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인해 생긴 고에너지 입자가 대기와 충돌해 아미노산 형성
원시 대기를 모방한 ‘원시 스프’ 모델 이용해 실험
1953년 시카고 대학의 스탠리 밀러 시험 발전시켜 재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를 이루는 첫 번째 구성 요소는 태양 폭발로 인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젊은 태양이 잦은 폭발로 쏟아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해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냈으며, 이 아미노산이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라이프(Life)’ 저널 최근호에 게재된 이 연구는 태양 입자가 원시 지구의 대기에서 가스와 충돌할 때 어떻게 아미노산과 카복실산(carboxylic acids)을 생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련의 화학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를 이루는 첫 번째 구성 요소는 태양 폭발로 인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태양 폭발이 쏟아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해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냈으며, 이 아미노산이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진=NOAA]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를 이루는 첫 번째 구성 요소는 태양 폭발로 인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태양 폭발이 쏟아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해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냈으며, 이 아미노산이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진=NOAA]

태양 입자, 대기 가스와 충돌해 아미노산 형성돼

이 유기 화합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백질과 생명체의 기본 구성요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재료들이다.

생명의 기원은 오랫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흥미와 논쟁의 주제였다. 가장 잘 알려진 이론 중 하나는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이론의 핵심은 생명체가 "따뜻한 작은 연못(warm little pond)"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찰스 다윈이 1871년에 처음 제시한 가설로 이후 과학자들은 번개나 열, 기타 에너지원이 각종 화학물질 간 반응을 일으키며 유기 분자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 작은 연못의 원시적인 화학물질 수프는 번개, 열, 그리고 다른 형태의 다양한 원천에 의해 에너지를 얻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다음 이 원소들은 농축돼 결합하여 유기 분자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원시 수프를 재현하기 위한 시도로, 시카고 대학의 과학자인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1953년 획기적인 실험을 수행했다.

밀러는 밀폐된 방을 메테인, 암모니아, 물, 그리고 지구의 초기 대기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믿어지는 수소 분자로 채웠다.

그리고 나서 그는 번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전기 스파크를 도입했다. 일주일 후, 밀러와 그의 대학원 지도교수인 해롤드 유리(Harold Urey)는 그 방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생명체의 가장 기본 요소인 20개의 다른 아미노산의 형성을 발견했다.

1953년의 스탠리 밀러 ‘원시 수프’ 시험 발전시켜 재현

공동 저자인 메릴랜드의 그린벨트에 있는 나사 고다 우주비행센터(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의 천체물리학자인 블라디미르 에어라페티안(Vladimir Airapetian) 박사는 밀러의 실험에 대해 "그것은 큰 발견이었다. 초기 지구 대기의 기본 성분으로부터 복잡한 유기 분자들을 합성할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지구의 원시 대기에 대한 이해는 지난 70년 동안 발전했고, 따라서 생명체 형성에 대한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초기 지구의 대기에 메탄과 암모니아가 이전에 추정하던 것만큼 많지 않고 대신 이산화탄소(CO₂)와 질소 분자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러한 가스는 여전히 아미노산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양은 상당히 적다. 이러한 이유로 원시 생명체의 형성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아미노산 합성을 위한 대체 에너지 자원을 찾아야만 했다.

운석 충돌이나 태양의 자외선 복사설도 그 연장선에서 제기된 것이며, 연구팀은 태양의 에너지 입자에서 답을 찾았다.

NASA의 천체물리학자 블라디미르 에어라페티안 박사는 1953년 스탠리 밀러의 '원시 스프' 모델을 발전시켜 새로운 결과를 창출했다. [사진=NASA]
NASA의 천체물리학자 블라디미르 에어라페티안 박사는 1953년 스탠리 밀러의 '원시 스프' 모델을 발전시켜 새로운 결과를 창출했다. [사진=NASA]

에어라페티안 박사는 NASA의 케플러 미션(Kepler Mission)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했다. 바로 태양의 에너지 입자다.

케플러 미션은 생명 주기의 다양한 단계에서 멀리 떨어진 별들을 관찰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젝트로 태양의 과거 활동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에어라페티안은 지구 탄생의 첫 1억 년 동안, 태양이 지금보다 약 30% 더 어두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슈퍼플레어(superflares)"로 알려진 태양의 강력한 폭발은 오늘날 우리가 100년에 한 번 정도 관측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3~10일에 한 번씩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슈퍼플레어는 지구 대기와 자주 충돌하여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광속에 가까운 입자를 발사한다.

이런 슈퍼플레어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고에너지 입자를 방출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케플러 미션’ 통해 태양의 과거 활동 추적해

생명체 발생 이전 화학을 30년간 연구해온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화학과 교수 고바야시 겐세이 박사가 이를 보고 연락해 공동 연구가 이뤄졌다.

에어라페티안 연구팀은 밀러 박사 실험과 마찬가지로 CO₂과 질소, 물, 메탄 등을 섞어 지구의 원시 대기와 같은 조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태양 입자를 모방한 양성자와 번개와 같은 스파크를 일으켜 아미노산 등의 생성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양성자를 쏠 때는 메탄 비중이 0.5%만 넘어도 아미노산과 카복실산 생성이 포착됐으나 전기 스파크 때는 메탄 농도가 15%는 돼야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고 그 양도 양성자 때의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미노산 전구체인 카복실산도 전기 스파크보다는 양성자가 더 많이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태양 입자가 번개보다 더 효율적인 아미노산 형성 에너지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구나 태양이 지금보다 30% 덜 밝은 초기 상황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상승해 구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번개의 빈도도 그만큼 더 낮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기 지구는 최초로 형성된 약 46억 년 전부터 35억~40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할 때까지의 지구 역사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궁극적으로 지구 생명체의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지질학적, 대기적, 환경적 변화로 특징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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