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저항성” 당단백질… 그리고 헤모글로빈도 거의 없어
가장 핵심은 로돕신 단백질… 추위에 저항하고 빙어의 시각에도 관여해

남극 대륙의 온도는 평균 섭씨 마이너스 60도다. 그러나 해수가 어는 지점 근처의 해양 온도는 마이너스 1.9도다. 남극 빙어(사진)는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놀라운 변신과 진화를 해왔다. [사진=​​​​​​​University of Leeds]
남극 대륙의 온도는 평균 섭씨 마이너스 60도다. 그러나 해수가 어는 지점 근처의 해양 온도는 마이너스 1.9도다. 남극 빙어(사진)는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놀라운 변신과 진화를 해왔다. [사진=University of Leeds]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빙어는 우리 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옛날 문헌에는 빙어 살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해서 오이 과(瓜) 자를 써서 과어(瓜魚), 또는 오이 물고기라고도 불렸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저수지나 댐에 분포하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자연적으로는 동해 북부로 흐르는 하천들에 분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빙어는 얼음에 구멍을 내어 잡는다고 얼음 빙(氷) 자를 써서 붙인 이름이다.

그렇다고 빙어 아이스피스(icefish)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남극 바다에 살기 때문에 붙여진 남극 빙어(Antarctic icefish)는 우리의 빙어와는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남극 바다, 육지는 마이너스 60도, 물 속은 마이너스 1.9도

멀고 추운 남극 대륙의 온도는 평균 섭씨 마이너스 60도다. 그러나 해수가 어는 지점 근처의 해양 온도는 마이너스 1.9도로 혹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생명체 그룹이 서식한다.

그러한 물고기 가운데 하나가 남극 빙어(icefishes)이다. 그러면 이 빙어는 어떻게 그 추운 곳에 적응하면서 서식하게 되었을까?

국제 학술지 ‘분자생물학과 진화(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저널 최근호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빙어는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 바다에서 번성하기 위해 특별한 적응을 하도록 진화되었다.

이러한 적응들 가운데는 세포 내의 얼음 형성을 방지하는 특수한 "얼음 저항성” 당단백질(glycoprotein)이 있다.

그리고 일부 종에서는 헤모글로빈이 없으며, 그리고 다른 생물에서는 거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유도 열 충격 반응(inducible heat shock response)이 거의 없다.

산소 결합 단백질이 결핍된 까닭에, 일종의 '부동액' 역할을 하는 다른 단백질을 생산한다. 남극이 냉각되기 시작한 이미 1000만년 전 이러한 부동 단백질을 만들어 극한의 환경인 남극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또한 남극 빙어의 시각 체계가 극한의 추위와 남극 해빙 아래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조명 조건 모두에 적응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세포생물학자 벨린다 장(Belinda Chang)과 지아니 카스틸리오네(Gianni Castiglione)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는 영하의 온도가 빙어의 시각 시스템, 특히 온도에 민감한 단백질 로돕신(rhodopsin)의 기능과 진화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세포생물학자 벨린다 장 교수. [사진=토론토 대학 홈페이지]
연구를 이끈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세포생물학자 벨린다 장 교수. [사진=토론토 대학 홈페이지]

​​​​​​​적응하기 위한 로돕신 단백질의 놀라운 진화

이 단백질은 동물 망막에 위치한 간상세포에 있는 붉은 색의 감광색소로, 특히 어두운 조명 조건에서 시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앞서 추위 적응에서 로돕신의 핵심 역할을 제안한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이 시각에 관여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스틸리오네 교수는 "우리는 이전에 안데스 산맥의 높은 곳에 사는 민물고기 메기의 로돕신에서 추위에 적응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는 우리에게 남극의 빙어를 조사하도록 자극시켰다”고 연구에 나서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남극 빙어 중 로돕신에서 빠른 진화 속도의 증거를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다른 척추동물에는 없는 두 가지 아미노산 변종을 확인했다.

이 두가지는 빙어가 남극에 적응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기후에 대응하는 빙어의 적응과 진화, 그리고 종분화 사이의 강력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남극 빙어에서 볼 수 있는 단백질(아미노산) 변화는 높은 곳의 메기에서 추위에 적응하는 아미노산의 변화와 달랐다.

이는 로돕신에서 적응하는 여러 경로를 시사한다. 연구원들은 북극 물고기를 포함한 다른 추운 곳에 사는 물고기 계통의 로돕신에서 추위에 적응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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