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에 “늙은이 망령” 비방
횡설수설 김여정의 비난 입장문 눈길
예전과 달라진 오빠의 눈길 부담거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딸 김주애와 함께 내각-국방성 체육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뒤편으로 동생인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딸 김주애와 함께 내각-국방성 체육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뒤편으로 동생인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는 “늙은이의 망령”,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못난 인간”.

북한 김여정이 지난달 28일 관영매체를 통해 내놓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 등장한 비난 표현이다.

그동안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질 발언으로 ‘평양 막말녀’에 등극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도발에 한미가 강력하게 응징할 것임을 밝히며 “정권 종말”이란 언급을 한데 대해 발끈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 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의 후광을 업고 안하무인격의 행보를 보였다. 평양의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서는 “모든 길은 여정동지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막무가내 행동을 해도 평양에서는 물론 서울에서도 이를 제대로 문제 삼거나 따끔하게 지적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김정은의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거침없이 행동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이상해졌다.

통일부가 즉각 김여정의 입장 발표를 일축하고 나서면서 북한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국면에 몰린 것이다.

통일부는 김여정의 입장이 조선중앙통신으로 나온 29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적반하장격으로 억지 주장을 한 데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허둥지둥 억지 주장을 들고 나온 건 한미동맹의 핵 억제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뜻밖의 일격에 김여정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이튿날인 30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으로 윤 대통령을 ‘괴뢰역도’ 등으로 맹비난하면서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그쳤다.

통일부는 “김여정 부부장이 무례한 언어로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를 비방한 것은 북한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 것으로써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타이르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도 김여정이나 북한이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아마도 더 이상 입씨름을 벌이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등장시켜 4대 세습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듯한 김여정의 행보는 관심거리다.

과거 대남문제는 물론 북미 현안을 놓고도 ‘담화’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정 관여의 폭을 넓히던 김여정이 최근 들어서는 극히 제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북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지난달 1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린스킨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를 타승할 수 있다는 치유불능의 과대망상증” 등의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외무성 관리들이 맡아도 충분할 북한의 러시아 편들기에 김여정이 동원돼 ‘입’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대응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하고 핵을 탑재한 미 잠수함과 전폭기 등 전략자산이 사실상 한반도를 상주하는 국면이 펼쳐지게 되면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불쾌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로부터 공개적으로 “허둥지둥 억지 주장” 등의 일격을 맞은 김여정의 속은 부글부글 거릴 게 뻔하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일각에서 그가 대남위협 공세를 펼치다 결국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백주에 폭파시킨 전례를 들어 초대형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저런 여건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도발 드라이브에 한미 정상이 강력한 응징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중국과 러시아도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북한을 챙길 여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여정을 바라보는 오빠 김정은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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