 존중받지 못한 죽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수련 간호사는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파견 인력으로 미파견 기간 중 미국 뉴욕 시립병원 외상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역시 완전히 소진돼 한국 병원을 떠났다.

더욱 위험한 현실은 한국의 간호 현장에는 훈련된 간호사가 국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20대 신참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 중 36.5%로 다수를 이룬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경우 간호사의 50~60%가 35세~50세이다. 우리 간호 현장에서는 그나마 훈련된 간호사는 PA(Physician Assistant) 라는 이름으로 불법 의료와 현장 의료의 현실적 요구 사이에서 일하고 있다. 그 수가 만명이다.

2023년 봄 대한민국 간호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

민트천사(민심의 물꼬를 트며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천사)로, 국민들의 뜨거운 바램으로 존엄하고 존중받는 노년과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대한민국 간호는 새로 출발해야 한다.

국제대학교 간호학과 김경애 교수
국제대학교 간호학과 김경애 교수

그 시작이 간호법 제정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명확한 업무범위와 책임을 규정함으로써 고령화시대를 대비하는 존엄돌봄, 맞춤돌봄, 안심돌봄을 실현하고 열악한 간호사의 처우개선 및 국민건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법이다.

정쟁의 논리로도 직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된다. 오직 국민의 건강과 돌봄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간호법은 국민안심법이고 부모돌봄법이다.

/국제대학교 간호학과 김경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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