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영화 배트맨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작 영화 중에 ‘인셉션(Inception)’이란 영화가 있다.

2010년에 개봉된 영화인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최고의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을 하였다.

최근 이 영화가 극장에서 3D로 재개봉되어 상영되었다는 뉴스를 우연히 보고 IPTV로나마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주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탁월한 연기와 함께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구성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인간의 심리 깊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을 소재로 하여 신선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거대 에너지 기업간의 경쟁상황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프로클로스 글로벌(Proclus Global)이라는 거대 에너지 기업을 소유한 사이토(와타나베 켄 분)가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에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데서 시작한다.

즉 프로클로스 글로벌의 경쟁회사인 피셔 모로우(Fischer Morrow)는 모리스 피셔에 의해 설립된 호주의 에너지 기업인데, 모리스피셔가 사망하면서 기업을 해체하도록 하는 유언장을 금고에 남긴다.

그 상속자인 아들 로버트 피셔는 무능하지만 야망에 불타는 성격이어서 기업해체에 반대한다는 것을 안 사이토는 로버트 피셔의 생각을 바꿀 계획으로 금고속 아버지의 유언장처럼 회사를 해체하도록 하는 생각을 주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기업간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를 위해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심는 ‘인셉션(Inception)’ 작전을 제안한다.

성공 조건으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되어있는 코브의 신분을 바꿔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임무를 의뢰받은 코브팀이 무의식의 가장 깊은 영역이라고 불리는 곳, 림보(Limbo)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다루고 있다.

흔히 꿈속에서만 보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영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코브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마침 이 영화가 모티브로 한 것이 기업간의 경쟁이다 보니 이러한 행위가 불공정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생각을 훔치는 기술, 생각을 심는 기술이 가능하다면 공정거래 사건에서 진실 밝히는데 도움이 될거란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공정거래법은 특히나 다른 일반적인 민형법과 달리 불확정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특정한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비슷한 내용이 나라마다 결론이 다르게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경우 2009년 공정위와 2013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인텔의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위법하다고 보았지만, 반대로 EU에서는 2023년 초 유럽연합(EU)이 부과한 10억6천만유로(약 1조4천300억원) 규모의 벌금에 대한 소송에서 인텔이 최종 승소하였다.

또한 2017년 공정위가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s) 제공거절행위, 자신의 칩셋을 쓰는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서만 라이선스를 주는 등 행위에 대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1조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일부 시정명령을 제외하고는 공정위 승소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건이었지만 미국에서는 2020년 연방항소법원에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에서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컴퓨터과학과, 신경과학과 공동연구팀이 어떤 문장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바로 글로 옮겨 주는 ‘시맨틱 디코더’라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신동권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의식의 영역에 까지 과학기술이 발달한다면 행위자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은 물론 생각을 심는 기술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위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면 기업간 분쟁에서 진실을 밝히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가능해 진다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남의 생각을 훔치고, 심지어 생각을 심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영화 포스트의 문구처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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