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공기밀도 낮아지면, 타구 멀리 날아가
“현재 메이저리그 홈런의 1%는 기후변화의 탓”
“온도 1℃ 올라가면 홈런 2% 늘어난다”
최악의 온난화 시나리오… 2050년까지 매년 192, 2100년, 467개 더 나와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한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메이저 리그에서 혼런 수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한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메이저 리그에서 혼런 수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야구의 홈런 수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그렇다.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전문 사이트 어스닷컴(Earth.com)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야구 경기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대학교의 지리학과 저스틴 맨킨(Justin S. Manki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0년 이후 500개 이상의 홈런이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보다 높은 기온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 온난화 계속되면 한 시즌에 수백 개 홈런 더 나와

연구팀은 또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한 시즌에 보통 때보다 수백 개의 홈런이 더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날이 따뜻하게 되면 공이 훨씬 더 잘 나간다는 것은 이미 야구계에 하나의 통설로 굳어진 이야기다. 그러나 다트머스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주장을 과학적으로 풀이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홈런이 나올 가능성을 높였다는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기상학회보’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최근의 홈런 수의 1%만을 기후변화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온실 가스 배출과 기후변화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된다면 기온 상승으로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이 홈런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와 홈런 수와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진행된 경기 약 10만여건을 분석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타자들이 친 안타 22만개를 비롯해 경기가 열린 구장의 면적과 고도, 경기 당시의 온도 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홈런의 수는 1.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기온이 높은 오후에 하는 경기에서는 홈런 수가 2.4%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낮보다 기온이 비교적 적은 저녁 경기에서는 1.7%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연구팀은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보통 때보다 홈런 577개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지목했다.

다시 말해서 온도 상승이 없었다면 추가 홈런 577개는 일어나자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시즌당 평균 홈런 58개가 추가된 것으로 메이저리그 시즌 총 홈런 개수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야구는 탄도학의 게임, 공기밀도 감소하면 타구 멀리 날아가”

그러면 왜 기온이 상승하면 홈런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일까? 사실 야구의 시즌은 여름이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 많은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고 극적인 승부도 펼쳐진다.

그 이유에 대해 맨킨 교수는 "야구는 탄도학의 게임이다. 따뜻한 온도가 공기의 밀도를 감소시키는 매우 분명한 물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타구는 따뜻한 날에 더 멀리 날아간다”

온도가 높은 날은 공기 밀도가 감소되기 때문에 경기가 벌어지는 다른 날에 비해 하루의 홈런 수가 증가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박사 과정의 크리스토퍼 캘러한(Christopher Callahan) 연구원은 온난화 이외의 다른 요인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것들 중 일부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의 사용, 보다 좋은 배트와 공의 개발, 그리고 카메라를 통한 분석 기술 개발 등을 들었다. 또한 발사 분석 및 타자의 능력과 비거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타 기술도 고려 대상이었다.

"우리는 온도가 홈런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자들은 이제 최적의 속도와 각도로 공을 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캘러한은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온도는 중요하며 우리는 그 영향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기후변화가 작은 영향을 끼쳤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온도가 상승한다면 세기 말까지 이러한 영향력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런이 많이 나오려면 야구장의 위치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탬파베이 레이스 팀의 트로피카나 필드(사진)는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추가 홈런은 1개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MLB.com]
홈런이 많이 나오려면 야구장의 위치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탬파베이 레이스 팀의 트로피카나 필드(사진)는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추가 홈런은 1개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MLB.com]

야구장의 위치도 중요해… ”시카고 컴스의 리글리 필드가 제일 많이 나올 것”

야구장의 위치 또한 중요한 한 요인이다. 연구팀은 미국의 각 메이저 리그 야구장을 조사했다.

그들의 목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연간 평균 홈런 수가 어떻게 증가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시카고 컵스의 야외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가 한 시즌에 15개 이상의 홈런으로 가장 큰 스파이크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탬파베이 레이스 팀의 돔형 트로피카나 필드(Tropicana Field)는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1홈런 이하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징적인 펜웨이 파크(Fenway Park)와 라이벌 뉴욕 양키스의 홈은 중간 정도에 속한다. 기온이 상승하는 것과 거의 비례하는 효과를 경험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으로 홈런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경기 방식에 큰 변화가 없다면 2100년에는 온도 상승으로 인한 홈런이 연간 홈런의 약 1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최악의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050년까지 매년 192개, 2100년까지는 매년 467개의 홈런이 더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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