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시대, 미국 압박 무력화 위한 '우군 만들기 외교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미국과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신냉전을 벌이는 중인 중국이 국제적 고립 탈피를 위한 총력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성과 역시 미국이 부담스러울 만큼 눈부시게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일이 성과를 다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진짜 어느 정도인지는 중국으로 향하는 각국 지도자들 및 고관들의 구애 발길이 속속 이어지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굳이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이번 달 7일까지 이어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의 방중까지 거론할 필요까지도 없다. 이후에도 중국을 찾은 귀빈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과 브라질의 정상회담. 양국협력을 위한 각종 문건을 비롯해 공동성명도 발표됐다./제공=신화(新華통신).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과 브라질의 정상회담. 양국협력을 위한 각종 문건을 비롯해 공동성명도 발표됐다./제공=신화(新華통신).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5일 전언에 따르면 우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무려 240명 전후의 대표단과 함께 12일부터 나흘 동안의 방문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룰라 대통령이 중국과 죽이 잘 맞는 중도좌파 정치인인 만큼 양국의 협력이 이번 기회에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은 두 말 하면 잔소리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도 회담에서 결정된 향후 협력 내용은 장난이 아니다. 회담 후 무역 및 투자, 디지털 경제, 과학기술 혁신, 정보통신, 빈곤 완화, 검역, 항공과 우주 등 영역에 걸친 여러 건의 양자 협력 문건 서명이 이뤄진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양 정상이 두 나라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도 함께 발표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방중 역시 거론해야 한다. EU 외교안보 수장의 자격으로 13일부터 사흘 동안의 방문에 나서 양측의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U 최고위 관리로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찾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뒤이어 곧바로 방문에 나서게 된 셈이다. 중국과 EU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를 잘 말해주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의 방중도 주목을 요한다. 16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중국을 방문,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숄츠 총리 이후 5개월 만에 외교 수장이 다시 찾는 것을 보면 미국만큼 중국을 중시하는 독일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중순과 5~6월에는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 경영자)의 상하이 공장 방문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방중도 예정돼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중국이 러시아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것을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

미국이 작심하고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선언하고 나선 최근 정황으로 미뤄볼 때 미중 신냉전은 향후 상당 기간 지루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압박을 무력화할 치열한 중국의 우군 만들기 외교전이 앞으로는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향하는 세계의 구애 발길 역시 폭발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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