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미래의 최고 지도자 재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른바 낭중지추(囊中之錐. 숨어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는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들은 젊은 시절부터 일찌감치 당정 기관의 곳곳에서 단연 출중한 활약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대체로 공산당원이 되기 전에 가입하는 단원 9000만 명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서 맹활약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싹수가 있는 미래의 중국 정계 재목들은 차곡차곡 순서를 밟아 지도자로 큰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로 볼 때 이들을 단원으로 거느리는 공청단의 수장인 중앙서기처 제1 서기는 대단한 위상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미래의 최고 지도자가 돼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실제로도 이런 케이스는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후진타오(胡錦濤. 81)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그랬다.

40대 초반 시절인 1980년대에 지금의 제1 서기에 해당하는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를 지냈다.

리커창(李克强. 68) 전 총리 역시 거론해야 한다. 30세이던 1985년에 후 주석의 후임으로 서기에 취임해 무려 13년 동안이나 재임했다.

누가 보더라도 ‘공청단 제1 서기=미래 당정 최고 지도자’라는 등식은 아주 자연스럽게 성립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현재 이 자리는 일반 중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허쥔커(賀軍科. 54)라는 인물이 맡고 있다.

유명세만 놓고 보면 미래의 최고 지도자가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나 직책 등으로 미뤄볼 경우 분명 후 전 주석이나 리 전 총리의 뒤를 이을 미래의 잠룡 후보라고 단언해도 크게 무리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의 바오지(寶鷄)시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다소 특이한 성향으로 유명했다고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의 어린이들은 정치적으로 출세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주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18세 때인 1987년 진짜 대학도 국방과학기술대학 우주비행기술과로 진학했다.

당연히 졸업 후에도 관련 분야에서 종사했다. 우선은 국무원 항공항천공업부에 들어간 다음 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지휘부의 직원으로 일했다. 5년 후에는 현지에서 국영 기업인 항천공업총공사로 옮겨 계획생산처 처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의 당정 최고 지도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쥔커 중국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 서기. 일천한 정치적 경험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제공=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
미래의 당정 최고 지도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쥔커 중국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 서기. 일천한 정치적 경험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제공=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

31세 때는 또 다시 중국항천기전(機電)그룹으로 이동해 제6연구원 원장조리(부원장보)로 벼락출세까지 했다.

당시 그의 승진 소식이 언론에까지 보도됐다면 그가 어느 정도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았는지는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때문에 2005년에 중국항천과공(科工)그룹의 제6연구원 원장으로 승진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이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이미 정해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능력 있는 인물을 보는 것에 관한 한 매의 눈을 가졌다고 해도 좋을 당 최고 지도부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2005년 12월에 그를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로 파격 발탁한 것이다.

이후 그는 전국청년연합회 부주석 자리까지 꿰차면서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다. 2018년에는 마침내 제1 서기 자리에까지 올랐다.

지난해 10월 하순에 막을 내린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부장(장관)급 이상에 보임될 수 있는 중앙위원으로 발탁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전임자들의 정치적 행보와 현재의 직급으로 미뤄볼 경우 그는 앞으로 최소한 부총리까지는 승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인이 부단하게 노력하는 것에 더해 운까지 좋을 경우 정말 후 전 주석이나 리 전 총리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역시 없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자질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자 출신답게 두뇌가 명석하다. 게다가 상당히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신중한 성격과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던 푸근한 리더십 역시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시 주석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 몸에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고 지도자와 고향이 같다는 행운까지 따라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한마디로 그는 천시(天時. 하늘의 때), 지리(地利. 지리적 이점), 인화(人和. 사람의 화목)라는 장점을 모두 갖춘 이른바 준비된 잠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약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꼽아야 한다.

공청단에서 일한 것이 유일무이한 정치 이력이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베이징의 정치 평론가 천웨이궈(陳衛國) 씨가 “그는 역대 공청단 제1 서기 중에서 가장 정치적 이력이 일천하다.

만약 그가 지금의 직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할 경우 이게 가장 큰 결격 사유라고 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치적 경륜과 불가분의 관계인 인맥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그의 미래는 전임자들처럼 완전 탄탄대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시 주석을 비롯한 당정 최고 지도부가 그를 확실하게 키우려고 작정할 경우 약점들은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더불어 그의 휘하에서 활동한 미래의 재목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언제인가는 잠룡으로서의 용틀임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해야 한다.

현재 총서기와 국가주석 3연임에 모두 성공한 시 주석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이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

이 경우 그도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참여할 수 있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인 만큼 100%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그의 시대가 서서히 오고 있다고 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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