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의 콘텐츠와 UI 등 모방 주장
엑스엘게임즈, 3년 연속 적자...개발비 확보 등 고민 관측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부진에 경쟁작 흥행 겹치며 타격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를 표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를 표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대표 모바일게임 ‘리니지2M’를 표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가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꺼내든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 점유율을 놓고 양사간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도 자사의 저작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엔씨소프트가 표절이라고 주장한 부문은 ▲직업, 무기 등 리니지 고유의 시스템 ▲이용자간대결(PvP), 제작, 아이템 강화 및 컬랙션 등 성장과 전투 콘텐츠 ▲메인화면, 환경설정의 구성 등 게임 이용자환경(UI) 등이다.

게임 지식이 전무한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바일로 출시된 같은 장르의 게임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이용자가 볼 때도 두 게임은 화면 배치와 환경설정 내 메뉴 이름·순서 등이 기본적인 구성요소에서 대부분 닮아있다.

실제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두 게임의 환경설정은 큰 메뉴 항목이 전투·조작·출력·환경·알림·정보로 같고, 전투 항목 내 세부설정 요소의 이름과 구성 순서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인터넷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과 무엇이 다른지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건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과 완벽하게 같은 것은 아니다.

‘아키에이지 워’는 탈 것을 비롯해 해상전(바다 던전)과 무역 등 원작의 시스템을 일부 계승하며 차별성을 뒀다.

공성전을 비롯해 대규모 던전, 해상 보스전 등 새로운 콘텐츠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출시된지 한 달이 채 안된 게임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업데이트와 운영을 통해 다른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왼쪽부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게임 환경설정 메뉴가 동일한 구성을 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왼쪽부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게임 환경설정 메뉴가 동일한 구성을 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아키에이지 워’로 불거진 표절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양사 간의 매출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아키에이지 워’의 개발사인 엑스엘게임즈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서 입증된 ‘리니지’ 모델을 채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13년 원작 PC게임 ‘아키에이지’를 출시한 이후 눈에 띄는 신작을 선보이지 못했다.

2019년 하반기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를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잦은 버그(오류)와 소통 없는 운영, 부족한 게임성 등으로 장기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약 54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2020년 101억원, 2021년 130억원, 2022년 313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기작 아키에이지2를 위한 개발비까지 마련해야 하다보니, 수익이 보장되는 ‘리니지’ 모델을 답습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에서 최상위권에 도달하지 못한 2~3위 그룹을 겨냥한 게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과 유사한데다가 같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1등 자리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2~3위 그룹 이용자에게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1%가 리니지 IP에서 나오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의 이같은 전략이 큰 타격을 입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리니지2M’의 매출이 지난해 우하향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쟁사로 이용자가 이동하는 것이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실적자료를 보면 ‘리니지2M’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245억원으로 시작해 ▲2분기 962억원 ▲3분기 856억원 ▲4분기 823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크로니클X. 구원의장’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이용자와 신규·복귀 이용자를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편의성을 강화했지만, ‘아키에이지 워’의 흥행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양대 앱마켓에서 일간 기준으로 매출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수익을 둔 날 선 공방이 표절 논란으로 확대됐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게임 이용자를 비롯해 업계에서는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니지’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작들을 보면 나중에 출시될 차기작을 준비하는, 일종의 거쳐가는 게임처럼 그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MMORPG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리니지 모델로 신작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게임의 수명을 줄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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