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존경받는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지난 1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창립 55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이러한 말을 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자축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업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최근 포스코그룹 안팎에서 이슈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7일 자사주 상여금 지급 내용을 공시하면서 시작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에게 100억원 상당의 자사주 2만7030주를 지급했다. 

지난 2021년 말 이사회에서 도입하기로 한 '스톡그랜트 제도'를 올해 첫 시행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 중 가장 많은 1812주를 받았다. 당일 종가(36만95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6억7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톡그랜트는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다.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보다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 이번 스톡그랜트 보상은 과연 시의적절했을까.

최 회장은 철강부터 이차전지 소재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부분에 대해 재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내부 회의론을 무릅쓰고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등 신사업 투자를 적극 추진했다는 일화도 있다.

다만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연간 실적이 반 토막 나는 쓴맛을 봤다.

이는 그만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현장 지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임원에게만 스톡그랜트를 지급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고생한 근로자와 지역사회를 외면했다며, 스톡그랜트가 결국 임원들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포스코 창립 원로들 또한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냈다.

이번 논란으로 최정우 회장의 '임기 완주'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을 교체하는 잔혹사를 겪어왔다.

외풍을 정당화할 건더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그룹 안팎의 이슈를 털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논란 속 당사자의 입은 아직까지 굳게 닫혀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잘 한 일은 세상에 내보이면서 그렇지 않으면 방관하는 것이냐"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포스코 측은 임원들이 단기 성과를 넘어 중장기 의사 결정을 내리고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돈 잔치' 비판 속 기업 입장의 원론적인 답만 내놓은 셈이다.

포스코의 말대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억울한 상황이라면 당사자가 직접 논란을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혜안으로 미래 사업을 확보하고 실적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이슈에 명쾌한 답과 해명을 할 줄 아는 자가 진정 책임경영을 수행하는 리더로 남을 수 있다.

존경받는,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나아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던 최 회장의 말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